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담 파운드의 베이커리 ~
[파운드]
콩포트, 어떤가요?
[엘레나]
이렇게 향긋한 과일 콩포트는 처음이에요.
[파운드]
후후, 특별히 솜씨 좀 부려봤는데. 다행이네요.
이제 치즈 케이크에 올려서 장식하는 일만 남았는데, 한 번 해보지 않을래요?
[엘레나]
네? 저는 베이킹에는 재능이 없는데…….
[파운드]
괜찮아요, 단순히 다 만들어진 케이크에 콩포트를 붓는 것 뿐이니까.
완성된 케이크가 광장에 놓인 모습을 보는 일도 꽤 재미있을 거예요.
그 동안 나는 다른 빵을 좀 구우러 가 볼게요~
[엘레나]
그, 그러니까, ‘다 만들어진’ 케이크와 콩포트를 망칠 수도 있는데요……?
~ 치즈 케이크를 부탁해! (0%) ~
새로운 퀘스트 발생!
3단 치즈 케이크에 콩포트를 올리자.
[ > 수락 ]
실제 세계에서도 이렇게 호의적이고 관대한 사람들이 있을까? 오늘 처음 본 이방인에게 마을 과수원에서 과일을 좀 따 달라고 한다거나, 베이커리 명장(?)의 이름을 걸고 만든 케이크의 마무리를 훌쩍 맡겨버린다거나.
아무튼 주방 중앙에는 작업대 위에 꽤 거대한 3단 치즈 케이크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마담 파운드는 저 편에서 뭔가를 열심히 반죽하고, 제이크와 도로시는 엘레나를 지켜본다. 그 옆에는 세 가지 색의 콩포트가 각각 원재료가 된 과일들과 함께 나란히 그릇에 담겨 있다.
과일 콩포트들에 화살표가 반짝이고 있어 다가가보니, 상호작용 선택지가 뜬다.
> 딸기 콩포트
체리 콩포트
블루베리 콩포트
딸기 콩포트를 선택하니, 이번에는 치즈 케이크에 화살표가 반짝인다. 가까이 가보니 이번에도 상호작용 선택지가 뜬다.
> 3층
2층
1층
아, 각각 층별로 콩포트를 고르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가만있어 보자, 어떻게 해야 색깔이 예쁠까? 아무래도 그라데이션이 낫겠지? 맨 밑에는 옅은 빨강의 딸기, 중앙에는 진한 빨강의 체리, 그리고 꼭대기에 블루베리를 얹어야겠다.
이런 건 정말 소소하고 별 것 아닌 퀘스트인데, 막상 임하게 되면 무엇이 최선일지 고민하게 된다. 인생이란 기본적으로 이런 걸까? 멀리서 보면 모두가 우주의 먼지일 뿐이지만, 어쨌든 인생은 바로 코앞에서 펼쳐지니까.
아무튼 케이크가 뜻대로 완성되니 괜히 뿌듯하다. 간단하게 버튼 몇 번 조작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생과일 가득한 치즈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니, 가성비 최고다.
~ 치즈 케이크를 부탁해! (100%) ~ COMPLETE!
3단 치즈 케이크에 콩포트를 올리자.
[ > 확인 ]
[파운드]
어머, 고마워요! 역시 감각이 있네~
[도로시]
맛있겠다~
파운드 아주머니, 그럼 이 케이크는 중앙 광장으로 가는 건가요?
[파운드]
그렇죠. 그런데 피터가 일이 있는지, 아직도 안 왔네요.
이걸 어쩌나? 광장까지 옮겨야 하는데, 나 혼자서는 무리라…….
[제이크]
그거라면 ‘키 크고 잘생긴 총각’이 도와드리죠, 마담~
[파운드]
어머, 정말 그래주겠어요? 고마워요!
[엘레나]
그 와중에 본인이 은근슬쩍 ‘키 크고’를 덧붙였잖아……?
[도로시]
그럼 저희는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파운드]
호호, 정말 친절한 여행자 분들이시네요.
그렇다면 사양 않고~
오늘 마을 사람들에게 특제 마카롱을 판매해야 하는데, 부탁할 수 있을까요?
[도로시]
그럼요!
[엘레나]
잠깐, 내 의견은……?
[파운드]
베이커리 밖에 이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다시 홀 쪽으로 가 볼까요?
