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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히랑 Jan 20. 2024

사진 한 장 보고 떠난 남프랑스 발랑솔

라벤더 향기에 취해

 사진 한 장 보고 떠난 남프랑스 발랑솔

-라벤더 향기에 취해-


꽃 보러 프랑스에 간다고? 맞다. 라벤더 보라색 꽃과 향기에 이끌려 프랑스 앓이를 하다 결국 갔다. 2023년 봄, 어느 날 노트북 윈도우 창에 보라색 꽃밭이 등장했다. 그런 사진 많은데 그날따라 무척 예쁘고 꽃향기가 훅 느껴져 캡처를 받아 그리기 시작했다. 구입해 놓고 써보지 못한 아크릴 물감으로 처음 도전했다. 너무 금방 마르는 아크릴 물감에 어리둥절하며 신속하게 그렸다. 생각보다 맘에 들었다. 그 그림을 보며 봄을 보내면서 그렇게 예쁜 들판을 보려면 늦어도 7월 중순 전에 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바로 항공권을 예약했다.     

캡쳐 받은 라벤더 사진과 아크릴화



발랑솔에서 라벤더 향기에 취해

 차창으로 향기가 훅 들어온다. 드디어 보라색 들판이 나타난다. 무서운 산길이 끝났다. 처음 만난 라벤더밭 옆에 차를 세우고 수많은 벌과 인사를 나누고 향기를 폐부 깊숙이 흡입했다. 산에서 쌓인 긴장감을 풀어야 했다. 발랑솔에서 마르세유까지 100km 이어지는 라벤더 로드이다. 발랑솔은 1년 중 300일 동안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습도가 낮으며 고도가 높아 라벤더가 자라기에 좋은 곳이다. 발랑솔은 세계 최대의 라벤더 들판이고 전 수요의 80%를 공급한다고 한다. 

 라벤더의 원산지는 페르시아와 카나리아 제도이며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프로방스로 들어온 것으로 본다. 1920년대에는 라벤더보다 향이 더 강하고 생산량이 많은 라반딘(Lavandin)이 재배되기 시작했고 1950년대부터 조향사들에 의해 라벤더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로마인들은 라벤더를 목욕탕에 넣거나 옷장에 넣어 두었고, 중세에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는 소독을 위해 태우기도 했다. 요즘은 진통제, 살균제로, 감기, 불면증, 고혈압 등에도 효과가 좋아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랏빛 평원의 끝이 보이지 않고 공기 중에는 라벤더 향기로 가득 차 있다. 라벤더가 핀 보랏빛 들판은 6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좋다고 하나, 7월 중순인데 약간 늦은 감이 있으니 7월 초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자세히 보면 벌들의 천국이다. 분주한 벌들 덕분에 라벤더 꽃은 씨앗이 되고, 향긋한 꿀이 만들어진다. 꽃이 지기 시작하는 7월 말부터 라벤더 수확을 시작한다. 

 

천지가 라벤더밭이라고 해도 포토존이 있는 법. 라방드 앙겔방(Lavandes Angelvin) 주변에서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세계의 포토그래퍼들이 하루 종일 머문다고 한다. 

라방드 앙겔방은 4대째 가업을 이어 라벤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비누, 로션, 오일, 꿀 등 라벤더 향이 가득한 제품이 다양하다. 최고의 품질을 위해 그곳에서만 판매한다. 모든 종류 다 사고 싶은 맘을 누르고 액체와 고형 비누만 샀다. 지금 생각하면 라벤더 에센셜 오일을 사 왔어야 한다. 


사진과 영상을 아무리 찍어도 라벤더 향기를 담을 수 없어 아쉽다. 유럽을 여행하며 성당이나 미술관이 아닌 온전히 꽃에 취해보기는 처음이다. 노트북 창에 뜬 사진 한 장 덕분에 떠나온 여행에 만족한다. 보랏빛 넓을 들판은 절대 못 잊을 광경이다. 건강하게 살아 있을 때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발랑솔 들판을 달려 숙소가 있는 마노스끄(Manosque)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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