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랑 카레를 먹었다.
토핑도 더 얹어주고 싶고 그런 걸 보니까 나도 나이가 들었나 싶었다. 왜, 인터넷에 보면 추석에 할머니 댁 다녀왔더니 살이 엄청 쪘다는 간증들도 있고. 손자손녀 오면 과자도 주고 사탕도 주고 싶은 마음이 이런 걸까?
그러다 문득 나는 후배에게 어떤 선배로 비칠까 싶었다. 유능하고 본받고 싶은 선배였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나는 내 결점을 모르지 않는 사람이라서 차마 스스로를 ‘짱짱 멋진 선배’라고는 못 하겠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굉장한 정신 승리로 ‘나 정도면 되게 대단하지 않아? 성공한 인생이지!’라고 진심으로 믿던데……. 어찌 보면 그것도 능력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상사는 우산 같은 상사를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선배는 어떤 선배가 제일일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역시 선배든 아니든 기본적으로는 ‘돈벌이에 능한 사람’이 제일일까?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50억, 100억 부자가 되어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을 간혹가다 봤다. 그런 사람들은 진정으로 이 무료한 직장인의 일상에 화두를 던져 주는 멋진 사람들이었다. 그야말로 인생 선배랄까…….
하지만 그건 ‘멋진 사람’이지, ‘좋은 선배’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조금 느낌이 다르다. 직장 선배라면 기본적으로 ‘회사’, ‘일’, 이런 개념들로 묶이는 관계이고, 또 그중에서도 ‘나보다 먼저 입사한’, ‘경력을 더 오래 쌓은’ 같은 수식어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면식 없는 연예인이랑 다를 게 없으니까.
그러니 좋은 선배라고 하면, ‘나도 연차 더 쌓이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끔 하는 사람이 아닐까? 예를 들어서, 나라면 해결 못 하고 쩔쩔맬 것 같은 문제를 휘리릭 풀어내는 짬바가 느껴진다거나. 혹은 회사 돌아가는 상황이나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나는 눈치채지 못하던 부분을 자연스럽게 캐치한다거나.
사람은 다른 사람을 보고 배운다는데. 어렸을 때 가정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가 부모를 보고 배우기 때문이고, 회사에서 좋은 상사와 좋은 선배를 만나야 하는 이유는 회사에서 보고 배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상상이나 추측만으로 ‘이럴 때는 이렇게 행동하는 게 좋으려나?’ 하면서 지내는 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선배나 상사를 만나게 되는지 또한 다분히 행운의 영역인 것 같다. 노력하면 더 우수한 집단에 들어가서 그 확률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사람 일이란 언제나 뜻대로 되는 법은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는지를 곰곰이 떠올려 봤다. 으음, 여기에도 사주팔자처럼 굴곡이란 게 있는 걸까? 어떨 때는 좋았고, 어떨 때는 지지리도 운이 없었고, 하는 식으로.
반대로 내가 누군가의 선배였을 때, 그 시기 나의 후배였던 사람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기억할까? 아니면 운이 참 나빴던 시절이었다고 진저리를 칠까? 만약 이 글을 저의 후배(혹은 후배‘였던’) 분께서 읽고 계시다면, 그리고 영 별로였다고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반면에,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기억하고 계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더 잘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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