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자주 생각해 온 한 가지는 어디에도 진득하게 발을 깊이 넣기가 싫다는 것이다. 일이든, 사람이든 깊이 엮였을 때의 그 지진부진함과 여러 가지 미묘한 갈등과 번뇌 등이 너무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 처음 코로나를 앓으면서 오로지 혼자 일주일을 지내게 되었다. 그때 비로소 느낀 것은 내가 그동안 일과 사람 사이에서 극도로 피로함을 느끼면서도 공기처럼 그것들을 받아들이며 살았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피곤했구나, 비로소 알게 된다. 어떤 것에 가치부여를 하는 말들이나 꼭 이렇게 해야 한다 또는 절대로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등의 원칙들이 새삼스레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일종의 홀가분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모든 피로한 것들을 거름망에 깨끗하게 걸러내면 나는 행복할까. 가만히 있어보니 약간의 외로움과 심심함이 남았다. 참 모순적이게도 그 심심함이 내 집처럼 편안하다가도 또 어느새 빈 공간에 오디오를 채워 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조용히 지내고 싶다가도 이대로 조용히 없어질 것 같을 때는 자극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많은 시간 심심하게 지내는 나는 의외로 인생이 심심하지 않은 친구들과 꽤 친한 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요즘 뭐가 유행하는지 빠르게 캐치할 줄 아는 사람. 광범위한 사람들의 소문을 빠르게 아는 사람. 자신이 가진 재미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그걸 풀어내고 싶은 사람.
나는 너무 심심한 시기를 지날 때 그저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편을 택한다. 그렇게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또 그 많은 말과 소문들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는 그 시간을 즐기며 재미있어 하지만 성향상 너무 오랜 시간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힘이 든다. 힘에 부쳐 대화를 자주 할 수 없는 것이 그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는 데 어려움을 줄 수도 있지만, 가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만으로 스스로 균형 있는 상태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심심함과 피로함을 적당히 어깨에 얹고 살아가는 게 보통의 날들 같다. 때때로 너무 심심하거나 피로해지는 예민한 나를 데리고 우울하지도, 들뜨지도 않게 지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지금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아낸 후, 심심함을 먹일지 피로함을 먹일지 진단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그럭저럭 잘 살아가기 위해 심심함에 피로함을 한 스푼 얹어 적당히 섞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