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를 모두 걸어서 다니기
피렌체를 모두 걸어서 다니기
시뇨리아광장에 여행자도 많고 볼거리가 가득하다. 우피치 미술관이 주변에 있어 더 혼잡하다. 피렌체에서 가장 중요한 광장으로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과 조각들이 많아 옥외 전시장 같다. 94m 종탑이 있는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이 우뚝 서 있다. 베키오는 ‘오래된’, ‘옛’이라는 뜻이며 1314년에 지어졌다. 그동안 관공서로 사용되어 왔고, 여전히 피렌체 시청이다. 베키오 궁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서 있는 미켈란젤로 ‘다비드상’에 먼저 다가갔다. 키가 크고, 근육질의 완벽한 몸은 시선을 압도한다.
1501년, 피렌체에 공화정이 수립되고 안정을 찾아갔다. 로마에서 피렌체로 돌아온 미켈란젤로에게 피렌체시는 다비드상 조각을 의뢰했다. 로마에서 ‘피에타’ 조각으로 명성을 떨친 뒤였다. 5.5m가 넘는 대리석에 천재의 재능을 맘껏 펼쳤다. 다비드상은 메디치 가문의 독재 정치에서 벗어나 공화정 피렌체로 나가는 시민 자유의 수호를 상징한다. 피렌체 대성당 동쪽 지붕에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너무 크고 작품도 훌륭해 시뇨리아 광장(1504년) 시청 앞에 설치되었다. 현재 시뇨리아 광장에는 복제품이 서 있고 진짜 다비드상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다.
시뇨리아 광장에 다비드상이 설치된 후 다른 조각들도 세워지기 시작했다. 바다의 신 ‘넵투누스 분수’와 코시모 메디치의 청동 기마상도 있다. 어딜 가나 분수대가 있는 조각상이 메인인데 어째 다비드상 아래에 여행자가 더 몰려있다. 코시모 메디치 청동 기마상은 광장에서 약간 안쪽이라 만남의 장소로 딱 좋다. ‘로지아 데이 란치’에 조각상들이 많다. 첼리니의 메두사의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 네소스를 죽이는 헤라클레스 등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내용으로 하는 조각상도 섬뜩하면서 흥미롭다. 계단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
광장을 나와 아르노강 쪽으로 가면 베키오 다리가 있다. 피렌체에 있는 다리 중 제2차 세계대전 때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아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베키오 다리는 중세에 만들어진 나무다리로 당시 남북을 연결해 주는 유일한 다리였다. 그 후 홍수로 무너져 재건되기를 몇 번, 현재의 모습은 르네상스 시기가 시작되기 전(14세기 중반)에 완공되었다. 베키오 다리는 멀리서 보면 강 위에 상가 건물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리 양쪽으로 상가들이 있고, 중간에 광장도 있다. 중간에서 하늘도 보이고 아치형으로 딱 트여있어서 아르노강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에 다리 상가에는 정육점, 가죽 상점과 대장간이 있었으나 현재는 보석상, 미술품 전시장과 선물 가게가 있다.
2층에는 메디치 가문의 비밀 통로 '바사리 통로'가 있다. 16세기 메디치가의 최고 권력자 코시모 1세는 경쟁 가문이던 피티 가문의 궁전을 사들였다. 베키오궁과 피티 궁전 사이에 흐르는 아르노 강의 베키오 다리에 조르조 바사리에 의해 바사리통로가 만들어졌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피티 궁전'까지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맘대로 다닐 수 있는 메디치 가문, 그들만의 비밀 통로이다. 그 당시 다리 상가 정육점에서 올라온 악취 때문에 정육점은 보석가게로 바뀌어 갔다.
그 다리에는 사랑 이야기도 얽혀있다. 대문호 단테가 평생 짝사랑했던 베아트리체를 9년 만에 우연히 만났다. 그 후로 잊지 못해 명작 ‘신곡’을 탄생시켰다.
그 긴 역사를 담은 베키오 다리는 어디서 봐도 멋있다. 특히 해 질 녘 붉게 물든 아르노강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 여행의 기쁨은 극에 달한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갔다. 피렌체는 모두 걸어 다닐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이다. 광장은 1865년 피렌체가 통일된 이탈리아 수도로 지정되면서 도시 전체를 새롭게 건설하는 과정에서 조성되었다. 높은 곳에 있어서 아르노강과 어우러진 피렌체 시내(두오모 성당. 베키오 궁, 아르노강, 베키오 다리 등)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특히 일몰 시에 붉게 물든 강과 도시의 아름다운 조화는 세계의 유명한 절경 중 하나이다.
7월 중순, 여행 피크 기간이다. 일몰 시각 훨씬 전에 광장에 갔는데도 입구부터 여행자들이 많다. 느낌이 싸하다. 광장에는 얼마나 사람이 많길래 입구까지. 아니나 다를까 아르노강과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은 거의 빈틈이 없다. 휴대폰을 들이밀고 사진을 찍을만한 단 10cm의 공간도 찾을 수 없어 여행자들 머리 위로 찍어야 했다.
청동으로 제작된 다비드상이 미켈란젤로 광장 중심에 주인처럼 서 있다. 1875년 미켈란젤로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복제품이다. ‘내가 사랑한 피렌체를 늘 내려다보고 있다구. 나처럼 높으면 잘 보일 텐데. 약 오르지’라고 하는 듯이 당당한 모습이다.
광장 담벼락에 서 있는 사람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봤다. 붉게 물든 아르노강과 붉은 지붕으로 덮인 피렌체 시내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두오모 성당의 돔은 여전히 최고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 모습을 보려고 이리도 많은 여행자가 몰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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