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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chan Ahn Nov 16. 2020

4년째 발의만 되고 통과가 안된 법안 통과시키기 [3]

올해는 더 이상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고요!?


아니, 올해는 더 이상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고요!?



지난 주중에 노동소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실에 전화하여 들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이다. 어떻게 하다 이런 대답을 듣게 되었을까?





그간 있었던 일


지난번 글을 쓰고 3주가 좀 넘게 지났다.


텀이 좀 길어진 이유는 개인적으로 일이 있기도 했고, 또 딱히 진전이 없어서였기도 했다.


그간 임신 중 육아휴직 법안(의안 제2101154호)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는지 되짚어보자면..... 아래와 같이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아직 갈 길이 매우매우매우 멀다


지난 10월은 국정감사로 아무것도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이번 11월에는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국민청원은 뜨거운 성원 하에 544명으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국민적 관심을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이 있지만 그래도 이 청원을 통해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500명 넘게 있다는 점이 힘이 되었다.

하얗게 불태웠다...


또한 ‘서울여성노동자회’에도 연락하여 지지를 요청하였다. 활동가님께서 답변을 주셨지만... 약간 잘못 알고 계신 부분이 있긴 했다.


그래도 인생을 바쳐 수고해주시는 노력 감사드립니다


임신 중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라 국무회의 의결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법안 통과가 되어야지만 법이 바뀌어서 효력이 생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만 4년 동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나의 글을 읽고 아는 기자분께 기사화해주시도록 요청을 해주신 분이 메일도 주셨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혹시 주변에 아는 기자분 있으신 분이나  글을 보시는 기자분 있으시면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이 끝까지 노력해봐요!


그리고 지난 주중에는 결국 현재 키를 쥐고 있는 노동소위 양당 간사인 안호영 의원실과 임이자 의원실에 전화를 하였다.





국회의원실에 전화한다는 건?



안녕하세요,
궁금한 게 있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사실 평소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면 보통 내가 누군지 먼저 밝히는데 국회의원실에 전화할 때는 사실 내가 딱히 누군지 밝히기에는 그냥 시민이기 때문에 그냥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한다고 한다.


그럼 보통 전화를 받는 의원실 소속 분들은 꼭 되물으신다.


어디에서 전화를 주셨나요?


혹은 "어떤 단체 소속 아니세요?" 그렇게 물어보기도 한다.  


"아 네 저는 그냥 시민입니다"


그러면 보통은 "아 네" 그러고 만다. 왠지 안심하는 눈치이기도 하고? 그렇다. 만약 어떤 기자나 유력한 단체에서 전화하면 다르게 대처할지도 모르겠다. 단체를 만들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ㅋㅋ


전화를 하고 나면 보통은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시고 잘 전달하겠다고는 하시는데 이게 진심으로 그렇게 전달하시는지, 아니면 말만 그렇게 하시는지 알 도리가 없다.


물론 이해가 가는 면은 있다. 이 육아휴직 법안 하나를 위해서 몇 번을 전화하는 나도 있는데 나뿐이겠는가? 나보다 직접적으로 어떤 사건 때문에 어떤 법안의 통과가 꼭 필요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전화는 오니 받는데 이런 전화가 한 둘이 아니니 하나하나 챙기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전화를 하는 시민 입장에서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왜냐면 진행사항에 대한 Visibility (가시성)가 없기 때문이다. 메일을 보내도 어떻게 처리되었다 라는 답장도 없고, 전화는 만무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의원실에 그럴 의무가 없다. 


그리고 의무가 없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데 조금 뒤에 왜 그런지 이유가 나온다.


어쨌든 안호영 의원실에 전화하여 이래저래 상황 설명을 하고 왜 임신 중 육아휴직 법안이 통과가 안되는지 왜 회의에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는지 물어보니 전화받으신 분이 대뜸 "아니 그런 고급 정보를 어디서 얻으셨냐?"는 질문을 하시는 거다.


음 이건 고급 정보가 아니라 국회 홈페이지 가면 다 나오는 공개된 정보이고 나는 그냥 관심을 더 가지고 보고 있기 때문에 아는 것이라고 답하고 꼭 회의 때 이야기해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임이자 의원실에 전화하였다. 회의에서 꼭 빨리 통과를 시켜달라는 이야기를 드리며 다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언제 열리는지 여쭤보았다. 그러니 흠... 하시면서 "내년 1월 정도이겠네요?"라고 하시는 거다!


내년 1월이요?


아니 지금이 11월 초중순인데, 왜 이렇게 늦게 열리냐고 물어보자 "원래 예산위도 하고 그러다 보면 보통 한두 달 걸리고 그렇게 보면 내년은 돼야 한다, 보통 그렇다" 고 대답했다.


아니.. 가장 최근 회의가 9월 말에 열렸었는데 그 다음이 거의 네 달이 지난 다음 회의가 열린단 말인가?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일한다는 건 법안을 발의하고 심의하고 통과시키는 것이 주 업무일 텐데 4개월 만에 한번 주 업무를 하는 게 말이 되나?


