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인데 어떻게 하나가 되나요

by 중앙동 물방개

"결혼하니까 어때?" 라는 질문에 어떤 사람이 "음.. 여자친구가 집에 놀러 왔는데 돌아갈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고 그 아래 완전 공감한다는 댓글이 달려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지인도 이와 비슷한 얘길한 적이 있다. “여자친구가 주말에 집에 와서 함께 노는 건 정말 좋은데, 걔가 밤 11시가 되어도 돌아가지 않아서 고민이야. 그렇다고 이제 가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떤 말을 하든 따라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기에 지인도 불편하지만 딱히 얘기는 못하고 이렇게 토로하는 게 전부였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내 공간에 들어온 이방인’이란 사실엔 변함없고 직장인에게 주말이라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고선 결국 또 다른 노동이 된다. 그래서인지 연인과 주말에 데이트할 때 이틀 중 하루만 만나고 남은 하루는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약속한 건 아닌데 그냥 서로 그걸 원했고 그래서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이는 젠더를 떠나 혼자 보내는 시간의 중요성과 절실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다.


결혼 후 우리의 주말은 이렇다. 느지막이 눈을 뜨고 누운 채로 아침 겸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빨빨거리며 돌아다닌다. 밥을 먹기로 하면 쌀을 얹히고 내가 청소기를 돌리면 반려인은 널브러진 것을 정리하고 욕실을 청소한다. 요리한 사람은 설거지를 면제받고 누군가 설거지를 할 때 다른 이는 세탁기를 돌린다. 그렇게 부산스러운 아침을 보내면 오후 두 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시고 각자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을 한다. 반려인은 서재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나는 거실 테이블에서 글을 쓴다. 늦은 오후가 되면 식탁 앞에 모여 식사를 한다. 먹고 싶은 걸 말하고 그 요리를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만든다. 마주 앉아 먹어도 각자 책이나 신문을 읽기도 한다. 읽다가 재밌는 구절이 있으면 보여주기도 하면서. 이곳엔 명령, 누군가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불평등, 어떤 이가 응당 그 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가 없다. 각자 할 일을 한다는 분위기만 있다.


만약에 함께 사는 사람이(여자/남자친구가 아니라) 갈 때가 됐는데 가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지면 게시판에 글을 써 놓고 동의를 구할 게 아니라, 그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도하는 게 더 낫다. 부부는 각자의 삶을 이삼십 년간 살던 개인이, 어쩌다 한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결혼한다고 해서 둘은 하나가 되지 않으며 둘은 그저 둘이다. 둘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된 이상 둘로 편안하게 공간을 점유하며 살 방안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한 배에서 태어나지 않은 고양이가 각자 영역을 지키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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