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달아서 못 먹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위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왜냐면 전혀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어떤 간식이나 음료가 ‘너무 달아서’ 포기한 기억이 없다. 20대 초반에 습관을 잘못 들인 이후, 항상 식사 후에는 초코바나 파이 같은 후식을 먹었다.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며 미국인들의 식습관에 더 노출된 후에는 거의 탄산음료를 달고 살았다. 어느덧 웬만큼 단 것들은 전혀 거부감 없이 흡입하는 체질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조금씩 경각심이 생기고 있다. ‘나는 내가 먹은 것들의 총합’이라는 진리가 경험으로 터득되기 시작했다. 정크하게 먹다 보면 정크한 인생이 된다. 건강검진을 시작하며 매 해마다 성적표가 나를 실망시키는 강도가 커졌다(사실 내가 성적표에게 실망을 준 것이지만).
어떤 팟캐스트를 듣는데 미니멀리즘에 기반한 영양사가 게스트로 나왔다. 진행자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세계보건기구(WHO)의 당 섭취 권장량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25g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50g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뭐가 맞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따로 검색을 해서 자세한 사실을 확인해 보았다. 내용인즉슨, WHO에서는 당 섭취량 제한을 50g으로 정의한 것이 맞다. 하지만 우유나 과일 등 자연식에 포함된 당은 측정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 총량을 25g으로 알리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라벨에서 읽을 수 있는 당 섭취량 기준으로는 하루에 25g을 넘기면 안 되는 것이다.
검색해서 읽던 글의 말미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50g은 티스푼 기준으로 대략 12회 정도의 분량이라고 한다. 설탕을 퍼 올린 12개의 티스푼을 상상해 보았다. 굉장히 많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번이나 퍼 먹어도 된다고? 의외로 사람의 몸이 당 섭취에 관대한 것인가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침 내가 자주 마시는 스타벅스 캔커피에는 당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궁금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1500원짜리 '스타벅스 더블샷 에스프레소'라는 제품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미 한 캔을 까서 마시고 있던 참이었다. 캔을 돌려 라벨을 확인해 보았다.
당류 19g
이미 나는 오늘 권장량의 40%를 소진한 것이다. 간담이 서늘해졌다. 다시 라벨을 확인해 보았다. ‘당류 19g’. 자연식을 제외한 가공식품의 당 권장 섭취량. 이미 하루의 80% 분량을 캔커피 하나로 털어 넣은 것이다.
그리고 의아한 것이 하나 있었다. ‘당류 19g’ 옆에는 19%란 숫자였다. 1일 권장 섭취량 기준 19%란 뜻은 권장량을 100g라고 가정했다는 것이다. 왜 WHO에 비해 두 배나 관대하게 적혀있지? 그래서 조금 더 찾아보았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 식품안전처의 기준은 WHO보다 두 배 높은 100g이다. 가공식품 기준으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권장하는 것보다 네 배나 부풀려 놓았다. 간사하다(누가 간사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동서에서 만든 스타벅스 더블샷 에스프레소 제품을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설탕이 많이 들어 있는 줄은 몰랐다. 사실은 그래서 좋아했던 것이겠지. 커피캔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스타벅스 더블샷 에스프레소 & 크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12년 동안 '& 크림'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줄 몰랐다.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