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임하세요.”
아주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말이었다.
하지만 내가 신입사원이었을 때부터 이미 사회에서는 워라밸 논의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위의 격언에는 항상 “주인을 시켜주고 주인처럼 일하라고 하든가”라는 비아냥이 따라다녔다. 이미 둘은 세트인 상태였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가 다소 소극적으로 변해있는 게 아닐까 하는 때가 있다. 뭔가를 하더라도 이것저것 세세한 부분까지 미리 짚어봐야 성이 찬다. 그래도 불안해서 ‘내가 놓친 게 진짜 없나?’ 하고 끝까지 미련을 못 놓는다.
그러다 보니 크게 일을 벌이는 게 때로는 주저된다.
책에서 이런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옛날에 미국의 철도왕이었나, 아무튼 굉장한 사업가가 하도 무자비하게 사업을 확장하기에 변호사가 이러다 잡혀가신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랬더니 그 사업가는 “이봐, 이 주의 모든 법을 모조리 지켜가면서 경영할 생각이었어?”라고 답했다고 한다.
눈에 띄는 큰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마찰이나 매끄럽지 못함은 어쩔 수 없는가도 싶다. 지나고 나면 허술했던 부분도 보이고, 심하면 아쉬운 수준을 넘어서 땅을 치고 후회할 실수마저 저지를 수도 있다. 이해관계자들에게 완전히 밉보여서 연줄이 끊어진다거나, 과징금으로 파산한다거나, 혹은 징역을 산다거나.
그래도 역시 기업가라면 큰 그림을 그려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에피소드로, 내가 입사하기도 한참 전인 예전에 어느 임원(이었던가?)이 A라는 프로젝트의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직원들이 “지금 상황상 A는 도저히 무리입니다”라고 검토 결과를 내왔더니, “뭔소리야? 진행하라고! (무척 순화된 표현)”라며 윽박질렀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시기상조라고 보였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해당 프로젝트가 회사에 필수적이고 시대를 앞섰던 변화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는 내 이름을 걸고 그런 큰 그림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제시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여서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강단을 갖출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와중에 점심 먹으면서 동료한테서 추천받은 앱으로 내 이름의 사주를 풀어봤더니 온통 열심히 살아야 할 팔자라는 해석뿐이었다. ‘천성이 내성적이니 외향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머리는 영특하나 밀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므로 한 가지 일을 끈기 있게 해야 한다’ 등등.이런 나라도 언젠가는 대인배가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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