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5위 레스토랑이라는 밍글스에 가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한 번씩 그런 행동을 한다. 내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 사실 청담동 자체를 거의 가지를 않는다. 말도 못 하는 위화감 때문에 항상 움츠리고 걸어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호기를 부린다. 밍글스에 가서 저녁식사를 한 것도 그런 케이스의 일이었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어느 하나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래전 일이라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남아있는 것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거품도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말로는 들어 봤지만 코스 도중에 거품이 나온 것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거품 위에 뭔가 하나 더 있었던 것은 같은데, 지금은 거품만 기억이 난다. 일단 거품을 먹으라고 접시에 담아준 것에서 문화충격 1을 받았고, 그 거품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맛있었다는 것에서 문화충격 2를 받았다.
거품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나 메인으로 나온 양갈비 구이였다. 양갈비 구이는, 와인 소스가 살짝 적셔진 미디엄 굽기로 서빙되었다. 동그랗고 도톰한 아기 주먹만 한 크기였다. 접시는 운동장처럼 광활했는데, 거기에 하나의 붉은 점처럼 양갈비 뭉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메인이라고 해서 뭔가 메인에 걸맞은 크기를 기대했는데, 결국 그것은 나 같은 2류들이나 기대하는 크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비싼 것일수록 아주 조금만 존재해야 한다. 양갈비 구이도 그렇고, 비키니도 그렇다.
평소에 썰어먹는 크기라면 칼질 세 번에 끝나는 작은 양이었기 때문에, 어느 각도로 얼마나 자를지 신중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3분이면 끝날 메인 코스.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신중을 기해 한 조각을 잘라 입에 넣고, 세 번 정도 씹어 보았다. 와인 소스의 풍미가 잠시 입안에 퍼졌고, 그 향이 사라지고 나니 어떤 그리움의 맛이 났다. 뭔지는 모르지만 이전에 만나 본 그런 맛이었다.
언제 만나 보았을까? 잠깐 생각에 잠겨 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더 신중한 자세로 두 번째 조각을 썰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입에 집어넣고 다시 한번 맛을 음미해 보았다. 그제야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게 되었다.
그때 내가 먹었던 양갈비 구이의 맛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었다. 내가 평생 먹어 온 모든 양들의 영혼이 천국에 도달해 한자리에 모여 아기 주먹만 한 크기로 응축된 후, 밍글스의 주방을 거쳐 하얀 접시 위의 이승으로 내려와 나를 다시 조우하는 듯한. 거창하기 짝이 없는 그런 맛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정말 훌륭한 식사였다.
참고로 천국에 가까워지는 계산서에는 지옥에 가까워지는 숫자가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