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와 경력직

by 구의동 에밀리

회사에는 공채와 경력이 있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쭉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공채, 그렇지 않고 다른 회사 다니다가 들어왔으면 경력이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니 ‘경력직’이 아니라 그냥 ‘경력’이라고들 부르는 것 같다.

점심에는 근처의 다른 회사에 다니는 변호사 친구랑 밥을 먹었다. 이직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직 다닐 만한지 어떤지 궁금했다.

“새 직장은 아직 권태기 안 왔어?”

“왔지!”

“간 지 얼마나 됐지?”

“한, 1년 반? 그런데 이 바닥은 2년만 넘어도 오래 머무는 편이야.”

반면에 나는 같은 회사를 장장 9년째 다니고 있다. 이제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다가 신입사원 때 봤던 분들을 우연히 마주치면 기분이 묘하다. ‘어? 사원이실 때 봤었는데. 이제는 과장 되셨으려나?’

과장이나 차장이실 때 뵈었던 분들을 마주치면 기분이 더 묘하다. 대학교에서 고학번 선배를 보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런데 회사에 다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공채’라는 생각으로 지내는 것 같다. 지금은 A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B나 C 같은 일도 하게 될 수 있다, 나는 평범한 톱니바퀴다, 하는 주의가 되었다.경력은 ‘핵심 인력’이라고도 종종 불리는데, 그 말에 어떤 선배가 공채는 ‘뚝심 인력’이라고 얘기하신 적이 있다. 몹시 웃기면서도 가끔 ‘진짜잖아?’ 싶을 때는 조금 씁쓸해지는 명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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