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희망퇴직 #인생
사실 제목을 저렇게 썼지만, 거창한 내용은 없습니다. ⏤ 매번 그랬듯이 ⏤ 그냥 오늘 하루 저에게 있었던 하루의 짧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 밖에 안됩니다. 롤러코스터 타듯이 스펙터클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제목 그대로 삶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평탄하지 않고 평범함 하루였으나, 돈을 쓸 수밖에 없었고 아끼고 싶었으나 먹고살기 위해 써야 할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힘들게 돈을 모아도 나도 모르는 돈이 나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09:00 AM
우선 며칠 전부터 말썽이던 노트북을 수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이곳저곳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알아봤습니다. 아! 그런데 여긴 제주인데, 1주일 뒤면 집에 가는데 그냥 서울 가서 수리를 할까? 아님 그냥 두면 언젠가는 또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어제오늘 아침까지 계속해서 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오늘은 토요일이니 일찍 문 닫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가보자! 생각하고 1시간 10분 거리의 제주시내로 달렸습니다. 수리를 맡기고 제발 메인보드나 다른 쪽 이상이 아닌 단순 먼지로 인한 클리너 정도로만 끝내 달라고 빌고 빌며,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12:14 PM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난 뒤, 다가올 10호 태풍 하이선을 맞이 하기 위해 장을 보고 가는 길에 찍은 비행기 사진입니다. 그리고 1주일 뒤엔 제가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13:30 PM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서울보다는 수리비가 당연히 1.5배 정도 비쌌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수리를 해서 시간 내에 전달받아 이렇게 글을 쓸 수가 있었습니다. (만약 글을 못쓴다면? 노트북은 아마 수리 안 하고 뒀겠습니다.)
15:20 PM
평소 가고 싶었던 카페를 갔으나, 기대했던 김 00 바리스타님은 서울 출장 중이었습니다. 에스프레소 한잔이 6천 원이나 하는 사악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와인처럼 느껴지는 묵직한 바디감이 계속해서 홀짝거리게 만들어주었으며, 마시는 법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친절하게 대해주신 바리스타분께도 감사했습니다. 기분 좋게 다시 집으로 출발하였으며, 뭔가 잊어버린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6:35 PM
집에 오고 나서 제 일기장에서 발견한 "카페 바로 옆 갤러리 방문"이라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아! 다시 갈 수 있을까..? 그렇다, 삶이란 그렇다. 너무 완벽한 하루는 없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