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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풍 May 11. 2024

직원 간담회

A씨 이야기

새로운 부서장과 A씨를 비롯한 팀원들이 열심히 호흡을 맞춰갈 무렵, 회사와 전환 대상자들의 최종 간담회가 열렸다. 회사에서 ‘전환’이라는 절차에 대해 처음으로 설명을 하게 되는 공식적인 자리였는데, 이마저도 노동조합 간담회 때와 마찬가지로 점심시간 중에 개최됐다. A씨는 입사 동기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 간담회의 시작을 기다렸다.     


“뭐야, 점심시간에 불러놓고 도시락도 안 줘?”     


여기저기서 툴툴대는 다른 직원들의 불평을 들으며 A씨는 단상 위를 살폈다. 평소에 볼 수 없던 고위직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소위 본부장이니 무슨 이사니 하는 사람들이 단상 위 의자를 일렬로 세워놓고 삼삼오오 모여 선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남자들로 정장에 넥타이까지 깔끔하게 다려 입고 있었다.     


“언제 시작하는데?”

“아니 점심시간에 불러놓고 밥도 안 줄 거면 빨리나 시작하지?”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중에도 단상 위 사람들의 담소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점심시간이 십분 넘게 지나고 나서야 그들은 직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의식한 듯, 느릿하게 각자 자기의 자리로 흩어져 가서 앉았다.      


“아, 아. 아. 마이크. 아. 네, 인사팀장 박만기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간담회에 참석해 주신 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사전에 공지한 대로 전환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특별히 마련했으니, 잘 들으시고 추후 준비도 잘하셔서 전환을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먼저, 오늘 자리에 참석해 주신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때부터 뜬금없이 단상 위 사람들에 대한 소개가 시작됐다. 평소에 보지도 못했던 각 본부의 본부장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부서의 부서장들이 박수를 받으며 인사를 했다. A씨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한 사람 한 사람 인사할 때마다 박수를 치긴 했지만, 전환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왜 저 사람들의 방문이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소개를 하는 데에 또 5분이 지나갔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전환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 모두가 전환이라는 문구를 보고 입사를 지원해 주신 분들입니다. 맞죠? 첫 삼 년의 연봉이……. 이렇습니다. 그리고 삼 년 차부터 전환 기회를 부여받게 되시는데요.”

“면접 때는 다 된다고 했거든요?”     


인사팀장의 설명이 시작되자마자 누군가 끼어들었다.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직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자, 인사팀장은 다급히 마이크에 헛기침을 하며 장내를 조용히 시켰다.     


“흠, 흠, 잠시만요. 일단은, 일단은 제가 면접에 들어가지를 않아서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일단 저희 공고문에는 ‘전환 기회 부여’라고 적혀 있었고요, 아무튼, 그, 일단 설명이 끝나면! 제가 지금 설명을 드리잖아요? 설명 끝나면 질의응답 시간이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다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 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질문하실 때는 손도 들고, 본인이 어느 부서 누군지 좀 소개도 해주시고요.”     


직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A씨가 둘러보기엔 이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눈은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저희가 전환에 대해서 방침을 정했고, 내년에 첫 전환 대상자분들이 생깁니다. 입사 삼 년 차 분들이죠. 내년까지는 이제 몇 달 안 남았죠. 그래서 저희가 빨리 전환 방침을 정해야겠다, 판단하고 이제 오늘 이렇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자, 자. 보세요.”     


그다음에는 커다란 화면에 슬라이드 몇 장이 지나갔다. 하지만 대부분 전환과는 관계없는 숫자와 그래프가 가운데에 자리 잡은 화면이었다. 최근 3년간의 매출과 흑자 규모, 또 적자가 발생하는 부처와 이유, 이번에 인사이동을 통해 통폐합된 부처와 새롭게 생겨난 부처, 그리고 ‘전환’ 공고 이후에 입사한 직원들의 숫자와 이 직원들이 한꺼번에 전환이 되었을 경우 발생하는 인건비 등. 이런 것들을 설명하는 데에 열 장이 넘는 슬라이드 화면과 이십 분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됐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이 있음을 여러분께서 먼저 인지해주시고, 이제 ‘전환’에 대한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자, 방식부터.”     


