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의문의 노인은 이 마을의 촌장이었다.
어쩐지 복선 가득한 실눈캐 같다더니, 역시 뭔가 있었다.
[게임장 주인]
이럴 줄 알고 그냥 드린다고 했는데…….
인형도 세 개씩 나가고, 풍선도 다시 불어야 하고. 아휴.
게임장 주인이 궁시렁대는 사이, ‘촌장’이 이 쪽으로 다가온다.
[촌장]
여기, 하나는 젊은이가 가지게나~
[엘레나]
저요?
[촌장]
그래 그래. 난 욕심 없는 사람이라우.
젊은이는 복 받을 게야~
노인, 그러니까 촌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양 팔에 인형을 한 개씩 끼고 총총 사라진다.
[제이크]
그런데 천사님, 방금 그 할머니 말야.
욕심 없는 사람이라더니, 왜 굳이 주인장한테 두 개를 더 뜯어낸 거야?
그러게. 정말 욕심 없는 사람 맞나?
게임장을 지키고 있는 NPC의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
~ 마카롱 타이쿤! (100%) ~
주문에 맞게 마카롱을 포장하자. (주의 : 색깔별로 맛이 다르다!)
히든보상 : 「귀여운 노란 인형」 +1
[ > 확인 ]
아? 그러고 보니 저 퀘스트, 완료 안내창을 못 봤었다. 마카롱 타이쿤으로 노인을 만나고, 인형을 얻는 것까지가 완결이었구나. 꽤나 꼬리가 긴 퀘스트였네.
퀘스트가 완료되자, 광장에 밤이 내려앉는다. 어두운 가운데 조명들이 노점들을 밝히니, 판타지 소설 속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마을 중앙 광장이 넓은 연회장으로 바뀐다. 공중에는 주렁주렁 달린 예쁜 알전구가 노란 불빛으로 따스하게 광장을 비춘다. 광장 한 편에 연회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이 줄지어 차려졌는데, 그걸 발견한 도로시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뜬다.
[도로시]
앗! 카나페 코너다!
그러더니 그 쪽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다른 한 편에는 악단이 무도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중앙의 분수를 둘러싸고 즐겁게 춤을 춘다. 이번에는 제이크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뜬다.
[제이크]
춤이라면 빠질 수 없지~
제이크가 인파 속으로 달려간다. 그러고는 끊임없이 이 사람, 저 사람과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추는 것을 보니, 역시 인기 많은 미남이다.
길드원들도 제각기 놀러가고, 퀘스트는 남은 게 없고. 이제 뭘 하면 좋지? 나도 연회 음식 쪽으로나 가 볼까.
테이블에 늘어선 음식들에 다가가니, 각각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버튼이 뜬다.
> 새콤달콤 오렌지 주스
톡톡 스파클링 샴페인
한 입 가득 토마토 타파스
오렌지 주스를 선택하자, 엘레나의 손에 주스 한 컵이 들린다. 주스를 들고 벤치에 가서 가만히 앉아 본다.
엘레나가 주스를 마시는 모션을 취한다. 그러고 보니 이 나리엔 마을, 과일도 우유도 모두 신선하다고 했던가? 그럼 이 오렌지 주스도 달콤하고 상큼하고 그러겠네. 모든 게 향기롭고 신선한 마을이라니, 어쩐지 그리운 느낌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언제라도 이렇게 주스 한 잔 들고 앉아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싶은 그런 공간.
한동안 그러고 있으니, 엘레나의 대사가 뜬다.
[엘레나]
(여행자 숙소로 먼저 들어가야겠어.)
음……. 퀘스트가 따로 뜨지는 않았지만, 아마 여행자 숙소로 가라는 뜻이겠지?
벤치에서 일어나, 여행자 숙소를 찾아 나선다. 간판 같은 걸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그나저나 도로시랑 제이크는 안 챙겨도 되려나? 엘레나가 오랜만에 혼자 다니네. 원래 RPG 게임은 이렇게 혼자 다니는 게 보통인데, 맨날 누군가와 같이 다니다가 혼자가 되니 살짝 적적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나리엔 마을을 둘러보다가, 중앙 광장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침대 그림이 그려진 간판을 발견한다. 틀림없이 여기가 숙소다. 그런데 사방 귀퉁이에 그려진 보석들은 뭐지? 아무튼 문으로 다가가니, 상호작용 버튼이 떠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 여행자 숙소로 진입
~ 여행자 숙소 ~
여행자 숙소로 들어서니, 1층에는 식당이 운영 중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숙소인 만큼 접객 카운터도 있고 한 쪽에는 소파 두어 개가 놓인 공간도 있다.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서성이고 있다. 배낭을 짊어지고 카운터에서 뭔가를 묻고 있는 사람도 있고, 가벼운 차림으로 식사 중인 손님들도 있다.
