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SF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꿈과 철학을 형성한 머스크는 ZIP2와 X.COM이라는 두 개의 회사를 설립하여 성공시킨 댓가로 벌게된 엄청난 돈으로 화성 탐사라는 인생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화성 탐사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사업을 20대 후반까지 꿈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는 철이 들지 않는 야생마 같은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철이 들지 않은 사람은 머스크 이외에도 많았다. 당시 미국에는 ‘Mars Society(화성 협회)’라는 이름의 화성 탐사 연구 모임이 존재하고 있었다. 1998년 NASA의 엔지니어이자 작가였던 ‘로버트 주브린(Robert Zubrin)’이 주도해서 만든 이 모임은 1970년대 말부터 나타난 화성 관련 소규모 모임들을 규합하여 만들어졌다. 적은 수의 멤버였지만 꾸준히 활동을 하던 화성 협회 모임에 머스크가 처음 참석을 하게 된 것은 2001년이었다. 이 당시 머스크는 내부 갈등으로 인터넷 은행 페이팔의 CEO 자리에서 밀려나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 업무에서 배제돼 있던 그 시간에 일중독자인 머스크는 다음에 할 일을 찾고 있었다. 이곳에서 화성 탐사 관련 정보를 습득한 그는 차근차근 자신의 꿈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해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NASA 홈페이지에서 화성 관련 계획을 찾아보려던 머스크는 화성 탐사 관련 계획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머스크 생각에는 1969년 달착륙 이후의 인류에게 다음 목표는 당연히 화성 개척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는 인류가 항상 진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문화는 퇴보할 수도 있는 양방향적 속성을 가진 것으로 보았다. 이집트 피라미드, 로마 수로 등 인류가 이룩한 앞선 기술들이 지금 존재하지 않는 것은 후대의 인류가 이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주 기술 역시 계속해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만 그나마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우주 개발이 계속되어져야만 하고, 그 임무를 자신이 수행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스페이스X는 시작된 것이다.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으로 미국은 달 착륙선을 먼저 성공시키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소련의 몰락으로 그 시기가 지나고, 이제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된 미국은 더이상 우주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주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NASA의 예산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이 실패할 때마다 국가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 시기 미국 정부는 국가에서 주도하던 우주 개발 사업을 조금씩 민간 회사로 이양하면서 예산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머스크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SF 소설의 영향인지 그는 인류가 지구라는 행성을 벗어나 다른 행성에서도 거주가 가능한 다행성 종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드는 일에 자신이 역할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주 허황된 목표처럼 보이는 화성 개척의 꿈, 그 시작으로 머스크가 처음 생각한 것은 화성에 온실을 만들어 먼저 식물을 키워보자는 ‘화성 오아시스 계획’이다. 화성 거주라는 황당한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단계를 식물을 키우는 온실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 것이다. 그가 다른 몽상가들과는 다른 상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화성에 작은 식물 온실을 만드는 계획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 머스크는 화성으로 쏘아올릴 로켓을 구하는 것으로 자신의 꿈을 시작하게 된다.
화성 협회의 소개로 러시아 로켓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러시아를 3번이나 방문한 그는 그런데 엄청나게 비싼 로켓 가격에 놀라게 된다. 아무리 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둔 상태라고는 하지만 로켓을 구매하는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높은 가격이었다. 사실 머스크가 러시아에서 만난 사람들은 미국에서 로켓을 구입하겠다고 날아온 머스크가 정상으로 보일리 없었다. 로켓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그들은 원가의 몇 배나 되는 금액을 달라고 요구했고, 그 금액으로는 로켓을 구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큰 장애물을 만난 머스크는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로켓의 부품 가격을 모두 합쳐서 계산해 보고 로켓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켓 부품 재료비가 로켓 가격의 3% 밖에 하지 않는다는 것을 계산으로 알게되자, 그는 직접 로켓을 만들기로 결정해 버린다. 부품을 모두 따로 구입해서 조립한다면 당시의 로켓 가격보다 아주 싼 가격에 로켓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회사가 바로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2002년 5월 설립되었고, 회사의 목표를 2003년 9월 첫 로켓 발사와 2010년 화성 무인탐사선을 보내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는 회사의 첫 로켓 이름을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우주선 ‘밀레니엄 팰컨(Millennium Falcon)’을 연상시키는 팰컨1호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