마담 파운드가 베이커리의 홀로 이동한다. 그 뒤를 따라 나서자, 대화가 자동으로 이어진다.
[파운드]
저기 창 밖으로 사람들이 보이지요?
[도로시]
와아, 줄이 엄청 길어요!
[파운드]
오늘 같은 날이 없으니까요.
이따가는 다 팔리고 없을 지도 몰라요. 특히 ‘일곱 과일 무지개 마카롱’! 품이 많이 드는 메뉴라 축제 때만 만드는 한정 메뉴예요. 아마 다들 눈독 들이고 있을 테니, 자기 몫으로 하나씩 챙겨 둬요.
마담 파운드가 찬장과 카운터를 오가자, 카운터의 유리 진열장에 색색의 마카롱이 하나씩 생긴다. 그 가운데서 마지막 마카롱이 언뜻 봐도 가장 특별해 보인다. 단색의 다른 마카롱들과는 달리, 꼬끄부터가 무지개색이다.
제이크와 도로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 개씩 집어 들고는 와앙 베어 문다.
[제이크]
엄청난데? 어떻게 이 작은 과자 안에 과일을 일곱 가지나 담았지?
[도로시]
완전 새콤달콤해! 일곱 가지 과일들 본연의 향이 느껴지면서도, 크림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환상적인 맛~♡
엘레나도 한 입 먹어봐!
그 때, 베이커리에 놓인 괘종시계의 종이 네 번 울리며 4시를 알린다. 그러자 곧장 사람들이 밀려 들어온다.
[엘레나]
나는 이따가 끝나고 천천히 먹어볼래.
엘레나가 앞치마 주머니에 무지개 마카롱을 슬쩍 넣어둔다. 이거, 아무래도 복선의 냄새가 난다.
[파운드]
그럼, 잘 부탁해요!
마담 파운드가 제이크와 함께 가게를 나서고, 퀘스트가 진행된다.
~ 마카롱 타이쿤! (0%) ~
새로운 퀘스트 발생!
주문에 맞게 마카롱을 포장하자. (주의 : 색깔별로 맛이 다르다!)
[ > 수락 ]
밀려오는 손님들. 본인 차례가 온 사람들이 저마다 먹고 싶은 맛을 물어보고, 그에 맞는 마카롱을 카운터 유리 진열대에서 꺼내줘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마카롱 이름이 안 적혀있다. 색깔로 유추하는 수밖에 없나?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아마 빨강은 딸기, 주황은 오렌지, 노랑은 레몬? 초록은 뭐지? 풋사과? 아니면 청포도? 아닌가, 보라색이 포도맛인가? 보라색, 어쩌면 자두 같은 것일지도……? 그럼 파랑은 뭐지? 파란 과일이 있나?
아무튼 여섯 가지 마카롱들에 반짝이는 화살표가 뜨고 있으니, 손님의 요청에 따라 해당되는 마카롱에 가서 ‘포장하기’로 상호작용 하면 되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무지개색 마카롱에는 왜 화살표가 안 뜰까?
[손님]
딸기맛 주세요
에이, 이건 쉽다. 빨강이지.
빨간색 마카롱을 포장하자, 손님 캐릭터가 머리 위에 음표를 띄우고는 과자 봉지를 들고 가게 밖으로 나간다.
[손님]
그… 이름이 뭐던가…
한 송이에 여러 개가 주렁주렁 열리는…
아니아니, 푸르딩딩한 것 말고…
포도인데 푸르딩딩한 것 말고? 이건 보라색이다. 이 게임, 불필요하게 헷갈릴 틈을 주지 않아서 참 좋다.
[손님]
블루베리맛 있어요?
아, 블루베리가 파랑이었구나?
[손님]
여기서 제일 상큼한 게 뭐예요?
이게 레몬이다. 노란색, 확실하네.
[손님]
풋사과 맛이 먹고 싶은데 -
초록의 정체는 청포도가 아니라 풋사과였구나? 그렇다면 초록……을 선택해야 하는데, 서두르는 바람에 그 옆의 노랑을 포장해버렸다. 이걸 어째?
그런데 손님은 짜증을 내지는 않고, 과자봉지를 들여다보고는 한 번 갸우뚱하더니 음표 대신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운다. 그러고는 그냥 그대로 가게를 나간다. 웃는 얼굴로. 아니, 이거 현실이랑은 너무 다른데? 바닐라 라떼 시켰는데 아메리카노가 나와도 그냥 마시는, 그런 사람들인 건가? 행복하게 사는 마을이네…….
