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드디어 기다리던 주말이 왔으나 어쩐지 생각보다 즐겁게 보내지 못한다. 무엇을 해도 나의 평일이 제대로 보상받고 있지 않다는 느낌의 갈증을 앓는다. 별 다른 약속을 잡지 않은 주말에는 가만히 누워있는 시간만 많으니 잘 노는 것은 여전히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종종 가만히 집에서만 쉬는 것도 싫어하면서 활동적인 뭔가를 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한다. 허한 마음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누워서 유튜브 영상만 눈으로 좇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면서 인생 노잼 시기를 헤쳐나가 보자고 생각한다. 많이 움직이지 않고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함. 글을 쓰는 동기란 주로 이런 사소하고 심심한 이유이다.
딱히 쓸 것도 없으니 내가 선호해 온 글 쓰기란 어떤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글을 쓰는 행위는 키보드에 손을 얹는 간단한 행동으로 시작되는 메리트가 있고, 나가기 위해 씻고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며 돈은 얼마나 쓸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심적 허들이 꽤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것이 짧은 일기글을 쓰는 정도라면 그리 어렵지 않다. 아무 내용이나 내키는 대로 쓰면 되고 문구를 세련되게 정리해야 할 필요성도 크게 없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조금만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글을 쓰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다. 갑자기 한 글자도 쓸 수가 없다.
그 결과 나는 그저 일기만 쓰게 되었다. 일기란 촌스럽지만 굉장히 진실한 공간이었고, 나의 늙어가는 마음을 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의 보이지 않은 글들은 언제나 보이고 싶은 흑심을 품고 있었으면서도 결코 밖으로 드러나려 하지 않는 수줍음의 결정체로 존재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멋진 글을 우연히 읽게 되면 '역시 나는 누구한테 내 글을 보여줄 깜냥이 될 수 없겠다'며 새삼 나의 위치를 확인하곤 했다. 게다가 글을 길게 쓰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러니 남에게 드러나는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게 꼭 드러내야 의미가 있는 걸까? 나만의 생각을 능동적으로 한 편의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건 아닐까? 해야 할 일들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느라 지친 마음을 글쓰기를 통해 조금 걷어낼 수 있다면 그것도 정말 좋지 않나 싶다.
보여주는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저 피곤과 권태 속에 가라앉는 정신을 구제하기 위해 글 쓰기를 해보자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줄 그날을 전혀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미 글 쓰기 그 자체가 의미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스스로 새겨두고 싶다. 그저 내 마음이 잘 보이도록 닦아내는 글자를 쓰고, 보다 건강한 월요일을 맞이하기 위해 수줍은 글 쓰기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