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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_눕눕 생활과 시작의 기록

그 고위험 임산부는 어쩌다 책까지 내었나

by 구의동 에밀리

안녕하세요. 책 쓰는 엄마, 구의동 에밀리예요.


올해만 벌써 두 번째 책을 냈네요. 이런 저를 보며, 주위에서 신기해 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대체 육아하면서 무슨 시간에 책을 썼냐”라는 반응이 제일 많았고요.


비결은 바로 ‘모래알 권법’입니다. 한 번의 강한 펀치를 날리는 게 아니라, 쫌쫌따리(?)로 깨알같이 거의 매일 글을 써두면서 원고를 적립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낸 책을 예시로 말씀드리자면, 출산하기 전에 두어 달 정도 글을 미리 써두었습니다. 그리고 출산 이후에 아기 낮잠 시간을 활용해 편집 등 마무리 작업을 하고 책으로 엮었지요.


이런 걸 두고 보통은 ‘꾸준히’ 글을 쓴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제 독립출판 과정은 솔직히 ‘꾸준히’라는 말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여러분께도 ‘꾸준히 쓰세요’라고는 얘기를 못하겠습니다. 꾸준히 쓴다는 말, 왠지 다분히 노력해서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현생의 갖은 풍파를 이겨내며, 오늘 하루도 오.글.완…….


하지만 저는 그냥 취미생활처럼 짬짬이 썼답니다. 그래서 제 지인분들께서 ‘성실하다’라고 감탄하실 때면 속으로 민망해하고 맙니다. “아유 제가 무슨 성실은 아니고요”라며 겉으로 티를 냈다가는, “아니 애 키우면서 책 내는 게 성실한 생활이 아니고서야~” 하는 무한 반복의 굴레로 들어가니까요.



| 책 쓸 당시의 이야기


가장 최근에 낸 책은, 고위험 임산부로서 겪었던 눕눕 생활과 출산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제목은 <널 품고 누워서 창밖의 눈을 보았지>랍니다. 길지요? 저도 줄여서 <널품창>이라고 부른답니다.


원래는 블로그에 <눕눕 임산부 일기>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글을 썼습니다. 저는 뜻밖에 찾아온 조산기 때문에 임신 막바지에 침대에 누워서 버텼는데요. 이걸 보통 눕눕 생활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침상 안정을 취하는 동안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 상태로 평소 취미였던 블로그 포스팅을 어찌저찌 이어나갔고, 아무래도 제가 눕눕 임산부가 되었다 보니 침상 생활에 대한 글을 이래저래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까 말슴드린 <눕눕 임산부 일기>라는 카테고리도 없었어요. 그냥 일상 카테고리에 일기처럼 올리다가, ‘어 이거 이제 따로 묶어도 되겠는데?’ 싶어졌을 때 구분을 새로 만들었답니다.


그렇게 총 26편의 글을 썼고, 책으로는 225페이지가 나왔습니다. 묶기 전까지는 저도 그만큼의 분량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매일(솔직히 며칠은 빼먹기도 했지만) 조금씩 썼으니, 포스팅을 다 합쳐도 한 권의 책이 나오기에는 조금 분량이 미흡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역시 ‘모래알 권법’은 강력하더라고요.



| 악마의 계곡을 건넙시다


브런치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아마 여러분께서도 높은 확률로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어쩌면, 글은 쓰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시작을 어려워하고 계신 분이실지도 모르겠고요. 혹은, 글은 쓰고 있으나 책이 될 정도로 꾸준한(이 표현은 안 쓰겠다더니!) 집필은 아직 못해보신 분이실 수도 있고요.


우선은, 요즘 관심 있는 이야기를 써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조금씩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면 더욱 좋습니다. 어쨌든 남들 보는 데에 글을 올리면 좀 더 신경을 쓰게 되니까요. 그렇게 한 10편 정도가 쌓이면, 그때부터는 슬슬 책이 될 수 있을 분량으로 거듭나기 시작합니다.


주의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처음 두 편까지가 제일 난감하다는 점입니다. 이 구간은 저도 늘 힘듭니다. 아마 ‘악마의 계곡’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네요. 보통 세 번째 편을 쓸 때부터 이제 좀 궤도에 올랐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는데, 두 번째까지는 마치 안개 속을 걷듯이 헤매는 시간이 꼭 소요되더라고요.


<널품창>도, 임신 기간에 포스팅을 하나둘 올리다 보니 차츰 뭘 써야 할 지 비로소 감이 잡혔더랬죠. 처음에는 대체로 침상 생활에 대한 감상과, 어쩌다 눕눕 모드에 돌입하게 되었는지 등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위주로 적었습니다. 마치 일기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댓글을 통해 다른 눕눕 임산부분들의 존재를 느끼게 되었고, 그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도 좀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관련 의학 정보를 조사해 정리하기도 하고, 양수가 새는지 여부를 리트머스 시험지로 판별하는 방법이라든지, 임산부가 변비에 먹으면 좋은 음식이나 침상안정 중에도 루틴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내는 방법 등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 길고 짧은 글쓰기


저는 길게 쓰는 편을 선호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긴 글을 쓰는 일이 오히려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인스타그램이나 스레드에 글을 올리는 것입니다. 블로그와는 달리, 그곳에서는 짧은 글만이 살아남습니다. 그러니 정정당당하게 단편을 올릴 수 있지요.


저도 올해 첫번째로 냈던 <돌고 돌아 돈까스>는 그렇게 썼습니다. 퇴근길에, 그 날 누구와 점심을 먹었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와 같은 회사 생활 에피소드를 아이폰으로 적곤 했지요. 그렇게 매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다 보니, 어느새 114편의 글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280페이지 가량의 단행본이 탄생했고요. 참고로 이 <돌돌돈>은 꽤 인기도 끌었던지라, 출퇴근길에 SNS 대신 읽으시면 아주 재미가 쏠쏠하실 겁니다.


아무튼 중요한 일은, 쓰는 것입니다. 제 주위를 보면, 분명 저보다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은데 책을 안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변호사, 검사, 스타트업 종사자, 창업 경험자, 컨설턴트, 교사, 심지어 겸손 모드로 지내는 만렙 직장인까지……. 마음 같아서는 책은 고사하고 글이라도 온라인상에 좀 올려줬으면 좋겠다며 글쓰기를 권하고픈 심정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도, 저보다 경험도 지식도 많으시면서 글은 안 쓰고 계시는 그런 분이시라면……. 이 지면을 빌려서 말씀드립니다. 부디 그 재능을 낭비하지 마세요. 글로 남겨서 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해주세요. 그리고 쓰신 글이 책으로 나오면 얘기 좀 해주세요. 제가 읽어야 하니까요.




1. <널품창>의 독립출판 이야기는 연재 형식으로 올라갑니다.


2.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널품창>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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