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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Harmony 소마필라 Sep 22. 2024

흑백요리사를 잠시 봤어.

9월 3주. 나의 기록들

12시 30분

갑자기 잠이 깼다. 정강이 쪽 통증이 느껴졌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다.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잠을 청하는데, 몇 주간 시달린 회사의 스트레스로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이럴 바에 일어나서 글이나 적자 싶어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님들의 소중하고 감동적인 글을 읽으면서 나를 괴롭혔던 스트레스와 내가 몰입했던 기분 나쁜 자존감 하락의 순간들을 조금씩 털어내기 시작했다. 쉽게 잊히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하고 또렷하게 방향성이 세워졌다.

그리고 게으름을 벗어내고 조금 더 노력하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밖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2024년 여름은 길었다. 6월부터 지금 9월 중순이 지났는데, 거의 4개월을 여름을 경험하는 듯하다. 오늘만 지나면 엄청 추워질 듯 한 느낌이다.


거실의 창을 다 열었는데, 약간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서 긴 카디건을 걸치게 되었다.

여름의 그 따듯한 바람이 아닌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나를 간지럽힌다.

그래도 다행이다... 여름이 지나가서..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남편과 쉬면서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를 보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불편한 마음 하나와 심사위원의 카리스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계속 말하게 되었다.


"와! 저런 카리스마, 그리고 리더십 너무 배우고 싶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쩜 저렇게 한 분야에 전문적으로 그리고 냉철하게... 너무 멋있다. 저렇게 되고 싶다..

저렇게 되고 싶다.. 저렇게 하고 싶다.. "


같이 옆에서 이걸 지켜보던 남편이 짜증 섞인 말로 답하였다.


"자기야! 지금 자기가 20대야? 왜 이렇게 과거를 자꾸 후회해. 지금은 과거를 후회하고, 저렇게 되고 싶다를 생각할 상황이 아니야. 현재를 만족하고 거기에 맞춰서 미래를 더 어떻게 잘 해내갈지 생각해야지! 왜 자꾸 과거에 뒤를 돌아봐...  우리 이제 그럴 나이가 아니라고!"


순간 당황했다. 한 번도 짜증을 내며 그렇게 나한테 말한 적 없는 사람이라 더 그런 듯하다.

요 며칠 내가 스트레스받아서 남편에게 후회 섞인 말들을 너무 많이 쏟아내서 더 그런 듯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내가 너무 어리석은 사람인가 싶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나를 깊숙하게 관찰하였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게 뭘지?

그리고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한탄을 하는지?

그리고 지금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뭘지?


저녁에 보았던,

흑백요리사를 다시 생각하며,

20명의 백수저가 되고 싶은 흑수저의 고군분투의 경쟁을 보면서 솔직히 마음이 불편했다.


흑수저도 분류가 나눠졌다.

환경에 따라 동네 장사부터 시작한 분들.. 그리고 유학과 기타 여러 부분에 있어서 단계를 밟은 분들..


제한된 시간 안에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선보이게 했고,

그 요리들을 심사위원이 평가하면서 면전에 탈락, 또는 합격을 전달하는 모습들


지금까지 우리는 경쟁의 시대에서 기준을 가지고 거기에 따라 등급을 매겨 살아왔다는 생각이 문득 더 들었다. 그리고 흑수저의 분류처럼 집안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기회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학교, 직장에서도 계급이 나눠지며, 거기에서도 임원으로 가기 위한 고군분투의 경쟁이 시작된다.


제한된 시간은 우리의 삶의 라이프를 말할지 모른다.

20대, 30대, 40대, 50대 이렇게 나눠진 그 시간의 제한들..

위 쪽 상단의 20개 의자에 앉기 위해서 서로서로 경쟁하며, 심사위원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고군분투


그래서 내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나 보다.


심사위원의 카리스마와 그리고 그 사람이 쌓아온 경력 그리고 노하우를 그 프로그램을 통해 보이는데, 그 빛은 너무 밝았고 멋있었다. 그 사람이 거기까지 오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노력, 눈물, 여정, 그리고 시련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백수저 20인의 위에서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흑수저를 응원하기도 하고 냉철하게 의견을 내기도 한다. 흑수저는 그런 그들을 보며 부정적인 말들을 섞어서 내놓는 분들도 있었고, 오히려 그들을 동경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리고 묵묵하게 본인의 맡겨진 일을 해내는 분들도 있었다.


백수저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 분은 백수저의 관심과 말들을 더 위에서 받고 있고, 그 모습이 조금은 든든하게 느껴지질 모른다. 학연, 지연이라는 단어가 연결 지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멋있다. 그분이 그런 학연과 지연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 여정이 있었을 거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게 뭘지? 나는 백수저가 되고 싶었던 거 같다. 회사에서 백수저처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뭐든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어서 나를 괴롭혔나 보다.


그리고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한탄을 하는지? 나는 백수저가 가지고 있었던 노력, 눈물, 여정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학연 지연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 스스로 이 부분에 대해 자존감이 떨어진 듯하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뭘지? 나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지니 더 그 부분에 몰입한 듯하다. 상대는 그런 생각이 없을지도 모르고 아예 관심을 두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 무리에 조직에 소속되고 싶어서 혼자서 적극성을 띄운 듯하다.

결론은 포기할 건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하면서 그 열정과 노력을 더 가치 있는데 몰입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번 더 나의 현 상황을 돌아볼 수 있었다.


백수저, 흑수저, 그리고 흑백요리사..

불편한 프로그램이었지만, 확실하게 조직사회를 함축해서 보여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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