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그를 운용하는 자세

by 구의동 에밀리

스타크래프트에는 세 가지 종족이 있다.

물몸이지만 생산량이 빈대 뺨치는 저그, 공격력은 강하지만 물량 뽑아내기가 어려운 프로토스,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의 (혹은 사기인?) 테란.

그런데 스타 하는 사람들치고, “종족이 구려서 게임에서 졌다”라고 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다 각자 자기가 선택한 종족이고, 그만큼 특화해서 연습도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회사 동료분이랑 커피를 마시다가, 예전에 모시던 부장님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를 했다. 부장님과 스타크래프트라니 너무 의식의 흐름 같기도 하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스타에서도, (그 물몸 같은) 저그를 가지고도 이기는 사람이 있지 않냐고. 심지어 똑같이 저그를 택했는데도 누구는 지고, 누구는 이긴다고.

좀 된 이야기지만, 예전에 그 부장님께서는 점심을 같이 먹다가 이런 얘기를 하셨다.

“내가 참 사람 복은 있는 것 같아. 지금 우리 부서 친구들을 보면 한 명 한 명 능력이 뛰어나거든. 이 친구들을 데리고도 뭔가를 못 한다, 그러면 그건 사실 내 탓이라고 봐.”

하지만 바로 그 ‘우리 부서 친구들’ 중 한 명이었던 나로서는 “하하 맞아요, 부장님 인복은 타고나셨죠!”라고 자화자찬을 하기도 애매했다. 그래서 딱히 뭐라 얘기도 못 하고 어색하게 웃어넘기고 말았다.

나는 나중에 그런 말을 부하 직원 앞에서 대놓고 할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일이 잘못되면 그것은 오로지 나의 경험과 운영의 미숙 때문이라고 떳떳하게 공언할 수 있으려나? 물론 만약 내가 어떤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면, 이라는 가정하에서 이야기지만. 아무튼 그 말을 하려면, 스스로의 숨을 곳을 내 손으로 치워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조금은 자신이 없다. 하지만 시간은 한참 남았으니, 좀 더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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