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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nhyuk Sep 24. 2022

취업이냐 창업이냐

면접에 떨어졌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며 부모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별일 없으면 붙을 것 같은데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며칠부터 나가는 거더라? 출퇴근은 지하철로 해야겠지? 이제 학생 생활 끝이구나. 노는 것도 끝이네?'


그날 저녁 문자가 한 통 왔다.


"000님은 저희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

 마지막 학기를 겨우 마치고 졸업식만 앞두고 있던 때. 나는 몇 날 며칠 공방 창업하기와 공방에 취업하기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공방을 차려야겠다 생각하고 목공을 배운지는 2년. 학교와 공방을 오가는 생활을 2년 했다. 졸업이 먼 일일 때는 가볍게 여겼지만 사회로 나갈 날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자꾸만 망설이게 되었다. 창업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텐데. 내 실력 가지고 가구 공방을 차릴 수 있을까? 내 가구를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러다 망하면 어떡하지? 그냥 가구 공방에 취업해 월급 받는 게 낫지 않을까? 경력을 쌓고 돈을 모은 다음 나중에 창업해도 되잖아?


 모험심보다는 두려움이 컸나 보다. 창업을 포기하고 이력서를 보냈다. 꽤나 유명한 가구 브랜드의 제작소에 지원했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평소 눈여겨보던 브랜드였고 가구를 잘 만든다고 생각했던 곳이었기에 한 번에 붙고 싶었고 꼼꼼히 준비해 갔다. 업무 내용은 단순 제작 보조. 따로 준비할 건 없어 보여 회사의 역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있는 글은 모두 읽었고 예상 질문도 생각해 대비했다.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면접장에도 일 등으로 도착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면접 방식은 특이했다. 내가 생각했던 면접 모습은 면접관과 일 대 일로 앉아 한쪽이 질문을 하고 한쪽이 대답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전혀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먼저 지원자 네 명이 테이블에 앉아서 대기한다. 잠시 후 대표 한 명이 와 테이블에 앉는다. 이력서는 대충 훑어본 뒤 갑자기 자기 회사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지원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는다. 또 갑자기 일어나더니 제작소로 데려가 우리는 이런 이런 식으로 제작을 한다고 설명해 준다. 면접이 아닌 기업 견학을 온 느낌이었다. 지원자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듣고만 있는다. 제작소 투어가 끝난 뒤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대표가 말한다. 


"혹시 궁금한 거나 질문하고 싶은 거 있어요?"


 한 사람씩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내 기준 '무슨 저런 기초적인 질문을 하지?' '왜 저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 거지?' 싶은 질문들이었다. 나는 그냥 멍하니 있었다. 이력서 내용을 보니 내가 목공에 대해서는 그래도 조금은 더 아는 것 같았고 이 회사에 대해서는 충분히 자료조사를 하고 와서 다 알고 있는데. 질문을 할 게 없는데?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대표가 이번엔 사람을 많이 뽑을 예정이라고 했고, 나에겐 "목공을 꽤 오래 배우셨네요?"라고 했기에 '나는 당연히 뽑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자 친구들은 어이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너 바보냐?" 

그래 바보였다. 지원자에게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던 건 '너희들 다 뽑을 건데 최소한의 적극성만 보여줘 봐'라는 뜻이었을 터. 거기서 입 꾹 다물고 '엥? 나는 물어볼 게 없는데?'하고 있었다니. 참 대단했다. 지금이야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이 약간 달아오르고 마는 이야기로 웃고 넘기지만 그때는 정신적 충격을 꽤 입었던 것 같다. 나만 떨어지고 다른 사람들은 다 붙었다니. 난 이제 어떡하지?


하루 이틀 뒤 겸연쩍은 마음으로 다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 떨어졌다네요?'


 재밌었던 건 두 분의 반응이 사뭇 달랐던 것이었다. 어머니는 내색을 하진 않으셨지만 아쉬워하셨던 것 같았다. 일정한 수입을 얻는 직장을 원하셨으니. 아버지는 좋아하셨다. 면접에 떨어졌는데 좋아하는 아버지라니. 아버지의 설명은 이러했다.


"너 거기 붙었으면 공방 창업 절대로 못했을 거다. 조직 생활과 일정한 수입에 묶이면 거기서 빠져나오는 게 쉬운 게 아니거든. 그리고 회사 안에서 쌓는 경험이래봤자 창업하고 나서 겪을 일에는 크게 도움도 안 될 거다. 마음 정리하고 준비 되면 공방 차릴 준비 시작하자."


 이렇게 나는 공방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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