[손님]
오렌지맛 하나 주세요.
오렌지면 오렌지 색이지~
아까처럼 실수만 하지 않으면 쉬엄쉬엄 하기 좋은 미니게임이다. 일반적으로는 적당히 난이도 있는 게임이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머리 별로 안 쓰고 붕어빵 타이쿤처럼 단순하게 조작하는 것도 즐겁다. 그래도 이 정도면 수수께끼 푸는 맛이 살짝 있기도 하네. 퍼즐 같은 게임이라고 누가 리뷰에서 그러던데, 이런 뜻인가?
붕어빵, 아니 마카롱 타이쿤을 한참 하고 나니,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한 명이 들어온다. 허리가 굽고 눈이 곱게 접힌 채로 미소를 띠고 있는, 전형적인 할머니 캐릭터다.
[도로시]
어서오세요!
[노인]
아? 파운드는 어디 가고, 처음 보는 젊은이들 같은데. 혹시 이름이?
[도로시]
아, 네! 저는 도로시라고 하고, 이 쪽은 저희 길드의 길드마스터, 엘레나예요.
황성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운 좋게 축제일이라고 들어서 좀 머물다 갈 예정이에요.
지금은 파운드 아주머니 대신에 베이커리를 잠시 맡아 드리고 있고요.
[노인]
길드라? 호오.
그래그래, 한껏 즐기다 가시라구. 젊은이들이 활기차니 아주 보기 좋아!
그나저나 ‘일곱 과일 무지개 마카롱’을 먹고 싶은데, 혹시 남았는가……?
[도로시]
아? 죄송하지만 무지개 마카롱은 진작에 다 나갔어요.
[노인]
쩝…… 그럼 어쩔 수 없구만. 내년 축제일을 기다리는 수밖에 -
노인의 표정에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문득 ‘젊은이들’이라고 칭하던 노인의 표현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이 ‘젊은이들’에 비해, 노인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 게임 속이니까 노인은 아마 이 세계에서 영생을 누리겠지만, 현실이었다면 그렇지 않았겠지. 게임 세계가 아니었다면 이 노인에게 내년이란 기약할 수 없는 미래였을 지도……. RPG 게임을 하다 보면 어쩐지 NPC들의 삶을 상상해보게 된다. 이 세계 속의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하고.
그런데 엘레나도 약간 고민하는 기색이다. 아까 주머니에 챙겨 둔 마카롱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노인한테서 훔쳐오기라도 한 것처럼 느끼는 걸까? 그러다 엘레나가 입을 연다.
[엘레나]
혹시, 이거라도 괜찮으시다면…….
[노인]
아아? 그건 본인 몫으로 챙겨둔 게 아닌가?
젊은 사람 먹을 것을 뺏을 수는 없지.
[엘레나]
괜찮아요. 한 개는 아까 이미 먹었거든요.
[노인]
그래? 그렇다면 고맙게 받겠네~
노인에게도 품에 과자봉지가 생긴다. 그리고는 곧이어 마카롱을 먹는 노인.
[노인]
음~! 바로 이 맛이야! 역시 신선한 크림이 과일들 밸런스를 딱 잡아 주는구만!
내가 이래서 이 마을을 못 떠나지~
마카롱 하나에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는다. 보통 나이 든 사람들은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던데. 이 게임, 고증이 잘못된 것 아닌가? 아니면 이 노인에게는 예외인 걸까?
나는 나중에 나이 들어서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지금도 딱히 단 것을 엄청나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카롱 하나쯤 먹으면서 웃음 짓는 저 노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솔솔 든다. 닳고 또 닳아서 무뎌져 버린 감정을 누더기처럼 걸친 사람은 되고 싶지가 않은걸.
[노인]
고맙네 젊은이~ 복 받을 게야.
‘짤랑’ 하는 종소리를 내며 노인이 베이커리 문을 나선다.
그러자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도로시가 입을 연다.
[도로시]
엘레나, 너무 착한 거 아니야? 그 마카롱 정말 맛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쉽게 넘겨주다니~
엘레나보다도 더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도로시다. 아무래도 미식가 기질이 있는 캐릭터 같다. 가이드북 보고 베이커리 찾아올 때부터 알아봤다.
