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안젤루스 — 물, 빛, 꽃

[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23

by 임재훈 N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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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에는 삼종기도(三鍾祈禱)라는 의식이 있다고 한다. 종을 세 번 친다, 그리고 기도한다. 라틴어 기도문의 시작이 이렇다. 안젤루스 도미니 눈띠아비뜨 마리아(Angelus Domini nuntriavit Mariae). 주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옵나니. 이 문장의 첫 단어, 즉 ‘안젤루스’가 삼종기도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사계절이 또렷한 데다(지구 온난화로 점점 흐릿해져 가는 중이지만) ‘봄—3월—개강과 개학—새로운 시작’이란 감각을 공유하는 나라에서 성장한 개인으로서, 봄은 아무래도 신성한 계절로 다가온다. 만약 1학기가 봄이 아닌 가을(9⋅10월)에 열리는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봄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달랐을 것 같다.

기독교도는 아니지만 내게 봄은 사계의 열림을 고하는 새해의 독솔로지 같다. 물과 빛과 꽃. 이 세 가지가 ‘삼종’이다. 얼어 멈춰 있던 물이 녹아 흐른다. 그러자 빛은 무언가를 데울 수고를 덜고 그저 온화하게 사물을 비춘다. 이 온온함에 안심하고 스스로를 피우는 꽃들이 등장한다. 봄에 산책할 때는 종소리를 듣듯 신실한 자의 마음씨를 가지려 의식한다. 봄은 점점 짧아지는데, 좋은 마음 낼 시간도 줄어드는 게 아닐까 괜한 걱정만 더 길어진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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