인사팀장은 화면을 끄고 단상 가운데에 섰다. A씨는 이 또한 의아하게 느껴졌다. 상황과 배경을 구두로 하고, 본론을 화면과 함께 자세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방식은 두 가지, 점수를 통해서 진행할 겁니다. 인사평가와 시험인데요. 인사 평가는 이번 연도 신입사원 빼고는 다 해보셨죠? 여러분이 속한 부서장의 인사평가가 50%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50%는 시험인데, 논술이 될 겁니다. 논술이라고 해서 문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여러분께서 현재 맡고 계신 업무와 관련된 내용의 서술형 주관식 문제를 푼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일단 지금으로서는 출제인단을 구성하고 있고요, 출제인단이 구성되면 그때 이제 정확한 출제 방식이라든지, 범위라든지를 공지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방금 말로만 전해진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듯 여기저기서 서로에게 묻고 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인사팀장은 가차 없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첫 시험은 8월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재작년에 입사하신 분들은 오는 8월에 시험에 응시하실 수 있고, 시험은 반기마다 한 번씩 치를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러니까 2월 하고 8월이 되겠죠? 단, 한 해에는 한 번만 응시할 수 있습니다. 그건 유념하셔서 선택하셔야 합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이제는 끝나기를 참지 않고 질문을 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여기저기서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일어나려고 하거나 손을 드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설명하던 인사팀장은 한순간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전환 비율. 몇 분이나 전환이 되느냐?”     


인사팀장은 그렇게 소리치듯이 말을 꺼낸 뒤 갑자기 멈췄다. 아니나 다를까, 또 중요한 정보의 공유를 예고하자 사람들의 소리는 차츰 작아졌다. 인사팀장은 누가 먼저 질문을 할 것인지 살펴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직원들을 둘러보다가 아까보다 작은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원래 저희가 생각하고 있던 수치가 있었습니다만, 조금 더 직원 여러분의 처우를 생각하자는 차원에서 비율에 변화를 좀 가져왔습니다. 인사평가 50%, 시험 50%로 채점을 해서 최종적으로는 반기에 한 번씩, 응시자의 35%가 전환이 될 겁니다.”     


A씨는 허, 하고 숨을 내뱉었다. 결국 면접에서 전부 다 ‘전환’을 해준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35%이라니. 회사에 몇십 대 일, 혹은 몇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는데, 또 경쟁을 해야 한다니.  

   

“일단 전환이 되면 여러분의 처우는 많이 개선될 겁니다. 복지에 있어서는 여러분들은 애초에 정직원이니까 지금까지도 손해를 보는 건 없었죠. 결국 급여 부분인데, 이 부분은 저희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사실 35%도 저희 계획과 조금 달라지긴 했습니다. 저희 사정하고도 어느 정도 맞춰야 할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일단은 논의하고 있습니다만 최대한 직원 여러분께서 섭섭하지 않게 잘 올려드릴 예정이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인사팀장은 그걸로 설명이 다 끝났다는 듯 허허 웃으면서 발표를 마쳤다. 주위를 둘러보는 표정도 ‘설마 이 깔끔한 설명에 질문이 필요하겠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A씨가 그렇게 확신했던 것은, 직원을 한 차례 둘러본 인사팀장이 곧바로 뒤로 돌아서 의자에 앉아있는 소위 높은 분들에게 격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중에는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부터 질의응답 시간을 갖겠습니다. 질문이 있는 분께서는 자리에서 조용히 손을 들어주십시오. 저희가 마이크를 드리겠습니다.”     


