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누군가를 알아보는 일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그렇다. 결혼을 했건, 연애를 하건, 가족이 있건 없건, 죽고못사는 친구가 있건 없건,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는 명제는 어떤 냉소나 비관이 아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는 감각이,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온전한 나를 감각하게 하는 기준이 된다는 면에서 내겐 몹시 긍정적인 문장이다. 우리 모두가 혼자라는 감각, 그래서 홀로있어도 충분한 나 자신이어야 그 다음의 관계 맺기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삶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나로 살아가는 일. 나아가 이 혼자라는 감각이 공동체를 공동체답게 한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모두 오롯이 혼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연결되어지고 이기적인 연유로 모두 선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기대지 않고는 태어날 수 없고, 아무리 혼자를 외쳐도,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우리이지만, 오롯이 홀로되는 경험과 감각이 우리를 우리되게 하는 것 같다.
온전히 홀로될 때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맺을 준비가 된다. 외로움이 작동하는 것을 체감하고 그 외로움을 껴안을 것인지, 외로움을 해소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기로에 설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부지불식간에 누군가 내 앞에 나타나 둘이 함께 걷는 경험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아이에게 그렇게 오롯이 혼자일 줄 아는 법과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뭐, 정답을 알아서라기 보다 지향을 일러주고 싶다고나 할까 그런것. 세상 모든 사람이 모두 귀하게 태어나고, 누구나 매력이 있고, 가치가 있다. 하지만 모두가 나의 짝은 아닌고로, 자신의 가치를 알고, 타인의 가치를 알고, 그것을 서로 알아보는 관계를 찾는 과정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최근에 본 결혼에 관한 짤 중에 이런 말이 있었는데, 이를테면 결혼상대자를 알아보는 방법은 함께할 때 오장육부가 편한 사람이라면 바로 '그'라는 짤인데, 참으로 옳구나 싶었다. 강원도 사투리로 보리배필이라는 말이 있는데, 엄마는 나와 신랑을 두고 매번 보리배필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저으며 본인은 이해할 수 없는, 견딜 수 없는 것들이, 우리 부부는 서로 그러려니, 때론 귀여워 하며 살을 붙이고 사는게 신기하시다고 한다. 엄마가 보리배필이라고 하든말든(하하),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그가 내 외로움을, 인간이라서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을 온전히 채워줄 수 없다는 전제가 나로 하여금 불필요한 기대를 없애고 그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내가 볼때 그는 충분하다.
사랑은 모르겠지만 결혼은 그런 것 같다.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지금으로서 족하다는 것이 전제될 때 평안이 온다. 물론 많은 것들은 항상 부족하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해 꿈꾸고 준비하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감정적으로 충분한 상태는 결혼과 관계를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된다. 신랑에게 사실 가끔 나를 사랑하냐고 묻고는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이기보다 그냥 가족공동체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싶을 때가 있어서, 육아를 위한 경제공동체일 뿐인 것 같아서, 이따금 묻게되는 것이다. 우리 겨우 이제 7년인데 벌써 플라토닉의 관계로 넘어온 것이 일견 분하긴 하지만 이건 이대로 단단한 관계이긴 하다. 그런 신뢰가 이전 연애와는 다르게 그와는 다음을 설계할 수 있게한 바탕이었으니.
나는 제법(?) 연애를 해본 것 같다. 모두에게 매력이 있기 때문에 나는 금방 사랑에 빠졌고, 또 금방(?) 아닌데 싶어지곤 했다. 그 과정이 나의 시야와 시각을 확장해주었지만서도 꼭 그렇게 시간을 들여 알았어야 했나 싶다. 내 아이에게는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할 때, 너무 쉽게 문을 열지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준을 두라고 말이다. 그 기준이라는 것이 부와 외형에 관한 것에 국한 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간과할 수 없다기 보다 불가항력이겠지. 네게 중요한 기준, 그것이 신앙이든지, 배우자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꿈꾸라고 말이다. 기준을 두고 상대를 판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소중한 상대를 꿈꾸고 맞이하라고, 기준에 맞는지 여부를 재단하는 용도로서의 기준이 아니라 기준을 두고 가꿔가는 소중한 관계를 그려나갔으면 해서이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정말로 함께하는 것이 편안하고 평안한지, 지금 이대로 서로를 충분하다고 느끼는지, 그리고 지금의 네 가치를 알아보는지, 이것만은 분명한 기준이 된다고 말해줄 수 있다. 그리고 네가 꾸는 삶의 방향과 수준을 어느정도 그리고 너 자신이 그 기준으로 네 삶을 끌어올리면, 나머지 조건들은 함께 할 이와 같이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냐면, 그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는 조금 일찍 그런 감각에 눈을 뜨기를 바라는 마음.
이미 불공평한 이 세계에서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말고, 함께 우리라는 세계를 만들 누군가, 전혀 다른 기준을 함께 만들어갈 동료를 찾으라고. 너를 감정적으로 채워줄 사람을 찾지말고, 네가 어떤 곁이 되어 줄 수 있도록 스스로 충분히 안정적인 사람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안정적인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 나도 공부가 필요하겠다. 아무튼 오늘은 이만큼만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