[엘레나]
에헤헤, 그러게. 도로시 말을 들으니까 마카롱이 조금 아쉬운 것 같기도 하네.
그래도 뭐, 왠지 마음만은 편한걸?
[도로시]
우우, 역시 엘레나는 너무 착해…….
곧이어, 마담 파운드가 가게로 들어온다. 치즈 케이크를 날라준다던 제이크는 어디 가고, 왜 홀로 왔지?
[파운드]
아휴, 다들 치즈 케이크 맛을 먼저 보려고 어찌나 슬쩍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지! 막느라고 진땀을 뺐네요.
이제 곧 커팅식이 있을 거예요. 아까 그 잘생긴 총각이 좋은 자리를 찜해두었으니, 여러분도 가서 한 접시씩 받고 축제를 즐기도록 해요. 덕분에 정말 도움 많이 받았어요!
[도로시]
정말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엘레나, 우리 어서 가보자!
도로시의 말을 끝으로 대화가 마무리된다. 그렇다면 이제 중앙 광장으로 가야겠지? 일단 베이커리부터 나서자.
~ 나리엔 마을 ~
어디 보자, 봄의 마녀령에서 나리엔 마을로 맨 처음 워프했을 때 도착한 곳이 중앙 광장이었으니까. 기억을 되살려서 가 볼까나? 그런데 이 게임, 지도는커녕 미니맵조차 없잖아? 진짜로 기억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나?
마카롱 타이쿤이라든지, 대화 선택지 고를 때라든지, 대체로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편인 줄 알았는데. 뭐, 그래도 이렇게 한가로이 마을 탐방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날씨나 신체적인 피로 따위를 고려하지 않고도 아기자기한 마을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다는 점이 RPG 게임의 묘미 중 하나니까.
그런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동안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겸하다 보니, 어느새 중앙 광장에 도착.
과연 축제 답게, 마을 중앙 광장에 들어찬 노점들과 인파로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난다. 특히 ‘목동제’인 만큼 유제품이 유독 많이 보인다. 꼬치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치즈, 손님에게 맛보기 용으로 상인이 잘라주는 슬라이스 치즈……. 어딜 가든 고소한 치즈 향기가 풍길 것만 같은 기분이다.
치즈와 어울리는 와인이나 햄도 노점 곳곳에 진열되어 있다. 그 밖에도 갓 구운 빵과 과일잼, 꾸덕한 요거트처럼 먹을거리가 가득이다. 괜히 상점 하나하나를 돌아다니면서 NPC한테 말을 걸며 판매 물품들을 구경해 본다. 물론 아직까지는 어떤 아이템이 필요할 지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구경만 할 뿐이다. 게다가 딱히 살 만한 게 보이지도 않고……. 그래도 그냥 이렇게 기웃거리며 눈요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그러다 한 쪽에 놓인 거대한 3단 치즈 케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제이크가 그 곁에 서 있고, 케이크는 아까 만들었던 그대로 콩포트 색이 입혀져 있어서 괜히 뿌듯하다. 치즈 케이크에 화살표가 반짝이고 있어서 다가가 보니,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 치즈 케이크 하나 주세요.
그러자 도로시와 엘레나의 손에 치즈 케이크가 들리고, 대화가 시작된다.
[도로시]
아, 정말 맛있는 케이크였어! 한 조각 더 먹고 싶었는데…….
하지만 저 쪽에 있는 꼬치구이라면 아쉬움이 조금 덜해질 지도?!
그렇게 말하며 도로시가 저 편으로 달려간다. 쪼르르 걸음을 옮기는 도로시를 따라가니, 제이크도 엘레나를 따라 나선다. 그러다 문득 꼬치구이 노점 앞에서 도로시가 멈춰선다.
[도로시]
어? 엘레나, 저기 봐봐. 아까 그 할머니야.
도로시가 가리킨 곳을 보니, 무지개 마카롱을 받았던 노인이 어떤 노점 앞에 서 있다.
[제이크]
웬 할머니? 아는 사람이야?
[도로시]
응. 엘레나가 자기 마카롱을 드렸어. 다 나가고 없었거든.
[제이크]
이런! 그건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는데-
그나저나 지금 저 할머니, 풍선 맞추기를 하려는 건가?
자세히 보니, 풍선을 맞추는 임시 게임장이다. 놀이공원이나 해변가에 놀러 가면 종종 보이던 다트 게임장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게임장 안쪽에는 풍선이 매달린 벽면이 좌우로 빠르게 움직인다. 그 옆에는 작은 상자에 다트가 여러 개 담겨 있고, 경품으로 보이는 인형들도 있다.
