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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chan Ahn Oct 11. 2020

4년째 발의만 되고 통과가 안된 법안 통과시키기 [1]

몇 사람의 시민이 지지부진한 법안 통과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인가?

아니 도대체 임신 중 육아휴직 같이 이렇게
초당적인 법안이 왜 통과가 되질 않는거야?


아내와 저녁에 산책을 하면서 내가 한 말이다.


최근 몇 주 간의 일련의 일들은 이 말 한마디에서부터 행동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 임신과 육아휴직


나와 아내는 한국의 평범한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고 있지만 늘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개똥철학을 서로 침튀기며 이야기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부부가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것은 참 큰 복인 것 같다.


어쨌든 다시 돌아가서 여느 젊은 부부들과 다르지 않게 우리 또한 앞으로의 자녀 계획을 하고 있다. 특히 주변의 또래 부부들이 하나 둘 씩 출산을 하며 우리도 이제 2년 넘게 신혼을 보냈으니 때가 되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올해부터 더욱 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내의 임신 중 출근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내는 평소에도 걱정이 적지 않은 편인데 임신을 한 상태로 (아직 하진 않았지만) 출근을 한다는게 아무래도 부담과 걱정이 큰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출퇴근 왕복 2시간 이상인 먼 거리의 직장에, 코로나 상황인데다가,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업무 환경에 평소 체력이 약한 편이라 더 그럴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유산 등의 아픔을 겪는 사연도 왕왕 들은 터라 더욱 염려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비와 같은 소식이 들렸으니 그것은 바로 2020년 8월 27일에 정부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0명대의 저출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재 출산 45일 전부터만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을 그 전에 임신 중에도 쓸 수 있도록 바꾸도록 하겠다는 기사였다!


출처: 한경닷컴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2008271666o


이 기사를 보고 아내와 나는 이것은 거의 하늘이 주신 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함을 느꼈으니...




언제 통과될지 기약이 없다


사실 우리 부부는 나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실제로 어떤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본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이런 법안이 발의되었으니 통과가 곧 되겠거니 하고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우리의 자녀계획 및 실제 임신기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리서치를 해보게 되었다. 그러다 우리는 경악할 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정부에서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을 쓰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한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심지어 4년전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매년 해왔다는 것이었고, 결국 4년간 법안은 통과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이게 사실입니까?? 17년부터 매년 내년에는 된다고 했다니..


사실 우리는 이런 법안이 발의되었다, 혹은 정부가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보도자료들을 보면 그렇게 될 것으로 으레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임신 중 육아휴직은 게다가 여야 모두가 이견이 크게 없는 공감하는 법안이었다. 육아휴직 기간이 늘어나는게 아니기 때문에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큰 저항이 없을만한 그런 어떻게 보면 통과가 충분히 되었어야 할만한 그런 쉬운(?) 축에 속하는 법안이었다. 그럼에도 왜 지금까지 통과가 안되었을까?


우리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쩌면 올해도 우리가 생각한 것 만큼 빠르게? 혹은 아예 통과가 안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의안(제2101154호)의 대표발의자이자 이 법안에 대해 예전부터 주창해왔던 한정애 의원의 의원실에 연락을 해보고 현재 진행사항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소관위-법사위-본회의 통과라는 긴 여정


우선 한정애 의원실에 아내는 메일을 보내고, 나는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았다. 의원실의 보좌관님(이신것같다)이 연락을 받으시고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국회는 아래와 같이 18개의 상임위원회가 나누어져 있고 각 분야의 법안을 미리 심사하고 그 후에 법사위에서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본회의에 올리기 전에 검토를 한 후 통과가 되면 드디어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이 되고 거기에서 통과하면 드디어 입법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저처럼 잘 모르셨던 분을 위해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임신 중 육아휴직에 관련된 의안은 노동법과 관련이 있어서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의안이 상정이 되어 있으나 아직 논의가 되고 있다고 설명을 해주셨다. 현재는 한정애 의원님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셔서 아무래도 환노위의 위원장인 송옥주 의원실에 연락을 해보면 좋겠다는 얘기도 해주셨다. 아래는 한정애 의원실에서 답변 주신 내용 캡쳐이다.

 

예상보다 매우 친절히 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송옥주 의원실에도 연락을 해봤는데 역시나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셨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빠른 시일 내에 심사를 하여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빠른 시일 내에 심사하도록 최선을 다하신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감사하다고 하고 끊었지만 뭔가 아쉬워서 위에 알려주신 의안정보시스템에 가서 현재 상황을 보았다.


