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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27. 2022

장학금을 받다

빌려쓰고 다음으로 넘겨주는 장학금

얼마 전 저를 오래 알고 지내신 선배님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저에게 장학금을 주신다고 말씀하셨을 때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박사를 마치기에 장학금은 부족하고 생활비는 턱없이 비싸지만, 당장 먹을 것, 입을 옷, 살 집은 있기 때문입니다. 70-80년대 박사 하러 오시던 우리의 교수님 세대들에게 들었던 "밤에 카펫 청소를 하고 낮에 공부를 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허나 며칠 고민을 하다가 감사하게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첫째로는 그 장학금을 제가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꼭 누군가에게 다시 갚을 것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가신 분이기에 저희의 삶의 문제들을 잘 아시기에 지원해주셨고, 저는 그 장학금을 제가 졸업하고 5년 안에 주변에 저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에게 다시 그분의 이름을 걸고 장학금으로 되돌려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것이 그분에 대한 감사를 전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둘째로는 주시는 분의 마음을 존중했기 때문입니다. 받는 사람은 엄청 민망하고 죄송스럽고, 어찌 보면 자존심이 약간 상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시는 분의 마음도 동시에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분은 저에게서 10년 전의 그분을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활을 바꿀만한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유학을 온 가정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주시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분의 호의도 나의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투자(?)를 받아 더 책임감 있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버드에서 받은 장학금, 정암 재단의 장학금, 그리고 이번 개인 장학금까지 저희 비전을 믿고 투자해주신 투자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담으로 박사과정을 꼭 성공시켜 엑시트 하겠다는 마음을 품어보았습니다. 그분들이 나중에 내가 그 친구 박사 때 장학금 줬었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게 말입니다.


 겸손하게, 낮은 곳을 향하여 공부하고, 행동하고, 변화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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