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미래를 바꿀 혁신
스포츠카를 뛰어넘는 성능의 고급 전기자동차라는 컨셉트로 사업을 시작한 테슬라는 처음 시장에 내놓은 ‘로드스터’라는 제품으로 바로 세상을 흔들어버렸다. 이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에게 전기차는 느리고 오래 달리는 것이 불가능한 친환경차였다. 매연을 내뿜지 않아 좋지만 느리고 주행거리가 짧은 장난감 같은 차라는 이미지를 전기차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기차의 가장 핵심은 역시 배터리 부분이었다. 어떻게 빨리 달리면서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를 만들 수는 없을까가 초기의 전기차 개발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차를 만들 경우, 당연히 전기차의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비싼 전기차를 개발하기도 어려웠지만, 이걸 기꺼이 사줄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는 어떤 전기차를 만들어야 시장에서 성공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기존의 멋진 스포츠카를 뛰어넘는 수준의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멋진 외관을 가진 전기차만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그는 테슬라 개발자들을 사정없이 괴롭혔다.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차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가차없이 불호령이 떨어졌고, 그의 스파르타식 업무 스타일에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물로 세상에 나온 테슬라의 첫 차 로드스터는 대박이 났다. 그 뒤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는 테슬라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 회사로 만들어냈다. 벤츠나 BMW 같은 세계적인 명차를 만드는 회사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된 것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그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율주행’이다. 내연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바꾼 엄청난 혁신으로 이제 자동차는 서서히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제품으로 변해가고 있다. 자동차가 전자제품이 되면서 기존에 자동차 안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행태 역시 빠르게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즐기는 것처럼 변해가고 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차량 이동 중 영상 콘텐츠 소비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제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차가 대중화된다면 자동차는 말그대로 콘텐츠 소비의 중심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오픈AI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큰 관심을 보여주었던 머스크는 ‘뉴럴링크’라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회사를 설립한다. 인간의 뇌를 감싸고 있는 두개골 뼈에 작은 구멍을 뚫고 여기에 가는 전기선이 달린 칩을 연결하여 컴퓨터와 뇌를 연결한다는 발상은 상당히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도대체 이런 짓을 왜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이런 연구의 목표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지배받지 않기 위해서라니 너무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BCI(Brain-Computer Interface)라고 불리는 이 연구는 사고로 몸이 마비된 환자를 위해 시작된 것이라 한다. 사고로 뇌의 명령이 신체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줄 엄청난 기술이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로 출발한 것이다. 아주 소수의 환자들을 위한 연구라서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기는 어려운 영역이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머스크가 관심을 보이면서 이제 BCI는 미래에 각광받는 첨단 기술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의학적 목적이 강했던 이 기술을 머스크는 인공지능으로부터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핵심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무적의 인공지능이 지배하게 될지도 모르는 인류의 미래를 막기 위해서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려고 한다는 그의 당돌한 아이디어는 어떤 면에서는 어의가 없지만, 사람들은 스페이스X와 테슬라로 그가 보여주었던 성공때문에 이런 황당해 보이는 사업 역시 미래의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앞의 두 회사에 비해서 당장 미래를 변화시킬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힘들지만, 이번에도 머스크는 사람들을 흥분시키며 BCI의 잠재력을 하나하나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의 이런 무모해보이는 시도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생각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되는 놀라운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회사들은 하나하나가 우리의 미래를 혁신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미래의 목표를 위해 투자를 기약 없이 지속하는 무모한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 먼 미래에 달성 가능한 꿈을 추구하면서도 현재의 시장에서 큰 수익을 만들어내는 현실적 사업감각이 그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것이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매출을 만들어내면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사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의 시장 가치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머스크는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이기도 하다. 미래의 혁신자로 시장의 확실한 믿음을 받으며 회사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회사들이 추구하는 혁신은 콘텐츠 창작과 소비의 기존 관행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것으로 예측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