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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 Oct 25. 2024

호기심으로 경계를 넓히는_윤해영

해영 님과는 원래 알고 지냈지만, 두 번째로 소개드린 동현 님 인터뷰로 더 가까워졌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분이라 연락을 주셔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만나서 공연 이야기도 하고 이곳에서의 삶에 대해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어요.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아프고 깊이 공감하게 되어서, 헤어질 때 꼭 안아주었답니다. 다부지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해영 님을 소개할게요.


✓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현재 런던 The Royal Central School of Speech and Drama에서 Advanced Theatre Practice 과정을 밟고 있는 윤해영입니다. 생각해 보니 9년 전 2015년에 연극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네요. 그 이전에는 조금은 생뚱맞지만 생명공학을 공부하는 공학도였습니다.


✓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있나요?

호기심이라는 키워드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어요! 어렸을 적부터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등하교를 혼자서 했었어요.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그런 제가 너무 걱정된 나머지 엄마가 외할머니랑 제 등교하는 모습을 뒤에서 몰래 지켜보셨는데, 그때 30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려서 갔다고 하시더라고요. 길거리에 있는 모든 것들을, 레미콘 같은 위험한 것도 멈춰서 한참을 바라보다 또 걷고 그리고 또 멈췄다 관찰했다를 반복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어릴 적 일화가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 자신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학부시절에 교수님이 “해영이 너는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 큰 장점이야. 쉽지 않은 일인데, 너는 그것을 해내고 있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당시에 저는 들으면서도 이게 무슨 장점인가 싶었어요. 이제야 그 의미가 뭔지 알 것 같아요. 아직 인생을 길게 산 건 아니지만, 살다 보니 인생은 실수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매 순간 내린 선택이 ‘옳았던’ 선택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선택을 번복하고 싶을 때가 저는 꽤나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마다 제가 그 이전의 실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대비하고 준비하는 태도를 취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에서 오류라고 부를만한 실수를 발견하고 고쳐나가고 또다시 발견하고 고쳐나가는 이 과정이 저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 점이 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 런던에 온 지 얼마나 됐나요? 무엇 때문에 영국에 오게 됐나요? 왜 하필 영국 런던이었을까요?

2023년 9월에 학기 시작에 맞춰서 런던에 와서 이제 2년 차에 접어들었네요! 처음에는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었지만, 영어권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영국으로 결심을 바꾸게 되었어요. 런던을 선택한 이유는 웨스트엔드와 같은 대규모 공연 시장의 가능성과 다양한 문화가 주는 성장 기회를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 작품이 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실험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언급했다시피 독일에 있는 연극학교를 다니고 싶어서 잠시 베를린에 한 1년 좀 안 되는 시간을 머물렀어요. 하필 독일이었던 이유는 학비와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해서도 있지만, 브레히트를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그곳에서 마음이 바뀌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당시에 독일에서 학위를 마친 사람 혹은 석사, 학사 과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독일에서 학위를 마치면 나는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 당시에 제가 독일어가 유창하지가 않았는데, 이게 단순히 몇 년 정도 학교를 더 다닌다고 해서 원어민 수준으로 실력이 향상될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나라를 선택할 때 있어서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했는데, 제가 그중에서 유럽을 택한 이유졸업 이후의 제 활동 반경이 단순히 졸업한 학교의 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럽 전체로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영어도 유창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일어까지 유창하지 않으면, 제가 졸업 이후에 독일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베를린에 가서도 마음 한편에는 영국의 학교를 가고 싶단 생각이 계속 있었어요. (생활비와 학비가 엄두가 안 나서 포기하고 있긴 했지만요.) 그래서 그때 여러 고민 끝에 베를린에서 런던에 있는 학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특히나 그중에서 런던을 가고 싶었던 이유는 첫 번째로는 시장이 크고 두 번째로는 다양성 때문이었어요. 런던의 웨스트엔드,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누가 뭐래도 세계 공연의 중심지이잖아요. 실제로 와보니 시장자체가 정말 크긴 크더라고요. 그 시장 전체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전체의 그림을 본다면 제가 훗날 한국에 돌아갔을 때 한국의 공연 시장에 작게라도 이바지해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한국에서 공연을 만들면서도 한국 공연 시장은 작은 건 둘째치고 연극인들에게 그다지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환경이 바뀌면 저도 나중에 오래오래 공연을 만들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좋은 일 아닐까란 생각에 런던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가 가진 예술적 재능이 어느 정도에 위치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쉽게 말해서 제 작품이 이 시장에서 먹히느냐 안 먹히느냐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또한 다양성은 저 개인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처음엔 유학을 가면 나 스스로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완전히 탈바꿈할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 것 같더라고요. 내가 가진 것에서 어떻게 디벨롭되어서 변화하느냐가 중요한 일이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베를린에 살면서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제 스스로가 환경에 의해서 좀 변화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베를린보다 더 다양하다는 런던에서는 과연 제가 어떻게 영향받고 변화할까라는 궁금증이 들어서 런던을 가고자 결심했어요.



