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독서는 아니지만
아이는 외로운 것 같았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이것저것 가늠하느라 사귀기도 전에 마음을 접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사귀게 돼도 상대를 향한 마음이 매우 커서 다 표현하다 보니 마음의 상향곡선이 최대치를 향할 때 그 사람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듣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상대방이 정말 좋으면 머릿속으로 결혼이든 뭐든 상상할 수 있다. 그건 문제가 아니며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두 사람이 같은 지점에 출발했는데 앞서는 그 마음을 참지 못하고 혼자 빨리 걸어서 저만치 차이가 난다면, 상대방은 앞선 사람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다가 이내 지치게 된다.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섣불리 너무 멀리 나가지 말라고. 이제 막 마음을 열기 시작한 사람에게 갑자기 '결혼'이라는 훅이 들어온다면 놀랄 수밖에 없다. 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그걸 표현해서 상대가 부담스러워 한다면 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귀기 전에 이것저것 생각하고 가늠하느라 시작도 못 하는 게 반복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는 사람을 사귀는 건 책 읽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겉표지나 이름에 호감을 느낄 수 있고 처음엔 여러가지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펼치지도 않고 제대로 읽어보지 않으면 그 책이 어떤지 알 수 없다. 너는 지금 목차만 읽고 덮은 책, 이름만 보고 관심 가졌다가 포기한 책, 시작도 못하고 책꽂이에 꽂힌 책들이 주위에 있는 거야. 일단 관심이 생기면 펼쳐보기라도 해봐. 읽다가 별로면 그만 읽어도 되니까, 완독이 꼭 중요한 건 아니야.
(이로 인해 우리는 인생 내내 읽다가 만 책들이 주위에 쌓인다. 읽다가 그만둔 이유도 제각각이다. 뭐 그런 책들도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데 개미의 눈물만큼 도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등 쓸모없는 책은 세상에 없는 듯하다)
어떤 연애는 우주를 온전히 바꿀 만큼 큰 힘을 지녔고 때론 삶을 충만하게도 하니까, 일단 새로운 책이 생기면 한번 읽어본다는 마음으로 펼치도록 하자. 나도 이제 막 두꺼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죽기 전까지 읽고 있을지완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같은 소설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음.. 죄와벌이 아니었으니 3년 동안 읽고 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우리의 독서에 건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