그러나 뭐 그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나는 바로 환노위 홈페이지를 가서 최근 3년간의 회의 자료들을 보았다. 고용노동소위원회의가 한 해에 얼마나 열렸는지 회의를 검색해보니 정기회 임시회 합쳐서 다음과 같았다.


17년도는 15회

18년도는 19회

19년도 7


그리고 대망의 올해 2020년도는..... 총 4회였다.


4.... 4회?

 뭐 물론 5월 30일부터 21대 국회가 출범했으니 백번 양보하여 올해는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임이자 의원실의 담당자님께서 이야기하신 것처럼 3-4개월에 한 번 법안소위 회의를 하는 게 보통인 건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의무가 없으면 생기는 일


구글에 가서 소위원회 관련하여 좀 검색을 해보니 몇 분 만에 아래와 같은 검색 결과가 나왔다.


'일하는 국회법'이라는 멋진 이름의 법안이 작년 통과가 되었는데, 이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 심사를 하는 소위원회 회의는 매월 2 이상 개최하도록 하였다.  


월 2회만 해도 사실 꽤나.. 꿀이긴 한데
맞지 맞지


정말인가 싶어 법령을 찾아보았는데 맞았다.


심지어 폐회중에도 활동이 가능한데...


아니 그러면 말이 안 맞지 않은가? 법대로 하자면 10월은 물론이고 11월, 12월 적어도 총 4번은 해야만 하는 게 맞다. 그러면 법안 소위 통과는 꽤나 빠르게 진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법령이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발효되고 난 이후에도 그다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규정보다는 경험이 우선이니 의원실에서 일하시는 분도 ‘소위원회는 3-4달에 한번 하는건가보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의무가 많지 않은 국회의원의 일



사실 이상적인 것은 강제조항이 없더라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법들을 많이 만들라고 국회의원을 뽑았는데, 본연의 업무는 늘 뒤가 되는 것 같다. 왜냐면 피드백이 없기 때문이다.


피드백이라 함은 

기사화 

공론화 

언론의 조명을 받는  등일 것이다. 


법안을 열심히 통과시키는 것보다는


국감에서 좀 더 호통 잘 치고,

막말을 잘하는 것,

찬반이 극명히 갈리는 사안에 대해 자신의 지지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는 일 


등이 오히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필요한 법안을 꾸준히 잘 통과시키는 일은 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다.


“[only] what gets measured,
gets managed.”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하지 못한다.


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가 한 유명한 말이다.


아까 Visibility (가시성)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우리는 현재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고 있지 못하다.


데이터가 없으니 이슈화되는 자극적인 것으로만 국회의원들을 주목하고 판단하게 되고 국회의원들은 자연스레 반응이 오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정보가 현재 수집되고 공개되어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열린국회정보포탈의 의정활동 통합 현황을 들어가 보았다.

여러가지 데이터가 있긴 해서 그 중에 가장 흥미로운 데이터를 엑셀로 한번 분석해보았다.


21대 국회 상임위원회별 법안처리 현황이다.


차트를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1대 국회 5개월간 얼마큼 일했는지 좀 단순하지만 계류법안과 본회의 처리 법안의 비율을 보았다.


차트를 보니 국토교통위가 어찌 되었건 가장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중이다 (물론 좋은 법안을 통과시켰는지는 여기서 이야기해주진 않는다) 우리의 환경노동위원회는 현재 2 법안을 본회의 처리했고 그중 통과된 것은 5개월간 1 법안뿐이다.


분발하시라고 하고 싶다.


열린국회정보 포탈에 아쉬운 점은 국회의원 개인의 활동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왜 다른 정보는 엑셀부터 표, API로 까지 정보가 있으면서 국회의원의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 출결사항만은 왜 pdf 파일로만 제공이 되는 것인가!?  


매우 그 저의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만약 각 국회의원의


회의 출결사항,

발의 법안 수,

발의 법안 본회의 통과 비율,

회의 시 발언 횟수 등등


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웹사이트가 있다면?


그리고 계류 법안 수와 계류 기간 등에 대해서도 쉽게 볼 수 있다면 좀 더 어디에서 막혀있는지, 누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등에 대해서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분들이 그런 데이터를 가지고 기사를 쓰기에도 더 쉬울 것이고 우리가 선거 시에 참고하기도 더 좋을 것이다. (혹시 이런 거 가능한 개발자분 있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미국의 어떤 뉴스 앵커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Don't listen to what they say,
watch what they do.
그들이 하는 말만 듣지 말고, 그들의 행동을 보라


열심히 해서 통과시키겠다는 의원(실)의 말은 이미 많이 들은 것 같다. 그러나 행동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다.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여러 당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발의도 하고 있다.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법을 발의해도 내년 1월이 되어야 소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지금 봐서는 그 전에는 회의가 안 열리니깐 말이다.


그러는 사이에 하루 여섯 분의 노동자분들은 돌아가시고 계신다.


법이 통과되기까지 지지부진하게 지나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정말로 값진 시간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산업재해기업에서의 재해 재발 비율은 95%가 넘는다고 한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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