인사팀장으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다른 젊은 직원의 안내가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윗사람들에게 굽신거리고 있던 인사팀장은, 사람들의 손이 마구 올라가는 것을 보고 허허 웃으면서 단상 가운데로 와서 섰다. 여유가 넘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니, 저희는 들어올 때 연봉을 반토막 내고도 지원을 한 이유가 삼 년 뒤에는 원래 수준대로 맞춰준다고 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35%만 전환을 시켜준다는 건 무슨 얘기고, 갑자기 시험을 본다는 건 또 무슨 얘기고, 인사평가를 반영한다는 건 대체 무슨 얘긴지 모르겠는데요?”     


첫 질문은 앙칼진 목소리의 여자가 던졌다. 질문이라기보다는 거의 질책에 가까운 발언에 여기저기서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질문도 예상했다는 듯 인사팀장은 조곤조곤 대답했다.     


“아, 여러분의 상황을 저희가 절대 이해를 못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도 너무 잘 알고 있고요. 그런데 아까 제가 화면으로 보여 드렸죠? 저희가 그렇게 채용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저희가 전환 비율이나 어떤……. 처우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가 여러분을 이해하는 것처럼, 여러분도 저희 입장을 조금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뭐 그런 말씀입니다.”

“아니, 그건 회사 사정이고요. 들어올 때 했던 약속을 안 지키시면…….”

“질문을 하실 때는 손을 들어주세요. 오대리?”     


인사팀장의 부름에 진행자는 재빨리 자신의 마이크를 잡고 다음 질문자를 호명했다. 첫 질문자는 결국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리며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지만, 다음 질문자가 그녀의 의지를 이어받았다.


“말씀은 잘 들었는데요, 결국 일단 저희를 뽑아놓고 미안하다, 다는 못 챙겨 주겠다, 이런 말씀이시거든요? 이건 약속을 안 지키시는 거잖아요.”

“일단 약속이라는 말은 조심스럽게 하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 공고문에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환 기회 부여’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다들 공고문 보고 지원하신 건 맞죠? 지원하실 때 서류를 잘 읽어보셨다면…….”     


이번에는 폭발적으로 사람들의 분통이 터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소리를 질러대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질하는 직원들도 생겨났다. 인사팀장은 주눅 들지 않고 차분히 한 명 한 명 눈으로 살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쪼록 회사의 사정이 이러하니, 여러분께서도 양해해 주시고, 일단 시험을 잘 준비하시면 되겠다, 이 말씀입니다.”

“아니, 면접 때 분명히 그랬다니까요? 결격사유 없으면 다 전환시켜준다고!”

“그 부분은 제가 면접을 들어가질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팀장님 계셨잖아요! 그 말씀을 하시진 않으셨어도 면접 보셨잖아요!”     


어느새 질의응답의 질서는 무너지고 목소리 큰 직원들의 성토의 장이 되어있었다. A씨 역시 무너진 질서에 희열을 느끼면서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소심한 성격의 그도 손을 들고 싶어질 만큼 엄청난 분위기의 흐름이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제가 직접 듣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말을 한 직원이 있다면 그건 오해를 살만한 발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어떤 사람이 구두로 약속을 했다고 해도 그게 저희가 법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녹음이라도 해두셨나요?”     


인사팀장은 당황한 기색은 없었지만 그가 뱉는 말들은 조금씩 사람들을 더 자극하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 아, 여러분, 여러분! 알겠습니다. 일단 앉으시고요. 이렇게 흥분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질의응답 다 듣고 가겠습니다. 다 들을 테니까 일단 앉으세요.”     


인사팀장과 진행자가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와중에 A씨는 단상 위에 앉아있는 높으신 분들을 살폈다. 그들은 직원들의 외침에 당황하기는커녕, 쩔쩔매는 인사팀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키득거리거나 한숨을 쉬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위기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모습에 A씨는 혼란스러우면서도 갑자기 가슴속에 불이 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러분께서 답답해하는 부분은 저희도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오늘 간담회를 마련하지 않았습니까? 일단 오늘 이렇게 저희가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공유해 드린 거니까, 지금부터 뭘 해야 할지 분명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죠? 전환의 체계는 거의 잡혀있다, 노조와도 긴밀히 협의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그때였다.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때마침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식고, 일어났던 사람들도 앉는 분위기 속에 그의 손은 진행자의 눈에 한 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아,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입사 일 년 반 정도 됐고, 아마도 내년에 전환 대상이 될 직원입니다. 팀장님 말씀을 듣고 궁금한 것이 있어서요.”

