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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의동 에밀리 Oct 14. 2024

36주차 몸상태 기록

36주 6일

임신 전까지는 주차별로 몸이 어떻게 되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배는 언제부터 나오는지, 태동은 언제 느껴지는지, 만삭은 몇 주 정도가 만삭인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임신과 출산을 이미 겪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네” 하고 답하곤 했다. 아니,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지? 하지만 어쩌면 나라고 해서 그렇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이야 내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나중에 누군가가 물어보면 나도 “글쎄, 기억이……”라며 머리를 긁적일 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눕눕 생활을 하고 있는 다른 임산부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상황인 나의 현재몸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겸사겸사 지금의 36주차 몸상태를 한 번 기록해 본다.


# 태동

분명 줄어든다고 들었는데, 활발하다!

그래도 활발하면 마음이 놓인다. 집에서는 초음파 기계도 없으니, 태동만이 유일한 건강의 척도랄까? 가정에서도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계가 있다는데, 그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해서 구매하지 않았다. 


# 배땡김

옆으로 누워있으면 그래도 괜찮은데, 서서 돌아다니거나 앉아 있으면 확실히 배가 빵빵하게 땡긴다. 배뭉침과는 또 다른 묘한 느낌이다.

이따금 아랫도리가 바늘로 쿡쿡 찔리는 통증이 오기도 한다. 물론 느낌일 뿐이지만, ‘이건 분명 자궁경부가 깔때기 모양으로 벌어지는 게 아닐까’ 싶은 부위와 아픔이다. 

하지만 병원 갔을 때 여쭤보니까 별다른 특이 증상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잘 쉬어줘야지.


# 붓기

다행히 붓기는 아직 없다. 임신 중기쯤부터 병원에서 압박스타킹을 권유하셨는데, 일단 사두기는 했지만 붓지 않아서 안 신고 있다. (그리고 결국 출산 후까지 안 신었다. 보통은 코끼리 다리가 된다고 하는데, 사람마다 체질이 다 다른가 보다.)

사실 부었는데 둔감한 걸까? 아니, 그렇다기에는 병원 가려고 신발 신을 때 딱히 신발이 작아진 기분이 들지는 않았으니까.

그래도 전자간증 같은 게 무서워서, 때때로 손을 쳐다본다. 그러면 ‘헉 부었나!’ 하다가, 내 손이 생각보다 원래 오동통하구나(?) 하고 다시금 깨닫는다.


# 소화불량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도 2분부터 20분까지 천차만별이다. 하루에 화장실 가는 횟수도 한 번일 때도, 세 번일 때도 있다. 그나마 성공해도 ‘아니 식사량에 비해 이것뿐이야?’ 싶고, 늘 잔변감에 시달린다. 어디 호소할 수도 없는 이 불편사항이란…….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으면 안 좋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변비를 내버려두면 배가 무슨 5~10분에 한 번씩 뭉쳐서 이러기도 저러기도 난감하다. 찾아보니 실제로 장 트러블은 자궁 수축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조금만 더 힘내서(?) 변을 밀어내는 게 좋을까, 아니면 변비를 감수하더라도 복압을 피하는 게 좋을까? 뭐든 적당히 알아서 판단하는 게 답이겠지? 이런 문제로 진행된 연구 논문은 있을 리가 없으니, 의사 선생님들께 여쭤봐도 명확한 해답은 얻지 못할 것 같다. 아니 그 전에, 이걸로 뭔가를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수치…….


약물처방과 수술뿐 아니라, 식이요법과 생활습관까지 의학계에서 좀 더 면밀하게 다뤄줬으면 좋겠다. ‘물 많이 마시고 식이섬유 많은 음식 드세요’ 정도는 의사가 아닌 일반 블로거들도 할 수 있는 말이니까.


