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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Mar 11. 2024

사랑

그 알수없는 힘

케냐를 오가는 동안 내 마음을 가득 채웠던 질문이 있었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전지전능하신분이 왜 세상을 이렇게 두시는지.



완벽하지 않은 우리가 믿는 완벽하신 하나님.

유한하기 짝이 없는 우리에게 무한하신 하나님의 존재가 삶에 부딪혀 올때 이 한계적 머리로는 이해불가인 부분이 너무 많았다.  

비행기를 타고 나이로비로 가면서 이런 기회를 하나님이 허락해주신것인지, 아니면 죽기 전 까무러치기라도 무섭지 않은 무모함이 생긴 것인지, 내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마구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심신이 미약해져서 내 마음의 소리를 신의 음성으로 듣고 착각하는것은 아닌지 그저 나는 못미더운 나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의심과 질문이 더해졌다.

그도 그럴것이 남은 돈 탈탈털어 망가진 삶을 일으켜 세우느라 팔 다리 걷어올리고 달려들어도 모자랄 판에 이 뜬금없는 상황에 그 마지막 돈으로 아프리카 여행이라니!!!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의 나는 삶에 필요한 돈보다  내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가 더 절실했다.


내가 얼마나  오랜시간동안 헤매였던가.

다시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할것 같다는 두려움과 아무에게도 사랑받을수 없을것 같다는 슬픔이 나를 가득 채워 짓누르고 있었다.

그 되풀이되는 상처와 공포들이 나를 할퀴고 벼랑끝으로 몰아세울때 이 아픔은 죽어야만 끝나는 것이라고 내 안의 나는 말해왔다.

그 말들은 마치 땅 밑으로 냉기 가득한 지하수가 흐르는것 처럼  마음 저 밑바닥으로 스며들어 늘 서늘하고 냉냉한 우울함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 기운은 때로 나의 몸짓과 말에 드러났겠지...

그래서 누군가는 내가 시니컬 하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내 눈이 한없이 슬퍼보인다고도 했었다.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나는 들키지 말아야 할것을 들킨 것같아 어설프고 들뜬 웃음으로 대답하곤 했었다.


나는 그  냉기가 삶에 대한 기대를 스스로 낮추게 한 것을 알고 있었다.

기댈데 없는 외로움, 영원하지 않은 세상의 모든것, 믿을수 없는 인간의 연약함, 사랑했던 사람들에게서  더한 배신과 상처로 돌려받는 것이  인생살이라는것을 확인하면 할수록, 나는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처럼 황폐하고 처참해졌다.


그래서, 나는 그분께 대답을 들어야했다.

전지전능하시고 무소부재하시다는 그 분.

온 우주를 만들고 소유하셨으면서도,  하찮은 나 하나를 온전히 소유하지 못하셨던 그분.

헤매고 돌아친 40여년을 건너와 이제 집으로 돌아갈 방향으로 들어선 나에게,

부끄럽고 허영스러운 남편의 시계를 팔아 아프리카로 나를 불러내신 분.

나는 여러사람을 통해 소문으로만 듣던 그분을, 이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뵙고 싶은 거였다.


내가  그분의 존재에 대해 "어쩌면", 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손톱만큼의 틈을 열어두었을때, 그 분은 그제서야 내게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기 시작하신것 같았다.

 마치 나는 너의 그 말을 너무나 기다려왔어...라고  대답 하듯.

나는 어렴풋이 느꼈다.  

그분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주 따뜻한 봄바람 처럼 보드랍다는것과, 도리어 내가 마음의 문을 열어준것에 너무 신나고 기뻐하시는것 같은.


내 눈앞에 펼쳐진 아프리카의 사람들과 그 자연과 그 땅을 딛고 선 어리둥절한 나까지 포함한 모든것을 향해 사랑하고 있다고, 내가 이렇게 너희를 사랑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 안달나신것 같은 그분의 다급함을 나는 느꼈다.


고 이원철 선교사님과 강지헌선교사님, 주수경선교사님, 라호균 선교사님과 탄자니아에서 사역하시던 선교사님까지 모여 함께했던 케냐에서의 시간들은

나에게 진짜 “사랑” 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주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은 늘 약자의 위치에 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말씀처럼, 늘 당연히 그분이 우리를 더 사랑하신다.

그분은 우리보다 그래서 약하시다.

우리를 눈동자처럼 사랑하신다고 하신 분이니..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수시로 고백하신다.

내가 오래전부터 너를 안다고,

늘 다른데를 바라보는 너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네가 나를 돌아봐주고 눈 맞춰주길 너무나 기다려왔다고.


하지만 도무지 그 사랑이 뭔지 모르는  우리는 알수가 없다. 그분의 사랑의 깊이와 따뜻함과 혼자 사랑하는 자의 고독함을.

유한한 인간이 어설픈 사랑을 하다 상처라도 입고 난 후에야 …우리는 감히 하나님의 사랑을 짐작이라도 해보게 되는것일까?



나는 선교사님들과 함께 다니며 만난 그곳 사람들속에  그분이 “사랑”의 언어로, 눈빛으로, 각자의 영혼안에 깃들어계신것을 느꼈다.


사랑으로 가득한 분….그분이 사랑안에서만 전지전능할수 있다는걸 나는 몰랐다.

사랑이 너무나 크고 깊어서 우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못할뿐아니라, 절대  돌아서지 못하는 그 절절함과 깊은 고독을 나는 모른다.

우리의 거듭되는 배신과 망각으로 매번 스스로 상처입으시면서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못하시는 그분의 바보스러움이 나를  …하루를 천년처럼 , 천년을 하루처럼…그렇게 기다렸다는걸, 아주 아주 조금씩 느꼈다.


그리고 그 사랑만이 우리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생명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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