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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

by 봄단풍

"풍성한 나무 사이, 거미줄마냥 앙상한 가지 하나. 그게 요즘 나다."




무심하게 핸드폰 카메라를 몇 번 터치하고, 찰칵 소리가 들린 후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렸다. 위약금을 물면서 억지로 바꾼 녀석이라 그런지 괜히 더 무겁게 느껴졌다.


휴대전화 화면을 켜고 무심하게 메신저를 띄웠다. 일천 명이 넘는 친구들의 이름들이 'ㄱ'부터 나열되어있었지만, 차마 손가락을 휘저어 그 아래로 내리지 못하고 다시 화면을 껐다. 그리고 다시 화면을 켰다. 몇 번 화면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고 나서야 내가 왜 메신저 앱을 터치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나름 느낌있게 담아낸 사진을 아무에게나 보여주고 싶어서.


"......"


화면을 껐다. 그리고 습관처럼 바로 또 화면을 켰다. 몇 시간 째 새로운 메시지가 없는 채팅방들, 각자의 동그라미 안에서 화려하게 웃고 있는 낯선 얼굴들. 괜히 손가락을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다가 결국 다시 화면을 껐다. 어두운 화면에는 방금 전 훑어본 얼굴들만큼이나 낯선 두 눈이 비치고 있었다.


그래, 고작 저기 저 홀로 앙상한 나뭇가지가 내 모양이다. 풍성한 나무 사이, 거미줄마냥 앙상한 가지 하나, 그게 요즘 나다.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그렇게 십수년 애를 썼는데 남은 게 고작 저거. 결막염이 걸리도록 모니터와 핸드폰을 들여다봤는데 정작 맘편히 연락할 사람은 남지않아서, 또 다시 핸드폰만 멍하니 들여다보는 게 요즘 나다. 그리고 옆에 풍성한 나무들을 돌아보며 부러워하고, 다시 따가운 눈 억지로 깜빡이며 안과를 예약하고. 왜 내 가지에는 한여름 지나도록 이파리가 나지 않는지, 그래서 지난 겨우내 붙어있던 잎새 하나만 보내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지.



요즘의 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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