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지속 여부를 고민할 때 필요한 질문

by 중앙동 물방개

“여행 다니면서 그분과 어떤 얘기를 하시나요?” 회사 후배가 물었다. 우리는 어떤 얘기를 하는가.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딱히 정답을 바라고 물은 건 아니겠지만, 길고 자세히 말하는 것도 왠지 너스레를 떠는 것 같아서 여행지나 관심 있는 이슈, 책과 영화에 관해서 얘기한다고 답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사람과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고민해본 적이 없고 어떤 소재로 얘길 해도 서로 할 말이 있다. 대개 ‘아, 저 사람이랑은 이런 얘긴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각자 너무 다른 의견을 지녀서 감정만 상하거나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지식을 갖춰서 설교가 될 수 있는 경우가 그렇다. 주제에 따른 지식의 양과 질, 관심 여부에 따라 대화 상대와 이야깃거리를 결정하는데 아버지와 정치 얘길 하지 않고 여성을 대상화 하는 인간에게 페미니즘을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때론 어떤 소재가 담긴 상자를 함께 개봉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게 정신 건강상 더 좋다.


일, 여성주의, 인간 심리, 사회문제, 환경, 동물, 개인의 목표, 정치, 가족, 영화, 책 등 나에 관한 것과 우리를 둘러싼 것, 함께 혹은 각자 다녀온 여행지, 지금 여기서 느끼는 것을 끊임없이 얘기한다. 어떠한 소재로도 깊이 있게 얘기할 수 있고 원치 않는 소재는 말하지 않아도 되며 그렇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만들어지는 정적이 아니라 침묵도 이야기만큼 편안하다. 연애나 결혼 모두 관계의 일종으로 이를 영속시키는 것은 대화다. 이미 상대를 다 안다고 판단하면 궁금하지도 않으니 당연히 묻거나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알아봤자 얼마나 알런가. 다 안다고 간주하는 건 그저 더 알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연애상태에 있는 지인이 관계의 지속에 관해 고민을 털어놓을 때, 나는 이 세 가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1. 내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인가(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연설이 아니라)

2. 내가 얘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를 굳이 꺼내서 얘기하는 사람인가(그 소재가 싫다고 말했는데도 계속 얘길 꺼낸다면 당신한테 관심이 없거나 싸움을 우회적으로 거는 것일지도 모른다)

3. 얘기하지 않을 때, 침묵이 어색하지 않고 편안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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