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토 가나에 - 비채
뭔가 문제가 하나 터지면 수업도 내팽개치고 함께 해결하려 했고, 누구 하나라도 교실을 뛰쳐나가면 비록 수업 중이라도
뒤쫓아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완벽한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 한낱 교사가 아이들에게 강하게 뭐라 호소하다니 착각도 유분수 아닐까. 아이들에게 자기 인생관을 강요하고, 자기만족을 얻고 있는 것뿐이 아닐까. 결국 높은 곳에서 아이들을 굽어보고 있는 것뿐이 아닐까. - P.15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저는 성직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경찰에 말하지 않은 이유는 A와 B의 처벌을 법에 맡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살의는 있었지만 직접 죽이지는 않은 A. 살의는 없었지만 직접 죽이게 된 B. 경찰에 출두시켜도 둘 다 시설에 들어가기는커녕 보호관찰 처분, 사실상의 무죄방면이 될 게 뻔합니다. A를 감전시켜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B를 익사시켜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해도 마나미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자신의 죄를 반성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것을 안 후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사아가길 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략)
저는 두 사람 우유에 오늘 아침에 갓 채취한 혈액을 섞어놓았어요. 제 피가 아닙니다. 효과는 바로 알 수 없습니다. 부디 두세 달 후에 혈액검사를 받아보세요. 효과가 있다면 통상 오 년에서 십 년이라고 하니 그동안 차분히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실감해 보세요.
p. 5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