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을 놓치면 영영 마주치지 못하는 걸까, 운명이라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걸까?"
딱히 이 둘은 서로 양립하는 주제가 아니지만, 간혹 어느쪽이 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가 궁금한 경우가 있다. 타이밍을 놓치면 영영 맞이하지 못하게 될까, 운명이라면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까. 타이밍을 통해 건설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운명일지, 이미 다져진 초석 위에 시간축을 늘어놓고 기울기를 조정하는 것이 진정한 타이밍일지.
생각은 매번 바뀌지만, 개인적으로는 운명이길 바라는 일들이 더 많다. 그건 내가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만큼 내가 행동이 느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빠른 행동이 행여 섣부른 일이 될까봐 두려운 것일 수도 있고, 그래서 겁을 섣부르게 많이 먹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내 인연, 운명, 삶은 내가 뚝딱뚝딱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믿고 있지만 사실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멋대로 달리는 기차가 언젠가는 지금 멀어져가는 아름다운 풍경들 한복판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 내가 놓쳤다고 생각한 타이밍이, 더 드라마틱한 귀환을 위한 큰 그림의 밑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