카드값이라도 벌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프리랜서 생존 경험담
2019년 8월에 퇴사를 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지만, 나의 경우 예상보다 빨리 퇴사를 하게 되었고(더 이상 못 참고..) 그렇게 계획 없이 백수가 되었다.
다시 취업을 하자니 2020년 상반기에 해외로 장기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애매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여행 가려고 모아놓은 돈을 쓰게 되는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최소 생활비는 벌었어야 했기에 여행 가기 전까지 딱 7개월만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인맥도 없고, 영업능력은 더더욱 없는 내가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7개월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월 최소 122만 원부터 최대 650만 원까지(세금 공제 후) 수입이 발생하여 다행히 통장잔고를 지킬 수 있었다. 아래의 글은 정말 평범한 직장인이 프리랜서가 되었을 때 최소 카드값은 벌고자 고군분투했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방식과 돈을 버는 방법은 정말 다양 하지만 하나의 케이스로 이 글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홍보하고 어필하는 방식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클라이언트를 찾기보다는 함께 일하고 있는 현재 동료들이나 이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혹시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자주 말하고 다녔다.
생각보다 빨리 다른 곳으로 이직한 전 동료로부터 주기적으로 SNS 콘텐츠 디자인 작업을 해보지 않겠냐 업무 제의가 왔었다. 평소 동료들에게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들과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활동들을 자주 보여줬었는데 나를 어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퇴사하기 전에 프리랜서 업무계약 1건을 체결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퇴사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전 직장 동료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정말 지금도 너무 감사하다.
퇴사하기 전에 1건의 sns 콘텐츠 디자인 계약을 체결했지만 사실 생계를 유지하기엔 금액이 부족했고, 언제 종료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정적인 수입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첫 직장을 다닐 때 기관별/지역별로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인지하고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공고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청년예술가들을 모집하여 소상공인과 협업을 통해 점포 디자인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아트 테리어'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총 8주 프로젝트에 약 600만 원(팀원 560만 원, 팀장 600만 원)의 인건비도 지원되는 프로젝트라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다. 생계의 문제와 직면하다 보니 정말 작은 기회라도 절실하게 되는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서류-면접 전형까지 합격하여 8주간의 청년예술가 활동과 더불어 2개월간의 안정적인 수익(무려 월 300만 원)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프리랜서가 되어 보니깐 이번 달에 500만 원을 벌어도 다음 달은 수입이 0 원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이 항상 조급했다. 지인들에게 일을 받거나 지원사업을 찾는 일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더욱 다양하게 일을 받아 올 수 있는지, 계약, 견적, 비용,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해야 손해를 안 보는지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프리랜서의 현실조언이 필요했다. 다행히 지인 중에 디자인 분야 쪽은 아니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분이 있어서 sos 요청을 했다.
많은 대화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프리랜서의 태도' 부분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 무엇을 잘하고 나만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그 부분을 잘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내가 문을 많이 두드려봐야 나에게도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을 깨닫자 신기하게 예전처럼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어필하고 소개하는 게 두렵지 않아 졌다. (생계 앞에서 절박해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혼자 일 하다 보니 하루 종일 말을 안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커리어상으로 내가 지금 올바르게 일을 하고 있는지, 견적서는 어떻게 작성하는지, 계약서는 합당한 지 일과 삶에 대하여 다양한 고민이 있을 때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 너무 외로웠다. 그래서 예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던 밀레니엄 여성들의 커뮤니티 '빌라 선샤인' 멤버십을 가입했다. 커뮤니티의 운영 방식은 평소에는 온라인 slack 툴을 활용하여 다양한 정보 및 이슈들에 대해 편하게 얘기하고, 주말에는 학교 수강신청처럼 내가 듣고 싶은 주제를 선택해서 오프라인 모임과 소규모 모임 등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3개월간의 뉴먼(빌라 선샤인 멤버 명칭)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1) 주간/월간으로 나를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를 더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 2) 프리랜서 관련된 정보를 얻고자 가입했지만 오히려 다방면 주제(여행, 환경, 페미니즘, 건강.. etc.)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많은 환기와 자극이 되었다.