그런 모호한 표현 대신에, 좀 더 체계적인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하루 2L 이상의 물을 마시기 위해 500ml 텀블러를 두고 맹물을 20분 간격으로 드십시오’, ‘아침에는 그릭요거트 80g, 푸룬 두 알, 물 200ml를 섭취하고, 점심과 저녁은 제공되는 밀플랜을 구독하셔서 순차적으로 효과를 테스트해보세요’라든지…….


얘기 나온 김에 덧붙이면, 타 진료과목과의 연계성도 강화되면 좋겠다. ‘변비는 임산부에게 자주 생기지만 역시 내과의 영역이지’, ‘임신성 비염은 순한 약으로 완화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출산이 답이니까’ 하는 식이 아니라, 어떻게든 임산부의 증상을 때려잡고자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연구 같은 게 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본인 질병이었으면 그렇게 손 놓을 수 없을 텐데……. (아닌가? 의외로 이미 최선인가?)


# 배뭉침

불규칙적인 배뭉침이 지속적으로 매일매일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예전에는 배가 뭉치기만 하면 너무너무 걱정이 됐다. 자궁 수축 자체가 아이를 힘들게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태동검사할 때 보니까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배가 뭉칠수록 안 그래도 짧은 자궁경부에 무리를 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10분 혹은 점점 더 짧아지는 간격의 배뭉침은 진진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집에서 잘 살피시라고 주의를 주셨다. 조산만큼은 안되는데……!


배뭉침이 아예 없다면 제일 좋겠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패턴 자체는 불규칙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물 많이 마시고, 눕는 자세도 부지런히 뒤집어가면서 심호흡도 자주 해줘야지.


배뭉침 기록은 ‘베이비타임’을 여전히 쓰고 있다. 원래는 아기 키울 때 수유 패턴 같은 걸 기록하는 앱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딱히 배뭉침 기록용 앱이 마땅치 않아서 쓰고 있다. 그런데 정보 입력하는 란에 생년월일을 적었더니, 나는 390개월차의 아기가 되어 있었다.


이 앱에는 당연히 ‘배뭉침’ 버튼은 없으므로, 대신에 배가 뭉칠 때마다 ‘유축 수유’를 눌러주고 있다. 이유는 그냥, ‘수축’이랑 ‘유축’이랑 비슷해 보여서……. 애플워치도 연동돼서 간편하고, 짧은 메모도 추가할 수 있는데다, 간격까지 나와서 잘 쓰고 있다. ‘베이비타임’ 말고 ‘마미타임’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배뭉침, 대소변, 투약, 취침시간, 혈당, 식사 같은 걸 체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물론 누를 일이 애초애 없는 게 제일 좋겠지만 말이다.


# 몸무게

체중은 임신 전에 비해서 5kg 정도 찐 것 같다. 태아 무게가 2.5kg 정도 되었으니까, 나머지 2.5kg으로 양수도 만들고 지방이나 혈액 등등을 만들었나 보다. (나중에 병원 간호사님 말씀을 들어 보니, 정말 조금 찐 편이라고 하셨다.)

아참, 임산부들한테는 장난으로라도 체중 농담을 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넌 살찔 것이고, 그건 애를 낳아도 다 빠지지 않을 것이며, 원래 몸무게로 빼기 힘들 거야’ 라든지. 이런 말은 산전우울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텐데 (설마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을……?),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 조산 위험을 1.5~2배 증가시킨다고 한다. 철없는 입방정은 신생아에게 주삿바늘과 호스를 꽂는 셈이다……!


# 다들 어떻게?!

임신기간 버티기도 어려운데, 이제는 슬슬 출산이 또 걱정된다. 순산할 수 있을까? 제왕절개든 자연분만이든 완전 아프다던데. 아무리 지금 자궁경부가 0cm에 수렴한다고 하지만, 나도 유도 10~15시간 끝에 결국 제왕절개 하는 케이스가 되면 어쩌지?출산 걱정을 하다 보면, 다들 어떻게 출산을 다 해냈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출산 유경험자들에게 물어보면 ‘뭐 다 하는거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긴, 애가 나오는데 안 낳고 배길 수도 없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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