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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년배와 젤라또

by 구의동 에밀리

회사에 비슷한 나이 또래가 있어서 기쁘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어른들과 일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 장점은 있다. 학생 때였다면 그 정도 연배는 아예 접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분들의 모습을 내게 비춰 보면서 ‘나는 미래에 어떻게 살고 있기를 바라고 있나?’ 하는 고민도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동료들과 얘기할 때는 아무래도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뜬금없이 “요즘 닌텐도 게임 중에는 <마리오 원더>가 재밌답니다” 하는 소식도 전해 듣고, 밑도 끝도 없는 농담을 아무 생각 없이 던지기도 한다.

게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입맛도 나이를 따라가는 게 다소 있지 않나 싶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은 편견이라고 믿었는데 경험이란 게 무섭다.

어째서 나이 차이가 좀 있는 남자 어른들은 점심에 쌀알 아니면 국물이 반드시 들어간 음식을 찾고, 후식으로는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걸까? 함께 샌드위치나 파스타를 먹으러 간 적은 전무하고, 상상조차 잘 안된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께서는 반례를 보여주신다면 대환영입니다…….)

그래서인지 젤라또를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것도 왠지 비슷한 또래가 아니면 용기가 잘 나지 않는다. 입가심 싹 되는 커피도 아니고 아이스크림을, 게다가 잘하면 콩나물국밥 한 그릇도 될 수 있는 가격의 디저트를 제안하기에는 망설여진다.

다행히 이날은 동년배(?)랑 점심을 먹어서, 식후에 젤라또를 뿌시러 갔다. 대화 주제도 ‘어렸을 때 다이어리에 적었던 흑역사’라든지, ‘어이없을 정도로 억지스러웠던 유치한 별명’처럼 공통의 추억팔이가 가능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젤라또는 역시 피스타치오가 제일 맛있다는 취향을 공유하는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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