그런데 그 때, 대화가 시작되면서 멀리서 촌장의 모습이 등장한다.
[촌장]
역시, 여기 있었구만?
그러더니 이 쪽으로 다가오는 촌장.
[촌장]
홀홀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인데?
[엘레나]
…….
[촌장]
글쎄, 어딘가 외로워 보였달까?
자네 같은 눈을 한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어.
[엘레나]
그런가요……
[촌장]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말게나.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보니 아는 거니까.
여기 왔다는 건 휴식이 필요했다는 뜻일 텐데, 그렇담 5층으로 같이 가지. 그 쪽 라운지가 더 아늑하거든.
그러면서 촌장은 계단 쪽으로 총총 걸어가더니, 따라오라는 듯 엘레나를 향해 뒤를 돌아보고 멈춰선다.
아니 그런데, 비슷한 경험? 내 눈에는 마냥 유쾌하고 아이 같아 보이는 할머니인데…….
아무튼 촌장을 따라서 계단을 올라 5층으로 간다. 도착하니 촌장의 말대로 라운지가 있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고 여기저기 테이블이 놓여 있는, 소박하고도 아늑한 모습이다. 촌장은 담요가 잔뜩 쌓인 곳으로 가서, 한 장 챙겨다가 좌식 탁자 앞에 앉아 빙빙 두른다. 담요 더미 위에 반짝이는 화살표가 있어서 다가가보니, 상호작용 버튼이 뜬다.
빨간 담요
파란 담요
> 노란 담요
노란 담요를 골랐더니 엘레나의 손에 노란 담요가 들린다.
촌장의 건너편 자리에 반짝이는 화살표가 떠 있어서 그 쪽으로 가서 ‘앉기’로 상호작용을 한다. 그러자 엘레나가 노란 담요를 두르고 앉는다.
뭐야 이 게임, 쓸데없이 세밀하잖아……?
[촌장]
여기 5층 라운지를 내가 참 좋아해. 젊은 여행자들 웃고 떠드는 소리가 가득하잖아?
그리고 이것 봐. 살짝 열린 창문으로 밤공기까지 선선하게 불어오고, 얼마나 좋아? 홀홀홀~
[엘레나]
그러고 보니 촌장님, 인형들은요?
[촌장]
아, 그거? 축제 구경 나온 아이들한테 다 나눠줬지. 선심은 베풀 수 있을 때 베풀어야 하니까.
[엘레나]
네? 다 나누어 주셨다구요?
[촌장]
그럼그럼. 덕분에 나도 간만에 실력발휘 좀 하고 말야. 홀홀홀~
[엘레나]
푸흡, 딱히 인형이 가지고 싶으셨던 건 아니었군요.
다트는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촌장]
다트? 그건 배운 게 아니야.
혹시 ‘천공전쟁’에 대해서 좀 알고 있는가?
[엘레나]
갑자기 천공전쟁은……?
들어는 봤죠. 온 대륙이 갈라져서 싸웠던 긴 전쟁이었다고요.
[촌장]
그래, 그 때 내가 황실 기사단장이었어.
[엘레나]
네?
아, 역시. 힘을 숨긴 캐릭터였다. 다트를 그렇게 다룰 때부터 알아봤지.
[엘레나]
기나긴 ‘천공전쟁’의 종지부를 찍었던 마지막 대전투에서, 황실 기사단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는 들었지만…….
그 기사단장님을 눈앞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촌장]
하지만 막상 전쟁이 끝나고 나서 찾아온 것은 행복도, 평안도 아닌, 깊고 깊은 허무였다네. 무공을 세우고 돌아온 내게, 황실은 부와 명예를 약속했어. 어차피 전쟁통에 귀족이란 귀족은 씨가 말랐으니, 황실의 재산도 넉넉해졌던 거지.
그런데 이 늙은이는, ‘황송하오나 여행을 좀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당돌한 서신을 남긴 채 혼자 길을 떠났다우. 목적지도 모르고,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말야.