“네, 말씀하세요.”

“인사평가 50%라고 하셨는데, 평가 방식은 기존 방식과 동일한가요, 아니면 전환 기준이 따로 있나요?”

“그 부분은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차츰 논의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시험은 논술이라고 하셨는데, 출제자나 채점 기준은 어떻게 될까요?”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고요, 아마 다들 납득할 만한 분들이 하시게 될 겁니다.”

“결과가 나온 다음에 채점표나 방식은 공개가 되겠죠?”

“일단은 그건 생각은 안 해봤고, 아마 공개는 논의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환’된 다음에 저희 급여가 얼마나 오를지는 지금 검토 중이시고요?”

“네, 그렇죠.”     


A씨는 진행자가 다음 사람을 지목하기 전에, 재빨리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어 나갔다.   

  

“말씀하신 대로면 인사평가 방식은 기존과 같을지, 전환을 위한 기준이 별도로 있을지도 아직 모르고, 시험은 출제자나 채점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전환이 된 다음에 급여가 얼마나 오를지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결국 세부사항은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장 내년 2월부터 진행하신다는 건데, 여기에 저희가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요?”     


여기저기서 A씨의 말에 동의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미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용기를 낸 A씨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저 침을 삼키면서, 흥분으로 먹먹해진 고막이 잠잠해지길 바라며 행여 인사팀장의 심기가 불편해지진 않았을지 조심스럽게 살필 뿐이었다. 그도 묘한 고양감에 손을 들긴 했지만, 막상 할 말을 다 뱉고 나니 두려운 것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일단……. 그…….”     


인사팀장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면서 마이크를 잡았다. 할 말을 고르는 것처럼 신중하게 눈을 굴리던 그는, 언덕 위에서 굴린 눈송이처럼 천천히 말을 시작하다가 점점 빠르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 예, 진행은 2월부터 합니다. 이건 분명합니다. 말씀하신 건 내부적으로 안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 저희도 다 나름대로 생각은 갖고 있고, 현실적인 부분을 맞춰가는 중입니다. 공개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울 따름이고요. 아무쪼록 잘 정해나갈 예정이니 직원 여러분께서는 준비를 잘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왜 간담회를 여신 거죠? 공개를 안 할 거면?”     


앙칼진 누군가의 외침에 강당은 다시 한번 시끄러워졌다. 여기저기서 앞선 질문들과 비난을 반복하면서 단상 위를 손가락질했고, 주욱 평온했던 인사팀장도 어느새 진땀을 흘리며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 사이 단상 위에 앉아있던 높으신 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퇴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나가지 말라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그들은 애초에 계획이라도 되어있던 듯 순식간에 일제히 자리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 일단 오늘 간담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시겠지만 저희도 밥을 먹어야 해서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추후 노조와 긴밀히 협의하고 변동사항이 생기면 공지를 드릴 테니, 전환 대상자분들은 시험을 잘 준비하셔서 여러모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자.”

“다 듣고 가신다면서요? 우리는 밥 안 먹어요?”

“당신도 직원이잖아! 당신도 똑같은 직원이잖아!”     


인사팀장은 다급히 그렇게 말을 남기고 단상 뒤로 함께 퇴장했다. 이미 거의 다 끝난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우리는 밥을 어떻게 하냐, 우리 생계를 틀어막아놓고 당신들은 음식이 넘어가냐며 원성을 터뜨렸지만 이미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아무도 없었다. A씨는 쿵쾅대는 가슴을 한 손으로 부여잡은 채 동기들과 허탈한 표정을 교환하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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