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과 고수를 왕창왕창 먹는 사람!
내가 처음 고수를 만난 것은 홍콩에서였다. 인턴 때문에 한동안 홍콩에 머물렀는데, 그 당시 같이 갔던 두 명의 학교 선배와 함께 식당을 찾았다. 나와는 달리 언니들은 이미 예전에 북경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 적이 있었기에,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고수 좋아해?”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고수가 뭔지 잘 몰랐다.
“고수가 뭐예요?”
“향이 굉장히 강하고 독특한 향신료 같은 건데, 안 맞는 사람은 되게 안 맞거든.”
“그래요? 괜찮아요!”
“정말? 여기 창펀에는 고수가 많이 들어간다고 되어 있거든…….”
그 당시의 나는 음식, 새로운 문화, 새로운 땅에 스스럼없이 발을 내딛는 것을 제일의 미덕으로 삼고 있었다. 게다가 창펀은 내가 좋아하는 길쭉한 물만두(?)였으니까, 충분히 좋은 스타트가 되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으으……. 한 입 먹고 미간을 찌푸리고, 또 간신히 한 입 먹고 미간을 찌푸렸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한 입 먹고 나서 5초 후면 ‘사실은 한 번만 더 먹어보면 적응되어 있을지도?’라는 헛된 생각을 품는 연속이었다.
그로부터 어언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점심때 쌀국숫집 가서 고수를 한 톨도 안 넣으면 왠지 허전하다. 심지어 ‘고수 무침’도 척척 잘 먹는다.이렇게 어른의 입맛이 되어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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