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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Oct 27. 2017

#119

연재소설

아득한 꿈이 아닐까, 그곳을 넘어설 수 있을까 말랑말랑한 심장이 눈물을 훔치게 했다.

쏘롱라패스가 보일 때 우리는 심장이 뜨거워졌다. 무엇이 멈추게 했는지 모른다. 눈앞에 쏘롱라패스가 보였다. 그래서 우린 잠시 멈췄다.

무력한 마음이 앞섰는지 움직일 수 없었다. 얼굴을 마주 봤는데 서로 눈물 몇 방울을 똑똑 흘리고 있었다.

잠시 쉬어갈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모른다. 우리 앞에 놓인 그곳이 세상의 장애물처럼 보였는지도 모른다.

저길 넘어가면 다른 장애물이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음에도 저길 넘어서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오래 걸었다. 폭풍 모래바람이 덮치기도 했다. 쏘롱라패스를 넘어 묵티나트에 도착해 하루를 쉬고 까그베니에서 좀솜으로 가는 길이 그랬다. 트레커들 아니 현지인들이 그랬다. 버스 타고 가라고 했다. 먼지바람이 아주 심하니 좀솜부터 걸어도 많이 걸어야 한다며 버스 타는 것을 거부하지 말라고 했다.

전체 코스를 걷고 싶은 마음 모르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걷고 싶었다. 청개구리 마냥 그들의 말 반대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걸었다. 그래서 후회했다. 좀솜에 도착하고 따뜻한 물로 벗겨낸 때꾸정물은 지난 과거의 죄까지 씻겨 내려가기 원했다.

그렇게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마음속으로 되내었다. 기주가 좀솜 숙소에 배낭을 내던지며 한마디 했다

“에라이”

모든 감정이 들어있었다.

라운딩 10일차. 바지는 단추를 풀지 않아도 밑으로 내려서 벗을 수 있었다. 움푹 패인 기주의 볼에 보조개가 서려 있었다. 얼굴은 밝았다. 무표정 일때 기주의 모습은 항상 웃음이었다. 가끔 힘든 기색을 비치긴 하지만, 코끼리 다리가 됐다고 퉁퉁부은 다리를 보이면서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기주도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세상을 밝게 보려 애쓰지 않아도 밝게 보였고, 웃으려 애쓰지 않아도 웃었다.


히말라야는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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