물론 프리랜서 관련 정보에도 너무 유용했다.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뉴먼들의 경험 공유를 통해 항상 견적서 작성하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나만의 견적 기준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다른 프리랜서들을 어떻게 일을 하는지, 계약서를 작성할 때 꼭 확인해하는 항목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좋은 기회로 빌라 선샤인에서 알게 된 분에게 외주 업무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평소 SNS는 눈팅만 했었는데, 프리랜서가 되고 보니 사람들에게 나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현재 퇴사했고, 프리랜서일 하고 있다' 이런 식의 글과 퇴사 후 하고 있는 일들을 SNS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빨리 왔다. 연락 오신 분은 예전 직장 동료였는데 직접적으로 팔로우하고 있던 분은 아니었지만 건너 건너 소식을 듣고 혹시 디자인 외주 업무 가능하냐고 문의가 왔다. 당연히 너무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3~4주 함께 일을 했었고, 너무 감사하게 다른 회사 일도 추천받아서 계속 일 할 수 있었다.
SNS 사진 업로드 이외에도 브런치 글을 보고 연락 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정말 다방면으로 나를 어필하는 채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어필 방법은, 작은 일이라도 나를 믿고 맡겨주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한 번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디자이너,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최고의 홍보 수단임을 느꼈다.
방금 위에서도 말했지만, SNS로 나의 소식을 알리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다. 나 역시 평소 눈팅만 했던 친구 SNS를 보고 콜라보레이션 제안을 했다. 설날 시즌을 맞이하여 지인들에게 줄 선물용 굿즈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취미로 베이킹을 하고 있는 모습을 SNS에 자주 올렸던 모습이 생각났다. 정말 몇 년 만에 연락한 거였는데, 흔쾌히 제안을 받아줘서 정말 재밌게 콜라보라레이션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친구가 한참 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카페 로고 및 패키지 디자인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현재도 시즌별 패키지 작업을 함께하며 인연을 지속하고 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내가 담당하거나 맡은 디자인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지고 디벨롭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프리랜서 업무도 한 번에 몰리는 시기와 없는 시기가 존재한다. 연말에 일이 많을 때는 진짜 '와... 죽겠다..' 싶을 정도록 일이 많았지만 연초가 되고 보니 일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일이 없다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중계 플랫폼 사이트를 이용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이용한 서비스는 '위시켓'이다. 확실히 초기 계약서 및 과업 내용 조율을 잘해주셔서 좋았는데, 결론적으로 중간에 클라이언트가 내부적 이슈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되면서 취소가 되었다.
두 번째로 이용한 서비스는 '아보카도'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로고 제작을 해주는 곳이고 일반 플랫폼과는 다르게 '아보카도 가드너'에 선정되면 매주 일이 들어온다. 그리고 한 프로젝트당 최소 5명~최대 10명의 디자이너가 선착순으로 참여하여 최종 1개의 시안이 낙찰받는 방식인데, 무엇보다도 내가 시간이 있거나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실제로 이용했던 서비스는 '위시켓'과 '아보카도'였지만 그 밖에도 신규 프리랜서 플랫폼을 준비 중인 베타 서비스 등에 포트폴리오를 많이 보내기도 했다.
확실히 플랫폼을 사용하면 중간 조율 및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줄일 수 있는데, 클라이언트와 작업자 간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교감? 이 부족해서 아쉬운 것 같다.
회사 다닐 때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로 문구 디자인을 했다. 그리고 운 좋게 텐바이텐에 입점하여 매달 정산을 받는다. 비록 한 달에 약 10만 원 내외의 수입이었지만 주로 카페에서 작업을 했던 나는 10만 원이면 한 달 커피값으로 충분했고, 최소한의 프리랜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간혹 오프라인 편집 매장에서 사입을 하거나 프리마켓에 참여하며 추가적인 수익을 얻기도 했다. 가장 꿈꾸는 건 프리랜서 수익보다 나의 개인 브랜드 및 상품으로 돈을 버는 것인데... 이건 앞으로 더 노력하고 다양하게 시도해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잠자는 동안에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 정말 잘 돼서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날이 오기를...!
2019년 9월부터 시작한 프리랜서 일은 애초부터 2020년 3월까지만, 딱 7개월만 버텨보기로 스스로와 약속하며 시작했다. 왜냐하면 올해 3월부터는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다 변경되었고 그렇게 나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사실 해외여행을 가려고 했던 이유도 나에 대해 좀 더 알고 솔직해지고 싶어서 떠나기로 결정했는데 그 계획이 무너지니깐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일단은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다시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여전히 나는 방황 중이다.... 이제는 프리랜서가 될 것인지... 회사를 계속 다녀서 안정적인 수입과 경험을 얻을 것인지를 넘어서서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중이다. 한 가지 명확한 건, 무언가 만드는 사람(꼭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된다)으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는 점!
과연 2020년 하반기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