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에 라면 전문점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문’이라기 보다는 ‘간판 메뉴’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왠지 라면 전문점이라고 하면 독특한 컨셉의 라면들을 팔아야 할 것 같으니까. 예를 들면 ‘킹크랩 해물라면’이라든가 ‘한우 차돌박이 라면’ 같은?
그보다는 이 집은 라면을 필두로 해서 세트 메뉴들을 판다. 대표 메뉴는 추억의 도시락과 함께 나오는 간판 세트! 네 명이 같이 갔는데, 한 명만 치즈라면 세트를 주문하고 나머지 셋은 대표 세트를 주문했다.
추억의 도시락이 먼저 나오자, 네 명 모두 뚜껑을 열었다. 밥 위에 계란 후라이, 그리고 멸치볶음과 밀가루 햄 같은 기본 반찬들이 들어간 뻔한 도시락이었다.
“나는 추억의 도시락이 좋아.”
“나도. 아는 맛인데, 그래서 더 맛있어.”
“그런데 사실 내 추억 속에는 학창 시절에 이 도시락을 먹은 기억은 없어. 혹시 다들…… 있어?”
“난 없어.”
“나도.”
“나도 없어.”도대체 우리는 무슨 추억을 먹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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