숲을 지나고, 설원을 지나고, 평야도 지나고. 그러다 어느 사막을 지나는 도중에 한 도시를 운명처럼 우연히 마주했다네. 오아시스를 낀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시였어. 도시를 빙 둘러서 성벽이 감싸고 있었는데, 성문 옆에 놓였던 모래시계 조형물도 사막을 닮아 인상적이었지. 그 큰 모래시계에서 진짜 모래가 떨어지고 있었거든.
촌장은 계속해서 ‘오아시스 도시’에서의 삶을 들려주었다.
[촌장]
나는 그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아이도 낳아 기르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우. 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했지. 모두들 날 좋아했고, 나도 그런 마을 사람들이 참 좋았어. 기사단장으로서의 경험을 살려서 도시의 중요한 직책도 맡아 지냈고 말야.
더 이상 황실에서 약속했던 부귀영화도 아쉽지 않았어. 드디어 마음 둘 곳을 찾았다는 안정감, 그런 기분으로 가득한 날들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 옛 추억을 떠올릴 겸 성문 쪽으로 산책을 갔지. 평소에는 갈 일이 통 없었는데, 지금도 같은 모습일까? 모래시계도 아직 있으려나?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말야.
그런데 모래시계 조형물에서는 더 이상 모래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우.
[엘레나]
그럼 그 모래시계는…….
[촌장]
어떤 신비한 마법이라도 걸려 있었나 싶어서, 문지기에게 물어봤지. 그랬더니 글쎄, ‘당신이 만든 허상을 당신이 알아채지 못했다니 놀랍군요’라고 하더군.
순간 오만 생각이 다 들었어. 지금껏 여기에서 보낸 내 시간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만났던 사람들, 쌓아왔던 관계들, 그런 게 다 허상이었단 말인가? ‘천공전쟁’을 끝내고 황실이 약속했던 부와 명예는? 그걸 다 버리고 이 도시에서 보냈던 그 모든 시간은 모조리 허공에 날려버린 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때의 나는 곧장 문지기의 창을 빼앗아서 그 망할 멈춰버린 모래시계에 냅다 던졌다우. 그랬더니 ‘와장창’ 소리를 내면서 유리가 깨지고, 모래가 잔뜩 쏟아져 나왔지.
그러자 나도 폭삭 삭아버려서는 노인이 되어버렸어. 돌이켜보면 그 오랜 시간 동안 나이를 먹지 않고 살았다는 건 참으로 기이한 일인데, 난 그게 이상한 줄도 모르고 그저 허상에 갇혀서 살았던 게야.
모래시계 밑바닥에 남아 있던 모래를 긁어다가, 쪼글쪼글한 손으로 병에 주워 담았다우. 도시는 이미 신기루처럼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뒤였고.
그리고 나니 갈 곳이 없어져서, 결국 고향인 이 나리엔 마을로 돌아왔거든. 다행히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던 몇몇 마을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는 밥도 주고 잠도 재워줬어. 참 좋은 사람들이야.
[엘레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촌장]
만약에 그 모래시계에 담겼던 모래가 내 수명이라면, 병에 담아 온 모래는 아마 10년치 정도 될 게야. 삶을 통째로 허공에 날려버린 인생 치고는 꽤 많은 날들이 남은 셈이지, 홀홀홀~
[엘레나]
그래도 이렇게 자신을 잃지 않고 계시다니. 촌장님은 참 대단한 분이신 것 같아요.
[촌장]
나? 대단할 건 없지, 뭘.
처음에는 이 늙은이도 모든 게 막막해서 폐인처럼 지냈다우. 누가 밥을 주면 밥을 먹고, 달이 뜨면 잠을 자고, 해가 뜨면 또 아침을 먹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지.
그런 날들을 보내면서, 결국에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네. 황실 기사단을 이끌면서 활약하던 것도 나였고, 비록 허상이었지만 따뜻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것도 나였어. 남이 보기에는 어떠할 지 몰라도, 매 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나의 의지로 충실히 엮어왔으니 그것으로 내 삶은 충만하였다, 그런 결론을 내렸다우.
신기하게도 그 후로는 마음이 편해졌다네. 아직도 가끔씩은 이 나리엔 마을조차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괴팍한 꿈을 꾸지만, 그래도 잠에서 깨어나면 훌훌 털고 기운차게 아침을 맞이해. 어쨌든 내 몫으로 주어진 내 시간인 건 분명하거든.
자네, 저기 저 별들 보이지?
[엘레나]
별들이요?
[촌장]
그래, 저 별들 말이야.
[엘레나]
네, 은하수가 정말 멋지네요.
[촌장]
이렇게 멀리서 보면 다들 한 군데에 모여서 은하수를 이룬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이거든.
