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하고 가치 있는 것

by 나연

요즘은 쓸데없는 것들을 많이 생각한다. 학교 일이나 수업 준비 같은 것들과 상관이 없을수록 더 관심을 기울인다. 이를테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에세이를 쓰는 일과 소설을 쓰는 일의 차이에 대해, 가벼운 운동의 효과에 대해, 좋은 풍경이 좋은 노래를 입는 것에 대해. 내가 종사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생각할 때면 꽤 생동감이 들고 자유로운 기분이다. 그중에서도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을 조금 적어두려고 한다.


글 쓰는 일에 매력을 느낀 지는 오래되었다. 생각을 글로 매끄럽게 형상화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고 이를 누군가 읽어 주는 것은 더욱 충만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에세이 장르를 좋아해서 많이 읽기도 하고 언젠가 한 권으로 묶어 써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몇 편의 에세이를 동시에 읽으면서 오히려 에세이가 다소 부속적인 장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에세이 그 자체로 관심을 받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이미 소설을 썼거나 자신의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사람이 에세이를 썼을 때 비로소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그 글을 읽어 준다. 에세이는 개인적인 삶과 생각을 담아내는데, 이건 그 자체로 아주 매력적이지만 그냥 아무개의 이야기를 깊이 들어줄 사람은 많지 않다. 또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는 속에 별것도 없으면서 뭔가 있는 척하며 무게 잡고 쓰는 글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글쓴이의 생각이 빈약하면 너무 감상적인 글이 될 수도, 아니면 어떤 좁은 가치관을 은근히 주입하는 글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깊이도 참신함도 없는 것이다.


글쓰기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언제나 너무 얕고 얇은 내 삶이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글을 읽고 쓰는 일이 내 삶과 조금이라도 얽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구원으로써, 진실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써. 쓸 것이 없어도 그냥 쓰다보면 누군가 우연히 진심으로 공감해 주기도 하려나 그런 생각을 한다. 글을 통해 나의 무용한 것들이 좀 더 가치 있어 지는 것을 보고 싶다. 글쓰기 자체가 그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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