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의 특성을 이해할 땐 빨대 다발을 떠올리면 좋다. 열 개의 빨대를 다발로 모아 붙였다고 생각해보자. 모아 붙인 빨대를 세우면 나무줄기의 구조와 비슷해진다. 나무줄기는 물과 양분을 오르내리는 통로 역할을 하므로 빨대처럼 생긴 수많은 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재는 나무줄기를 베어내고 가공해 건조한 것이니 직육면체 모양의 빨대 다발처럼 생겼다.
빨대 구멍이 모여있는 곳,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곳을 목재에선 마구리면이라 부른다. 빨대 구멍 부분을 만져보면 다른 부분에 비해 더 단단한 느낌이 나고 촉감이 거슬거슬하다. 그래서 마구리면은 끌질이나 대패질이 어렵다. 게다가 접착제를 발라도 잘 붙지 않는다. 접착은 유리와 유리 사이에 물을 뿌리고 붙일 때처럼 접착면이 넓어야 잘 되는데, 마구리면은 구멍이 송송 나 있으니 잘 붙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짜맞춤을 하거나 촉을 박아 넣는 등 추가적인 가공이 들어가야 한다.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목재가 유리나 금속처럼 등방성을 가진 재료, 어느 부분에서나 특성이 같은 재료여서 마구리면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작업은 훨씬 쉽고 간단했을 것이다. 모든 방향에서 끌질과 대패질이 쉽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접착을 할 수 있었을 테니. 하지만 목공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은 이런 재료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한 형태의 작업 방식으로 발전해 나갔기 때문이다. 작업자들의 고민이 깊었던 만큼 목공은 더 풍요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