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재훈 NOWer Jan 20. 2024

시작: 비전공자의 ‘디자인-글쓰기’ 공부

그냥 글쓰기와는 좀 다른 ‘디자인-글쓰기’

그냥 글쓰기와는 좀 다른 ‘디자인-글쓰기’

이 책은 독자들의 작문 능력 함양을 돕기 위한 실용서다. 디자인 입문서로 보아도 무방하다. 후자의 규정에 대해서는 부연을 할 필요가 있겠다. 디자인 입문서가 맞기는 한데, 디자인을 공부하는 이들이 본격 입문 교양서로 삼을 만큼 학제적이지는 않다. 요컨대 가벼운 산문집이다. 문창과 전공자, 즉 디자인 비전공자가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며 바라본 시각 디자인(이 책에서는 그래픽 디자인과 서체 디자인을 주로 다룬다.)이라는 대상을 일련의 텍스트로 정리한 책이다. 사실주의 화가의 엄격한 채색화라기보다, 경치 좋은 여행지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어느 산책자(메신저 백 안에 미니 스케치북과 4B 연필을 소지하고 있다.)의 소묘 정도로 보아 주기를 바란다.


대학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디자인 업계에서 글 쓰는 직능인으로 십여 년간 사회 생활을 해 왔다. 글쓰기 전공자라 그랬는지 디자인 공부는 결국 ‘작문’으로 귀결되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원작 소설 북 디자인으로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칩 키드(Chip Kidd)의 『고(GO): 칩 키드의 그래픽 디자인 가이드』가 더없이 훌륭한 글쓰기 교재로 읽혔고, 인터뷰를 계기로 만난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들의 다종다양한 작업과 고유한 매니페스토 역시 작문 이론처럼 다가왔다. 이러한 주관적인 ‘읽기’와 ‘다가옴’의 경험을 편편이 글로 엮은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제목의 ‘디자인’과 ‘글쓰기’를 붙임표(-)로 이은 까닭은 두 행위를 수미상응 관계로 바라보고 다룬 이 책의 태도를 드러내고자 함이었다. 서두에 ‘독자들의 작문 능력 함양을 돕기 위한 실용서’라고 썼는데, 본격적인 읽기를 앞둔 독자들의 실망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확실히 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디자인-글쓰기』는 작법 안내서가 아니다. 테크니컬한 문필 방법론을 제시하기보다는 글쓰기 행위에 대한 사고 내지는 관점의 저변 확대를 디자인이라는 도구로써 도모하고자 한다. ‘현실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는 실용서의 사전적 정의에 기대건대, 『디자인-글쓰기』는 작법 안내서는 아닐지라도 실용서의 태와 결을 갖추려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용서는 가벼워야 한다, 라는 취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두껍지도 무겁지도 판형이 크지도 않아야 누구나의 손에 자주 쥐어지고 펼쳐질 것이므로. 그래야 실용서를 표방한 이 책이 의도한 바, 그러니까 ‘독자들의 작문 능력 함양 돕기’라는 과업을 달성하기가 보다 수월해지리라. 그래서 얇게 썼다. 작정한다면야 어떻게든 분량을 키울 수 있겠으나(디자이너들이 클라이언트의 숱한 요구 사항을 씩씩거리면서⋯ 아니 씩씩하게 완수해 내듯), 그러한 증량으로 인한 살집 속에 실용서로서의 산뜻한 기능성은 파묻히고 말 것이다.


중언부언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하자면, 114쪽 분량인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에세이』(에릭 길 지음), 80쪽 분량인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요스트 호훌리 지음)처럼 작지만 격조 있는, 글쓰기 실용서이자 디자인 산문집을 써 보고 싶었다는 말이다. 저자의 야심 내지는 욕심에 불과한 허언이다. 책에 대한 판단은 물론 독자들의 몫이다. 다만, 부디 누군가의 지문(指紋)이 덧그려져서 그 손가락무늬의 결을 따라 낡고 해어지는 행운을 누릴 수 있기만 바랄 뿐이다.


― 책 소개(도서 콘셉트, 분량, 차례, 작업 일정 등): 바로 가기

― 다음 연재: 2024년 1월 21일 일요일 첫 번째 챕터가 연재됩니다.






글쓴이. 임재훈

윤디자인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디자인 매체 『타이포그래피 서울』의 에디터로 근무했다. 타입·타이포그래피 전문 계간지 『더 티(the T)』 9·10·11호의 편집진 일원으로 일했다. 경기도시공사, 한국언론진흥재단, 효성그룹 등 국내 기업 및 기관의 홍보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다. 저서로 『실무자를 위한 기업 홍보 콘텐츠 작법』과 『잘나가는 스토리의 디테일』, 공저로 『나답게 사는 건 가능합니까』와 『소셜 피플』(총 8부작)이 있다. 2023년 단편소설 「공동(空洞)」으로 스토리코스모스 신인 소설상을 수상했다.

이전 01화 『디자인-글쓰기』는 이런 책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