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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히랑 Feb 05. 2024

생 레미 생 폴 요양원, 반고흐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걸작이 탄생하고 인정받기 시작

생 레미 생 폴 요양원, 반 고흐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걸작이 탄생하고 인정받기 시작


 생 레미 생 폴 요양원에 가보고 싶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들었던 생각이다. 고흐의 많은 걸작이 탄생한 곳인데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생 폴 요양원 방문은 남프랑스에 간 두번째 이유이다. 첫번째는 라벤다 들판 발랑솔.

뉴욕 현대미술관 별이 빛나는 밤 앞에는 늘 북적인다.

 다툼이 있고 고갱이 떠난 후 고흐가 귀를 자르고 아를 정신병원에 2번이나 입원하고 나왔다. 아를 사람들은 고흐를 le fou roux(빨간 머리의 미친 사람)이라 하며 ‘고흐를 마을에서 내쫓아 격리시켜 달라’고 청원서 제출했다. 고흐는 자신이 의지했던 지누부인(카페주인)이나 우체부도 청원서에 서명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 스스로 아를에서 북동쪽으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생 레미 드 프로방스에 있는 생 폴 모졸 요양원(Maison de Sante Saint-Paul de Mausole)에 갔다. 


 생 레미 드 프로방스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내비게이션이 없다면 요양원을 어떻게 찾아갈까 싶다. 들어가는 길에 늘어선 가로수가 너무나도 멋있어서 저절로 카메라를 들게 한다. 플라타너스 나무인데 길 쪽으로 자라도록 예쁘게 잘라놓았다. 고흐가 들어갈 때도 있었을까? 가로수의 환영을 받으며 들어갔다면 우울한 마음이 다소 해소되지 않았을까 싶다. 

 요양원 앞에 올리브밭이 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데 고흐가 그토록 멋있게 작품으로 남겨놓은.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해바라기를 양손에 든 고흐 동상이 맞아준다. 깡마른 모습을 보니 맘이 울적해진다. 팔리지 않아도, 발작하면서도, 고독을 이기기 위해 그리고 또 그렸던 고흐 맘에 감정이입이 되어 작품을 좋아하고 요양원까지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요양원은 둥근 형태의 교회와 종탑, 긴 건물로 이뤄진 묵직해 보이는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중세 때부터 수도원이었고 프랑스 대혁명 때 정신병을 치료하는 요양원이 되었다. 현재는 고흐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전시관으로만 활용된다.

 고흐는 1889는 5월, 요양원에 도착했다. 태양 빛도 반짝이고 온갖 꽃이 피는 계절에 아를을 떠나 시골 풍광에 많은 감명을 받고 작품활동의 의지를 더 다진  것 같다. 동생 테오는 충분한 식사와 레드와인, 담배, 입원실과 작업실용 방 2개를 부탁했다. 동생 테오가 형을 생각하는 마음은 고흐를 따라가는 여행 내내 감동을 준다. 

고흐가 1년 동안 묵었던 요양원 입원실

 국제 학생증을 가져갔고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고 했더니 입장료 무료이다. 역시~ 미술인을 대우해 주는 프랑스인의 센스! 좋다. 

 2층에는 2개의 전시방이 있다. 고흐가 머물던 방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창문에는 창살이 있고 낡은 침대, 의자와 이젤에 놓인 캔버스가 있다. 창밖을 보니 그냥 평범한 시골 들판이다. 창살을 통해 보며 화폭에 속에 밤의 아름다움,  들끓는 열정, 분노, 기쁨, 슬픔 등을 쏟아내고 <붓꽃>, <별이 빛나는 밤> 등 명작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하니 눈이 뜨거워진다. 

붓꽃(아이리스,1889)                                                  별이 빛나는 밤(1889)

옆방에는 욕조 2개가 놓여있고 벽에는 당시 돌봐주었던 수녀님과 각종 고흐에 대한 자료들이 붙어 있다. 교회, 식당도 재현되어 있고, 기념품 가게도 있다. 요양원이 현재는 다른 용도로는 활용하지 않고 고흐를 위한 전시관으로만 활용되고 있어서 고흐를 온전히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발작이 진정되면 고흐는 바로 그림에 몰두했다. 끓어오르는 맘속의 정열과 분출할수록 주변인과는 점점 멀어지면서 느끼는 고독감을 모두 표현했다. 안내원을 동반하고 밖에 나갈 때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받아 그리고 또 그렸다. 요양원에 머무는 1년 동안 고흐는 임파스토 기법으로 선으로 표현하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정립시키고 약 15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2층에서 본 내부 정원

요양원에 회랑이 있고 내부 정원이 있다. 중세시대 외부와 단절되어 수도사들이 묵언 수행을 했던 흔적이다. 지금도 정원을 걸어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요양원 뒤 뜰로 나가니 라벤더와 많은 식물이 잘 자라고 있다. 벽에는 고흐의 명작 복제품이 쭉 전시되어 있다. <붓꽃>, <별이 빛나는 밤>, <올리브 숲>,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생 폴 요양원의 정원>, <자화상> 등 요양원에 머물 때 그린 작품들이다. 현장에서 보니 여느 미술관에서 보는 진짜 작품만큼이나 귀해 보인다.

생 폴 요양원 뒤 밭에서


생 레미 생 폴 모졸 요양원(반 고흐)


 이쯤에서 고흐는 언제부터 화가들이나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했을까 궁금해진다. 동생 테오는 9월에 생동감 넘치는 <붓꽃>이 맘에 들어,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과 함께 파리 앙데팡당 살롱전(Salon des Independants)에 전시한다. 고흐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동료화가들의 반응도 좋고 인정하기 시작한다. 테오의 집과 탕기 영감의 가게에도 전시된다. 

앙데팡당 전은 1863년 에두아르 마네 , 풀밭 위의 점심식사, Déjeuner sur l'herbe>가 출품되었던 낙선전(1863년 프랑스 미술가전에 낙선된 그림들이 당시의 편파적인 심사의 결과라는 여론에 따라 나폴레옹 3세가 살로 옆에 낙선작들의 전람회 개최를 허락하여 생긴 전시회)의 전신이다. 1884년부터 엄격한 심사가 있는 프랑스 미술가전에 반하여 열린 전시회이다. 참가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었고 아카데믹한 작품보다는 자유롭고 새로운 풍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고흐를 비롯해 모딜리아니,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등도 출품했다.

1890년 1월 18일 브뤼셀의 20인 전에 고흐의 유화 여섯 점이 전시되고 고흐에 대한 호의적인 평론 <고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프랑스 문예지 르 메르퀴르드 Le Mercure de France에 실린다. 드디어 전시되었던 <붉은 포도밭>이 팔린다. 고흐 생애 최초이다.     


생 레미 생 폴 요양원이 아를보다 고흐를 느끼기에는 훨씬 좋다. 아를에서 겉에서만 봐야 하는 카페 반 고흐, 노란 집, 원형 경기장보다 조용하고 온전히 고흐의 공간으로만 이루어져서 고흐의 흔적에 푹 빠져들 수 있다. 앞으로 미술관에서 고흐의 작품을 감상할 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생 레미 생 폴 모졸 요양원, #반 고흐가 1년 동안 보낸 요양원, #고흐는 언제 뜨기 시작했나

생 레미 생 폴 요양원 내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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