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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은 위를 봐도 아래를 봐도 떨어지고 떨어지는 것들 뿐이라 정신이 아득해진다. 얼마나 오래 태생을 그리워해야 위로 올라가는 것들을 보게 될 수 있을까? 이런 소망은 신에게도 나에게도 몹시 버거운 것이리라. 언제부턴가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보다 안온함이 간절해졌다.
빗속의 회전목마를 떠올려 봤다. 눈앞에서 유년의 기억이 광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추악하고 뻔뻔스러운 욕망들은 흐릿해지고 보물처럼 품어왔던 열망만이 중심에서 선명히 빛났다. 새하얀 눈밭 위의 백색 태양 같은 꿈을 꾸며 제 몸을 조각내 장작으로 쓰면서도 행복하다 느꼈었지. 속고 속아오며 거덜이 난 마음속 세간이 느껴지면 여지없이 고통스러워진다. 쉬고 싶어, 그만 가고 싶어라고 읊조리는 듯한 음악소리가 머리를 터뜨릴 듯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2009