✓ 영국에 와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이전보다는 조금은 과정중심적 인간으로 변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전에도 과정을 결과보다 중시하긴 했지만, 과정은 결국 결과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과정을 공유했을 때 자신감이 살짝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1학년 첫 학기에서 조금 당황을 했던 게 학기 말에 fragment를 만들라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 '도대체 이게 뭐지? 공연이면 공연이지 조각이 뭐지?'라는 생각에 좀 혼란스러웠어요. 알고 보니 fragment는 하나의 완결된 공연이 아니라 말 그대로 '조각'이었어요. 제가 하는 리서치를 바탕으로 정말 짧은 장면일지라도 무언가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었는데, 막상 만들려고 하니까 한 번도 과정을 공유한 적은 없어서 도대체 뭘 보여줘야 되지 싶었어요. 결국 어찌어찌 발표까지 하고 좋은 점수도 받았지만, 계속 제 안에서는 그때 그 발표가 찝찝함이 남아 있어요. 다른 친구들은 정말 과정에 집중했다면 저는 완벽한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았거든요. 


이후의 수업도 마찬가지로 리서치하는 과정과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공유하면서 친구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수업을 주로 했는데, 그 안에서 과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접근법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과정을 보여주어도 자신감을 가지고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물론 이 말이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제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고 그걸 어떻게 발전시켜야 되는 지 이미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과정을 조금 더 이전보다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영국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언제였나요?

막 졸업한 학생들에게도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많은 것을 보고 영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친구들이 공연을 만들고 페스티벌에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조금 놀랬어요. 여기서 친구들이 공연을 만들어서 초대하면 완성도가 높았던 공연은 거의 없었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이 그 공연을 들고 다른 페스티벌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이게 과연 다른 페스티벌에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열에 아홉은 정말 그 공연을 조금 더 디벨롭시켜서 다른 페스티벌에 나가더라고요.       

물론 한국에도 막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을 위한 공모전이 정말 많지만, 영국만큼 많지는 않아요.  아무리 공연의 완성도가 높지 않더라도 이제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에게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아 영국 오길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그것은 즉 이방인인 제게도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 분명 힘든 날도 있었을 텐데, 영국에 와서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어요?

아무래도 등록금 내는 시즌에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등록금 압박이 제일 컸어요. 국제 학생이다 보니까 영국학생들처럼 3회 분할납부도 어려웠고 등록금도 무지 비쌌거든요. 또 처음에는 보증금이다 뭐다 초기 정착비가 빠져나가는데, 한꺼번에 큰돈을 내려니 며칠 동안은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쿵쿵 뛰어서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이번 학기 등록금은 그나마 작년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이걸 내기까지가 너무 힘들었어요. 가진 돈이 넉넉하지 않기에 등록금을 내기 위해 방학 내내 일을 했는데,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일을 하지 않는 날은 공연연습을 하고 또 거기서 짬을 내서 제 공연 리서치를 하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내가 여기 온 목적은 공부를 위한 건데, 공부와 일 사이의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되어 돈을 열심히 버는 모습을 보니 내가 여기 왜 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는 그냥 길 걸어가다가도 혹은 방에서 뜬금없이 점심을 먹고 나서 눈물이 이유 없이 줄줄 나오더라고요. 몸이 힘들면 마음이 많이 약해지잖아요. 그때가 딱 그랬어요. 아직 한 번 더 등록금 납부를 해야 하는데, 벌써 두렵네요 그 시기가.



✓ 영국에 오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미리 와본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자신의 전공과 관련 된 후배에게 하는 조언도 좋고요. 

미리 와 본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영국을 오기 전에 왜 영국에 와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하면 좋지 않을까란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제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서 베를린, 런던 이 두 도시에서의 삶을 비교하자면, 정말 큰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베를린에서는 막연히 어학공부 + 학교 준비로 왔다면, 런던은 나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공연 한 편을 만들어서 여러 페스티벌에 나가보자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베를린에서의 삶은 조금 많이 힘들었어요. 물론 그 안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걸 배웠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여기서 ‘무엇을’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하면서 불안감이 엄습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런던은 학생으로서 학교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지만, 학생이 아니기에 베를린에서의 삶이 힘들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결국엔 무엇을 하고 싶고 왜 여기에 있어야 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제 스스로가 명확히 답을 할 수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차이점 같아요. 


