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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영양사의 고충

by 구의동 에밀리

급식으로 핫도그가 나왔다.

소시지도 안 좋고, 밀가루도 안 좋다는데, 핫도그는 소시지를 밀가루옷 입히고 튀겨서 케첩을 뿌렸다. 밥은 흰색, 갈색 소스가 버무려진 갈릭 볶음밥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추억의 도시락’ 메뉴를 먹는 직원들도 있었다. 양철 도시락에 신라면 컵을 하나씩 받아왔다.

예전에 바디 프로필 찍겠다고 PT 수업을 받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PT 선생님께서, 어째서인지 회원님들 식단 사진을 보면 대기업 구내식당일수록 탄수화물 비중이 높아 보인다고 얘기하신 적이 있다. “아마 탄수화물이 뇌에 에너지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겠죠,”라는 추측을 덧붙이며.

물론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몇 년 전에는 연수원에서 건강한 저염 식단을 선보였는데, 그랬더니 다들 “연수원 밥은 밍밍하고 맛이 없다”면서 반찬 투정을 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부터 연수원 테이블에 소금과 후추가 놓여 있었고, 최근에는 점심으로 치킨버거와 밀크 셰이크 세트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다가 탕후루도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에이, 그건 아니겠지.”

“그런가? 영양사로서의 자존심 같은 걸지도…….”말은 그렇게 하면서 짭짤하고 달콤한 갈릭 볶음밥을 싹싹 비웠다. 이러니까 고염, 고탄수 식단이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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