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이언 돔' 행정명령 서명
| 202502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도미사일 및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한 외국의 공중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월 27일(월) 발표된 행정명령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피트 헥세스(Pete Hegseth)는 60일 이내에 우주 기반 운동 에너지 요격 시스템(space-based kinetic interceptors)을 포함한 방어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만 46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쏟아졌고, 이 가운데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상대적으로 다른 행정명령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덜 다뤄진 편이다. 그러나 미국의 아이언 돔,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관한 내용은 우리에게 '남의 일'일 수 없다. 우리는 중국, 러시아, 북한을 모두 인접국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은 미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 정책에서 큰 전환점을 의미한다. 과거 미국의 방어 전략은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국가로부터의 제한적 공격에 대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에 담긴 내용은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으로부터의 대규모 공격까지 방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했던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 노력을 언급하며, “이전 프로젝트는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목표 달성 전에 취소되었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개념은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도 논의되었으며, 2016년 의회에서도 재부상한 바 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동안 미사일 방어 체계 확장을 촉구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 전략방위구상)는 미국 이 소련 의 대륙 간 탄도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소련이 ICBM을 발사하더라도 공중에서 격추해 핵전쟁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미사일 방어 계획은 당시 비판자들로부터 “스타워즈(Star Wars) 프로젝트”라는 별칭을 얻으며 비현실적인 구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여러 연구에서도 우주 기반 요격 시스템 및 레이저 방어 시스템이 크기, 비용, 대응책에 대한 취약성 등의 문제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로는 1987년과 2004년 미국물리학회(APS) 보고서, 그리고 2012년 미 의회가 의뢰한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ies) 보고서 등이 있다.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핵심 개념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핵심 개념은 요격기를 평범한 인공위성으로 위장하여 궤도에 배치하는 것이다. 요격기는 미사일 발사 지역을 감시하다가 발사가 감지되면 궤도를 이탈해 미사일과 충돌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상 기반 방어 시스템과 비교할 때, 우주 기반 방어망의 가장 큰 장점은 발사된 미사일과의 근접성이다. 이를 통해 부스트 단계(발사 직후)에서 요격할 수 있어, 미사일이 다탄두(MIRV) 또는 기만탄(decoy warheads)을 배치하기 전에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격 시스템이 과도한 비용 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우주에 요격기를 배치하려면 특정 시간대에 목표를 요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량이 필요하다. 2018년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을 방어하려면 최소 300~400기의 요격기가 필요하며, 이란과 같은 더 큰 국가를 방어하려면 더 많은 요격기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2012년 국립과학원 보고서는 북한을 겨냥한 요격 시스템 구축 비용만 3,000억 달러(약 4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이 비용을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했으며, 2017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전 세계 방어 시스템 구축 비용을 670억~1,090억 달러로 추정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비운동(non-kinetic) 역량’도 언급했다. 여기에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에서 구상했던 우주 기반 X-레이 레이저 시스템과 같은 개념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 물리학자이자 핵 위협 감소를 위한 물리학자 연합(Physicists Coalition for Nuclear Threat Reduction) 공동 창립자인 프랭크 본 히펠(Frank von Hippel)은 우주 기반 레이저 방어망 구축에 수백 개의 위성이 필요하며, 이는 엄청난 비용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왜 다시 '스타워즈 계획'을 꺼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발사 비용 감소가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망을 보다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8년 당시 국방부 연구·공학 담당 차관 마이클 그리핀(Michael Griffin)은 1,000기의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200억 달러(약 27조 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5년 1월, 전 국방부 관리 로버트 수퍼(Robert Soofer)는 “4년 전 예상 비용이었으며,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이 수백~수천 개의 저비용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비용은 이보다 훨씬 낮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보다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가 제안한 방어 시스템처럼 전면적인 계획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우주 전문 매체인 스페이스뉴스(spacenews.com)에 공동으로 기고한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클레이튼 스워프(Clayton Swope)와 톰 카라코(Tom Karako)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989년, 저궤도(LEO)로 위성을 발사하는 비용은 1kg당 약 3만 달러였다. 그러나 2018년에는 1,500달러로 감소했으며, 향후 몇 년 안에 5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여러 기업들이 대규모 위성 군집(satellite constellations) 구축 및 운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스페이스X(SpaceX)만 해도 하루 약 5개의 위성을 생산하며, 이미 수천 개의 위성을 궤도에 배치했다. 다른 기업들도 신속한 위성 배치를 위한 우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존보다 낮은 고도에서 위성을 운영하거나, 대기 재진입을 견딜 수 있는 캡슐을 제작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기술 발전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우주 발사 비용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우주전(space fires)에 대한 장벽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MIT 과학·기술·국제안보 교수 테오도어 포스톨(Theodore Postol)은 “스페이스X가 저궤도 위성 발사 기술을 크게 발전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요격기가 궤도를 이탈해 미사일을 요격하기에는 충분한 추진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알려진 어떤 추진제로도 요격기가 궤도를 벗어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설령 우주 기반 방어망이 구축되더라도 이를 회피하는 기술이 쉽게 개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MIT 핵안보정책연구소 소속 데이비드 라이트(David Wright)는 적국이 요격기의 궤도를 쉽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요격기가 사거리에서 벗어나 있을 때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요격기 자체를 공격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랭크 본 히펠은 우주 기반 레이저 방어망은 상대국이 궤도에 모래(sand)를 뿌리는 것만으로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강력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이 오히려 적대국의 핵무기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글로벌 안보 프로그램 연구 디렉터 로라 그레고(Laura Grego)는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새로운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MIT의 데이비드 라이트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마치 레이건 시대의 ‘모든 공격으로부터 보호받는 미국’이라는 개념으로 회귀하는 듯하다”며, “이러한 논의는 과거에도 반복되었으며, 현실적인 방어 체계 구축의 어려움을 다시 배워야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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