✓ 당신의 인생 공연은 무엇인가요?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요? 

저는 밀로 라우의 ‘콩고 재판’을 항상 인생 연극으로 꼽고 있습니다. 연극을 시작할 때를 떠올려보면 연극이  한 사람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그것이 결국 모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공연을 계속하면 할수록 어느 순간부터는 저 스스로 이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데, 어떻게 연극이 사회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 연극은 좀 거친 방식이긴 하지만 베를린에서의 허구의 재판을 연극이라는 형식을 빌려 열게 되는데, 이 연극 이후 콩고의 내무부 장관이 해임되는 등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연극의 힘과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제일 좋아하는 공연입니다.



✓ 런던에 있는 극장 중에 추천하고 싶은 ‘공연장’이 있나요? 여기서 본 공연들은 대부분 좋았다거나?

Camden People Theatre를 추천해요. 이 소극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많이 올라와서 이곳에서 공연 보는 걸 즐겨해요. 물론 NT나 셰익스피어 글로브와 같이 유명한 극장 가서 보는 공연도 너무 좋아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의 도전적이고 날 것의 공연을 보면 같이 심장이 뛰기도 하고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기도 해요.  그리고 동시대 아티스트들은 어떠한 사회적 담론에 대해 관심이 있고 어떠한 실험을 하고 있는 지를 파악할 수 있어서 소극장 연극을 즐겨봐요.


https://cptheatre.co.uk/Camden-Peoples-Theatre

Camden People's Theatre(CPT)는 예술가와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극장으로, 미래의 극장과 제작자를 위한 공간을 창출하며 커뮤니티를 기념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혁신적인 현대 공연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차세대 연극 제작자를 지원하는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요즘 가장 몰입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요즘에는 졸업공연에 가장 큰 신경을 쏟고 있어요. 내년 5-6월쯤에 런던에 있는 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요. 이 공연을 가지고 졸업 이후에 여러 페스티벌에 나가고 싶어서 그런지 사실 압박감이 크기도 해요. 그리고 제가 2년의 시간 동안 이곳에서 배웠던 여러 가지 것들의 성과를 증명한다고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더욱 공을 들여서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이루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가요? 그것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나요?

좀 거창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요. 제가 먼 훗날 공연 쪽 일을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제가 가진 능력을 저를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헬조선과 같은 말로 우리나라 사회가 살기가 정말 팍팍하다는 인식이 만연한데, 저도 그 안에서 사는 청년으로서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제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몸 담고 있는 사회가 천천히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극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란 생각을 했을 때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오락성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좋겠다란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제 공연에는 항상 사회적 이슈가 담겨 있어요. 몇 명의 관객이라도 그 담론에 대해서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최근엔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사람들이 점점 공연장을 찾고 있지 않은데, 내가 아무리 극장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무대 위에 제시해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쓸모없는 이야기 아닐까?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극장이 아닌 대안공간을 찾아서 공연을 올리려고 노력했어요. 사람들이 극장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관객들을 찾아가자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치기 어린 생각이 현재 제 리서치의 시작점이 되어서 현재는 공연장을 벗어난 연극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공연과 관련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어요? 어떤 이들을 만나 어떤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나요?

이 시기의 저에게 있어서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왜냐면 요즘하고 있는 고민이 바로 이 고민이기 때문이죠! 좀 막연하게라도 이야기를 드리자면,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요. 특히나 도시라는 테마를 가지고 공연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어요. 나아가 다양한 집단과 협력하여 그들의 기억과 경험을 담은 창작물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저는 전라남도 강진이라는 곳이라는 깡시골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세 살 때 부천으로 이사 와서 이후부터는 쭉 도시에서 살았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도시라는 공간이 살고 있는 사람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도시는 계획된 공간이고 어쩌면 쳇바퀴 같은 삶을 강요하는 거대한 생명체와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세계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리서치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공연을 통해서 도시를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아직은 막연하지만 관객들 당신들에게 도시는 무슨 의미이며,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당신들의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를 공연을 통해 질문하고 싶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훗날 집단의 기억이 담긴 창작물을 만들고 싶어요. 그 창작물의 형태는 공연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그 집단은 한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단순하게 노인, 청소년 집단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창작과정에서 여러 집단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듣고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렇게 제 이야기를 풀어낼 기회가 주어져서 그리고 이것을 누군가 읽어주신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제 경험이 엄청나다거나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선택을 해왔다는 점에서는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분들에게, 그리고 저처럼 다른 곳에서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꿈꾸고 계신 분들에게 응원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힘든 순간도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을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날들 속에서
각자 빛나는 순간들이
여러분들과 함께하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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