[엘레나]
그러게. 팻말에 경품이 적혀 있는 것 같은데?
화살표가 반짝이는 팻말로 다가가, ‘읽기’를 누르니 내용이 뜬다.
~ 팻말 ~
10번 중 5개만 맞추면 인형 1개!
[ > 확인 ]
또 미니게임인가? 흐음, 하지만 스피드가 필요한 게임은 지금 딱히 내키지 않는데. 한동안 느긋하게 즐길 수 있나 했더니.
하지만 ‘확인’ 버튼을 누르자, 미니게임 대신 노인의 대사가 뜬다.
[노인]
저 노란 곰인형이 갖고 싶구만 -
[게임장 주인]
곰이 아니라, 만화 캐릭터예요. 보세요, 이렇게 꼬리 끝도 번개 모양이고.
[노인]
그래 그래, 노란 아기곰이 참 귀엽네.
한 판 해볼까나?
[도로시]
저 게임, 노인한테는 완전 사기잖아?! 풍선 움직이는 속도가 엄청 빨라.
제이크, 네가 대신 던져보는 건 어때? 드래곤한테 이 정도는 일도 아닐 텐데.
[제이크]
나? 내가 하면 벽을 뚫어버릴 지도 몰라. 힘 조절이 제일 어려워.
[도로시]
쳇, 별 핑계를.
엘레나는 어때? 난 운동신경이 별로라서 돈만 버릴 것 같고…….
~ 당신의 선택은? ~
> 제가 도와드릴게요!
(좀 망설여진다)
[ 확인 ]
에잇, 귀찮지만 이 또한 어떤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스피드 게임을 해서 돕는 수밖에.
그러나 뜻밖에도, 이번에도 미니게임 대신에 캐릭터 대사가 뜬다.
[게임장 주인]
어, 음……. 보아하니 다른 마을 분이신 것 같은데. 잘 모르시겠지만, 굳이 그러실 필요는-
[노인]
홀홀홀, 이 늙은이를 도와주려는 마음들은 고맙지만 그럴 필요 없네.
한 판에 15 골드라고 했나?
[게임장 주인]
아니에요…… 그냥 드릴게요…….
[노인]
아니 아니, 그럴 순 없지! 이런 게 다 사는 재미 아니겠어? 홀홀홀.
노인의 쪼글쪼글한 손이 다트를 집어든다.
그런데 순식간에 자세를 갖추는 노인. 흡사 전문적인 창 던지기 선수와도 같은 완벽한 포즈다. 쭉 뻗은 왼손 끝은 목표물을 가리키고, 다트를 집은 오른손을 귀 뒤쪽으로 젖힌다.
[제이크]
음, 어쩌면 벽은 저 분이 뚫을 지도 모르겠는걸…?
흔들리는 풍선 대열을 향해, 첫 번째 다트가 날아간다. 슝, 팟!
풍선이 깔끔하게 터진다.
[노인]
재밌는걸? 이번엔 가장 구석에 있는 녀석으로~
두 번째 다트가 날아간다. 슝, 팟!
정확히 가장 왼쪽 위에 놓인 풍선이 터진다.
[도로시]
저 할머니, 보통 실력이 아니야…
[제이크]
게다가 모든 면에서 깔끔해. 다트가 포물선도 안 그리고 쭉쭉 뻗어.
노인의 묘기에 가까운 다트가 이어진다.
한 손으로 다트 두 개를 집어들면 두 개의 풍선이 명중, 세 개를 동시에 던지면 정확히 세 개의 풍선이 명중이다. 저 할머니, 힘을 숨긴 실눈캐 설정이구나.
구경꾼들이 하나둘 모이고, 풍선이 터질 때마다 탄성과 박수도 터져 나온다.
[제이크]
저 할머니, 괴물인가? 마지막 다트는 궤적을 휘어서 한 번에 여섯 개를 뚫었어.
살다살다 드래곤 평생에 이런 구경은 처음이네.
[노인]
홀홀홀. 열 다섯 개를 맞췄는데, 인형은 하나만 주는 건가?
[게임장 주인]
세 개 가져가세요, 촌장님…
[촌장]
고맙네~~~
[도로시]
저 할머니가…… 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