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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nhyuk Sep 22. 2022

첫 주문

주변 정리를 어느 정도 끝내고 공방에서 쓸만한 이런저런 물건들을 만들던 중이었다.

전화 한 통이 왔다. 


‘공방 맞나요? 혹시 의자 다리를 잘라 주실 수 있나요?’ 


가구 수리 문의는 '하겠다'라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다.

내가 만들지 않았으니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수리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직접 가서 살펴봐야 하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 게 아닌 남의 가구를 고치는 일이기에 드는 품에 비해 보람도 적다. 게다가 수리 중 문제라도 생기면 조금의 수고비를 벌려다 가구 값을 배상해야 하는 ‘배보다 배꼽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스럽다.  

‘곤란하다’라고 애써 돌려 말하려는 찰나

'이사 온 후 의자가 없어 딸과 서서 식사를 하고 있어요'라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해드릴게요"

라고 말해 버렸다. 


근처로 이사 온 분이라 금방 공방으로 오셨다. 여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였다. 바 테이블용 의자를 들고 오셨는데 기존 집엔 바 테이블이 있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사 온 집엔 바 테이블이 없어 쓸모가 없어졌다고 하셨다. 작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서서 식사하는 날짜가 늘어날 것이었기에 오늘 저녁까지 해드리겠노라 약속하고 톱질을 시작했다.

 

이미 만들어진 가구인 데다 곡선 모양이라 기계로 뚝딱 잘라낼 수 없었다. 다리의 길이가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흔들리므로 네 다리의 치수를 잘 맞춰 잘라야 했다. 연필선을 정밀하게 긋고 손톱을 꺼내 천천히 톱질을 시작했다. 공방 오픈하느라 짐만 옮기고 페인트칠하고 청소하고 전화만 붙들던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수공구를 잡으니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쓱쓱 톱질하는 느낌과 소리가 좋았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의뢰인이 찾아왔고 기쁜 마음으로 의자를 건네 드렸다. 딸도 함께 와 내게 고마움을 전했다. 


‘오늘 저녁은 식탁에 앉아서 먹을 수 있겠네? 저녁 맛있게 먹어!’


의자를 건네준 뒤 문가에 기대어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았다. 바라보며 생각해 보니 이 일은 아주 간단했지만 내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나도 이제 학생이 아닌 한 명의 사회인이 되어 하나의 일을 해냈구나.' 

'내 능력을 활용한 일이었고 그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활과 기분이 좋아졌구나.'

사소한 뿌듯함 하나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가슴이 상쾌해져 콧바람을 한 번 킁 내쉬었다. 


내가 공방을 열고 처음으로 번 돈은 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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