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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민 Sep 17. 2016

흙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詩)를 쓰진 않지만, 시처럼 삶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관계를 통해 시를 쓰게 되기도 합니다. 이번의 시가 바로 그런 시입니다.


나무가 담긴 사진 한 장을 보내주고, 그 나무를 보며 나눴던 어머니와의 대화를 들려주는데 성경의 시편의 고백과 같다는 느낌을 가득 받았습니다. 더욱이 그 가정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들어서 알기에 더욱 삶으로 다가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책『괜찮아, 살아있으니까』에 실린 정호승 시인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양지바른 언덕에 핀 예쁜 꽃들에게도 다 비바람을 견뎌 낸 사연이 있습니다. 비바람에 온몸을 내맡긴 채 천둥 번개가 칠 때마다 절망에 떨어보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비바람 몰아치는 여름을 잘 견딘 꽃들이 튼튼한 열매를 맺듯이 무겁고 힘든 삶의 짐을 잘 지고 견딘 자만이 진정한 삶의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받은 감사한 마음을 시로 답해주고 싶어서 써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도 이처럼 단단해져가는 순간의 손길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흙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뿌리를 내어준 나무에게

수많은 친구가 있음을요.


바람이

태양이

눈비와

벌레와

새들도

잔가지에 머물러요.


때로는 무겁다는 것을

흙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흙은 안아주고 있습니다.


"흙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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