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님~ 방송 예정일 잡혔어요~”
회사 임직원이 몇천 명이나 되어서 아침마다 사내 방송이 나온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조지 오웰의 소설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아서 낯설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런데 최근에 회사에서 내가 맡은 신규 서비스가 하나 런칭되었다. 내가? 아니지, 정확히는 ‘우리 모두가’지만, 어쨌든.
고객 대상으로 하는 홍보가 제일 중요하지만 그래도 사내 임직원들에게 알리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해서, 사내 방송으로 서비스를 소개하기로 했다. 아나운서가 현업 담당자를 1대1 인터뷰하는 형식이었는데, 어느새 자연스럽게 내가 담당자로 나가게 되었다.
촬영은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다. 차로 이동하면 회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담당 PD님과 일찍 도착해서 조금 기다리니, 카메라 촬영하시는 두 분과 아나운서 한 분도 오셨다.
대담을 위한 소파에 앉아서 대본을 쭉 읽었다. 되도록 교과서 읽듯이 하지 않고 진짜 인터뷰처럼 이야기하고 싶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나운서분은 청산유수에 딕션도 명확했다. 그에 비해 나는 나중에 영상 체크를 해 보니 표정부터가 완전 무표정 그 자체였다. 다행히 편집을 잘 해주셔서 더듬거리는 부분은 쭉 자르고 영상을 자연스럽게 기워(…)주셨다.
사내 방송이라는 게 사실 어떻게 보면 공중파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 사람들이 보는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임직원들이 아침에 잠깐 10~15분 정도 보고 끝나는 영상이었다.
게다가 때로는 한낱 광대가 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정말 아주 간혹 있는 일이지만, 출연자와 상의 되지 않은 연출로 어그로를 끈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어서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느끼기에 회사 사람들 대부분은 출연료도 떨어지지 않는 사내 방송에 굳이 나가서 광대가 될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앞에 서 보는 경험은 그 자체로 귀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기 PR을 해야 하고 영상 매체가 주된 콘텐츠가 된 요즘 세상에서는 이만한 연습 기회도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따금 내가 속한 조직에서 누군가가 사내 방송에 나가야 할 일이 생길 때 “혹시 출연해 줄 수 있어?”라고 물어오면 되도록 거절하지 않곤 했다.
그렇지만 내가 나오는 방송을 잠자코 보고 있기에는 아직도 항마력이 너무 딸린다. 특히 남들 있는 사무실 한복판에서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버티기에는 더더욱!그 탓에 오전 사내 방송이 송출될 때 막상 나는 카페에 가서 피신해 있었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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