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하철 파업 때문에 출퇴근 길이 곤혹스러웠다.
출근길은 어찌저찌 갔는데, 퇴근길이 정말 혼란의 도가니였다. 그나마 잠실 방면이어서 다행이었지, 강남에서 신도림 가는 쪽은 대기 줄이 아예 플랫폼을 뚫고 잠실 쪽 계단으로까지 이어질 기세였다.
비집고 들어가서 탔더니만 역시 자리가 없었다. 임산부 배려석을 바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물체의 상태 변화가 떠올랐다. 기체가 고체 상태로 응축되면 원자들이 옴짝달싹 못 하고 꽁꽁 묶인다는데, 사람을 지하철에 고체로 밀어 넣은 격이었다.
‘제발 배만 눌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반석 앞에 가까스로 도달해 손잡이를 붙잡고 섰다. 그런데 이 난리 통에 한 여성분이 “여기 앉으세요”라며 일어나 주셨다. 이럴 수가,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살 만한 곳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도 파업이 예고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지하철 관련 종사자분들이라고 하면 ‘고생하시는 분들’로 인식하고 있었다. 구의동 주민으로서 구의역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에 붙어 있던 노란 포스트잇들과 근조 꽃 무더기를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번 파업이 노동 환경 개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세상에는 이기적인 부자들이 기득권을 꽉 쥐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세상에는 게으른 이기주의자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그런 무능한 자들과 이익집단들에 답을 줄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가 옛날 옛적에 전기차를 만들어 보려고 공장을 인수하면서는 노사 갈등을 불도저로 밀어 버림으로써 해결했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정녕 그런 강압적인 방식 말고는 답이 없는 걸까?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착취당하면서 힘겹게 일하는 근로자와 불평만 가득한 뺀질이가 모두 같은 ‘노동자’로서 한 회사에 다니는 게 가능하다니. 경영학을 책으로만 배웠던 학생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현실이 눈앞에 떡하니 펼쳐져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건가요, 교수님?아무튼 이래가지고는 지하철 파업을 순전히 응원할 수도, 완전히 욕할 수도 없어서 곤란하다. 미화원들이 파업하면 시청 앞에 쓰레기 봉지를 가져다 버리는 파리의 시민들처럼, 나도 멋지게 뭔가를 외치고 싶지만……. 아휴, 참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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