나이 먹고 보니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단 말이야. 국가든, 마을이든, 옹기종기 모여서 사는 것 같지만, 한 명 한 명 들여다 보면 서로들 외롭고 방황하고 있는 별들이야. 지금 자기가 여기에 있는 게 맞는지조차 긴가민가해 하면서, 각자 엄청나게 헤매고 있다구.
[엘레나]
외롭고 방황하는 별들이라…….
[촌장]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잊어서는 안 되네. 우리는 저 별들처럼 늘 자신의 빛을 반짝이고 있단 사실을 말일세. 이 허무하고 어두컴컴한 우주 속에서도, 자기 앞에 놓인 시간을 자기 몫의 빛으로 아름답게 밝히고 있다는 사실을.
낮이 되면 태양빛에 가릴 지라도, 또 종국에는 하얗게 모든 것을 불태우고 사라질 지라도, 빛나고 있는 동안에는 모두가 제각기 아름다운 별이야. 저 멀리 떨어진 다른 별들이 붉은 빛이든 파란 빛이든 그런 것과는 상관 없이, 각자 자신의 시간을 자신의 빛으로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별들 말이야.
그리고는 촌장이 엘레나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촌장]
부디 잊지 말게. 자네의 색깔로 빛나는 별 한 개가 이 안에 빛나고 있어.
[엘레나]
…….
[촌장]
참, 길드 마스터라고 했나?
잊어버리기 전에 이걸 선물로 줘야겠군.
~ 통신구 ~
멀리 떨어진 길드원과 통신할 수 있다. 길드원의 수만큼 복제 가능.
~ 소환구 ~
멀리 떨어진 길드원을 소환할 수 있다.
[촌장]
자, 이걸 사용하면 길드를 이끌기 수월해질 걸세.
이래봬도 소싯적에 기사단장이었단 말이지, 홀홀홀.
[엘레나]
네? 하지만 길드원이래봐야 고작 두 명 뿐인걸요.
[촌장]
길드원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구만? 어쨌든, 나중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야.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왠지 자네는 좋은 길드 마스터가 될 것 같아. 이 늙은이의 직감이 그렇게 속삭이고 있네.
그럼 난 이만~
머리 위로 ‘홀홀홀’ 하는 특유의 웃음을 말풍선으로 띄우며 촌장은 자리를 일어선다.
촌장의 말대로 창 밖을 바라본다. 별들이 반짝인다. 여기가 실제 세계라면, 촌장의 말처럼 저 열린 창문 틈새로는 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고 있겠지?
그러고 보니 풀벌레 소리도 들려온다. 이런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평소에 RPG 게임은 BGM을 끄고 플레이한다. 정말 이러고 있으니까 어디 여행자 숙소에 앉아 있는 것 같네. 그리고 뜻밖의 사람, 뜻밖의 이야기.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잠시 후,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도로시와 제이크가 등장한다.
[도로시]
엘레나!
[제이크]
천사님, 여기 있었구나?
[엘레나]
응?
[도로시]
얼마나 찾았다구! 낯선 마을에서 길이라도 잃었으면 어쩌나 싶어서…….
[제이크]
그래 맞아, 이 꼬마 마법사께서 축제 음식에 정신이 팔려 있으셨어서 말이지~
[도로시]
무…… 무슨 소리야! 그러는 너야말로 이 사람 저 사람이랑 춤 추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으면서!
[제이크]
어쩔 수 없잖아? 미인의 춤 신청을 거절하는 건 신사로서 예의가 아니니까.
어쨌든 천사님, 우리끼리 한 잔 할 시간이야~
이제 보니 제이크의 양손에 와인이 세 병씩 들려 있다. 도로시의 바구니에는 치즈와 과자가 간신히 쏟아지지 않을 정도로 잔뜩 담겨 있다. 도로시는 어려 보이는데, 와인 마셔도 되나? 아, 깨알같이 오렌지 주스 한 병이 바구니에 있다.
[도로시]
그래, 엘레나! 우리 길드 첫 파티야!
물론 이 드래곤 녀석이 있어서 길드의 격이 조금 떨어진 게 흠이지만~
또 옥신각신.
엘레나는 결국 ‘풉-’하고 실소를 터뜨린다. 화면이 까맣게 변하고, 대사 두 줄이 뜬다.
~ 와인과 함께 깊어가는 밤. 머리 위로 별이 조용히 반짝인다. ~
──────── ☆ ────────
Ch.03 별이 빛나는 시간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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