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의 계절? 탈곡의 계절!

by 구의동 에밀리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10, 11, 12월 석 달이나 남았는데, 웬 코앞? 입사 전까지는 나도 연말이라고 하면 당연히 크리스마스 캐럴 정도는 여기저기 흘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는 11월이 곧 12월이었다. 모든 일의 결실은 11월에 추수는 물론이고 탈곡과 도정까지 끝나 있어야 했다. 그래야 새해가 밝기 전에 각자가 한 일에 대해 평가를 끝내고 내년을 어떻게 할 지 판을 짤 수 있었다.

물론 그런 큰 판을 내가 짠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주인공이 된 적은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매해가 그러했다. 12월은 “우리 이제 뭐 하지? (혹은 ‘어쩌지?’)”의 계절이었고, 11월은 막판 조율로 뒤숭숭했으며, 10월은 그냥 정신이 혼미했다.

그리고 지금이 10월!

적어도 연초에는 이렇게까지 조급하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일 하나하나가 마감 임박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상태인 것 같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마음이 바쁘다. 실무자들은 백조의 물갈퀴를 열심히 굴려야 하니까 바쁘고, 리더급은 그 모든 움직임을 통솔해야 해서 바쁘다. 한 톨이라도 더 추수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도정을 해 두기 위해서,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한 해 농사를 ‘풍년이었다’라고 자부하기 위해서.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폴바셋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고 자리도 꽉 차서 마치 주말의 백화점 푸드코트를 방불케 했다. 어쩌다 보니 일행들끼리 각자 매장용 잔을 들고 선 채로 스탠딩 파티(?)를 했다. 왁자지껄한 와중에 어디 자리 나는 곳 없나 두리번거리면서 수다는 수다대로 떨다가 점심시간이 끝났다.10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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