이런 시스템이 있는지도 몰랐다

보니 이미 9월 15일에 2차 전체회의에서 상정이 되어 논의가 되었다고 되어 있었다. 이 법안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하여 회의록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찾아본 결과, 임신이라는 단어가 나온 건 마지막 쯤 한번 밖에 없었다...!? 아래는 회의록 발췌.


임종성 위원님 직접 발의하신 법안이 아닌데 챙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임신중 육아휴직 법안은 이날 상정은 되었지만 논의가 되지 않고 빠져서 지나가버린 것이었다.


아니 왜!? 임종성 의원이 언급하지 않았다면 이야기 안되고 지나갔을 것이다. 송옥주 위원장님은 누락이 된 것 같으니 22일 회의에서 논의하자고 하셨는데 그 이후 진행된 모든 환노위 회의를 살펴보아도 이 법안이 안건으로 상정된 회의는 없었다. 어쩌면 15일에 상정이 되었으니 논의 된 줄 알고 지나가도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날 상정된 의안만 100개가 넘었기 때문이다. 다 각자 중요한 법안이겠지만, 또한 그런 것이 너무 많다 보니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이 흐트러지고 잊혀지기가 또한 쉬워 보였다.


그래서 잊지 마시라고 이번에는 송옥주 위원장님과 더민주와 국민의힘 양당 환노위 간사분들께도 또 메일을 썼다. 잊지 말고 챙겨봐달라고 말이다.




국회의원에게 가장 쉬운 선택


우리가 임신 중 육아휴직 법안에 대해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 빠른 본회의 통과 및 시행이다.


메일을 보내고도 뭔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친구와 이런 지지부진한 진행사항을 혹시 기사화 하거나 공론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가 이야기했다.


공론화나 기사화 되기 어려울 거 같은데? 왜냐면 이게 만약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안하기로 말을 바꾸었거나 아니면 법안에 큰 구멍이 있다거나 한게 아니라 추진을 하긴 할건데 계류중인거잖아? 그런 법안이 너무 많으니깐..


그러고 나니 아래의 기사가 생각났다.

15000개가 넘는 법안이 폐기되었다.


정말 많은 법안이 폐기되었다.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면 폐기된다.


그 중에는 4년째 얘기만 나온 임신 중 육아휴직 법안도 있었고,

8년째 얘기만 나왔던 주취감경 금지법안도 있었고,

20년 전부터 발의만 되었던 스토커방지법도 있었다.


사실 모든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는 법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많은 경우는 정치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각 당과 정부, 이해집단들의 치열한 논의와 싸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당과 국회의원이 어떤 법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때에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반대하는 것도, 변경하는 것도 아닌 그냥 결론을 내지 않는 것이다. 법안 취지에 공감하지만 논의해야할 부분이 많이 있고 국민 정서가 나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논의를 해야할 것 같다는 무결론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가장 파장이 적고 조용히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는 것이다. 왜냐면 사람들은 그런 경우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
라는 영국 정치가 윌리엄 글래드스턴이 남긴 말이 생각났다.

법이 통과되었다면 보호받았을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있었을까?


법은 이해관계자가 이익집단으로 뭉쳐져 있을 때에는 더 쉽게 주목받고 쉽게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왜 이런 법안이 아직까지 통과가 되지 않는거지!? 라고 생각하는 법안들의 대부분이 특정 이익집단과 관련되어 있는 법안이 아니라 뭉쳐져 있지 않은 대중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인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대중들은 뭉치기 어려우니깐.


다시 처음의 나의 질문이었던 "아니 도대체 임신 중 육아휴직 같이 이렇게 초당적인 법안이 왜 통과가 되질 않는거야?" 로 돌아가보자.


그 이유는 우리가 충분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충분히 목소리를 모으지 않았기 때문일터이다.


앞으로도 그냥 그럴 것인가?


우리 부부는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게된 이유도 있지만 그 부분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얘기하도록 하고...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아래 국민 청원을 올렸다..!!


https://bit.ly/Pass-the-bill


이렇게 글을 써놓고 기승전 따봉요청이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ㅎㅎ

사실 우리도 이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다. 처음 해본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앞으로도 어떤 의원실에서 어떤 연락이 오는지, 어떻게 의안이 논의가 되는지 중간중간 여러분들과 공유를 해보고자 한다. 4년째 발의만 되고 통과가 안된 법안 통과시키기 [1] 로 시작했는데 [9]편이 넘어가기 전에 통과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번에 특히 더민주의 안호영 환노위 간사님과 국민의힘의 임이자 간사님 두 분께 동시에 메일을 보냈는데 어떤 곳에서 먼저 연락이 오거나 혹은 행동을 취하시는지가 매우 궁금하다. 다음 편에서 아마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보낸 메일이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보여주시면 감사하겠고... 청원 취지에 공감하시면 동의 혹은 공유도 부탁드린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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